5권 · 솔로몬 · 110 / 117
104장 — 안 가르친 아들
예루살렘. 솔로몬이 쉰세 살이던 해. 르호보암이 마흔 살이던 해.
기록 사이의 빈칸 · 열왕기상 11장 43절–12장 1절 사이 · 14장 21절의 연령에서 확장
나는 왕의 아들이다.
맏이다.
어머니는 암몬 사람이다.
나아마라고 하신다.
암몬 왕의 집안이라고 들었다.
혼인으로 오셨다.
내가 마흔이다.
아버지가 쉰셋이시다.
열셋 차이다.
아버지가 열셋에 나를 보셨다.
즉위하시고 이듬해에 나셨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나중에 알았다.
아버지는 열다섯에 왕이 되셨다.
나는 마흔인데 아직 아니다.
나는 그것을 세어본 적이 있다.
세어보고 나서 아무 말도 안 했다.
말할 데가 없었다.
나는 궁에서 자랐다.
나서부터 궁에 있었다.
밖에 나가본 것이 몇 번 안 된다.
아버지가 나를 부르신 적이 있다.
세어보면 여러 번이다.
절기에 부르시고 손님이 오면 부르신다.
가서 서 있는다.
서 있다가 온다.
무엇을 물으신 적은 몇 번 없다.
한 번은 몇 살이냐고 물으셨다.
한 번은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답할 수가 없어서 그냥 있다고 했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것뿐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한다.
이렇게 쓰면 이상한데 정말 그렇다.
할 일이 없다.
궁에 자리가 여럿이다.
군은 브나야가 맡았고 그가 죽고 그 아들이 맡았다.
곳간은 소밥 아저씨가 보신다.
제사장은 사독 어른 집안이다.
세 걷는 구역에 관장이 열둘이다.
그중에 왕의 아들이 없다.
나는 그것을 세어본 적이 있다.
아무 데도 없다.
아버지가 나에게 무엇을 시키신 적이 없다.
한 번도 없다.
마흔이다.
야단맞은 적도 없다.
무엇을 잘못했다고 하신 적이 없다.
잘했다고 하신 적도 없다.
아무 말씀도 안 하신다.
나는 그것이 좋은 것인 줄 알았다.
어릴 때는 그랬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작년에 나는 아버지께 여쭈어봤다.
여쭙기까지 오래 걸렸다.
몇 달 생각했다.
들어가서 이렇게 여쭈었다.
”…아버지.”
”…”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아버지가 나를 보셨다.
한참 보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무엇을 하고 싶으냐.”
나는 그 물음에 답을 못 했다.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아니, 있었는데 말할 수가 없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는 몰랐다.
마흔인데 몰랐다.
아버지가 기다리셨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면 있어라.”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나오면서 나는 그것을 생각했다.
있으라고 하셨다.
나는 그것을 이십 년 하고 있다.
아버지는 열둘에 성문에 서 계셨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나중에 들었다.
늙은 자에게 들었다.
서 계시다가 두 마디 물으셨다고 한다.
묻고 나면 갈렸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듣고 아버지께 여쭈어봤다.
정말 그러셨느냐고 여쭈었다.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랬다.”
”…누가 시키셨습니까.”
아버지가 잠깐 계셨다.
”…네 할머니가 시키셨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할머니는 내가 나기 전에 돌아가셨다.
한 번도 못 뵀다.
”…무엇을 시키셨습니까.”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서 있으라고 하셨다.”
”…”
”…무엇을 하라고는 안 하셨다.”
”…”
”…서 있으니 알게 됐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여쭈었다.
”…저도 서 있으면 됩니까.”
아버지가 나를 보셨다.
한참 보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은 성문에 사람이 안 온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옵니다, 하고 말하려다 말았다.
온다.
나는 그것을 안다.
궁 뜰에서 보면 성문 쪽이 보인다.
사람이 앉아 있다.
여럿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안 오신다고 하신다.
나는 그것을 그때 안 말씀드렸다.
말씀드리면 무엇이 되는가.
아버지가 틀리셨다고 하는 것이 된다.
나는 그것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해본 적이 없으니 못 한다.
나는 그것을 나오면서 알았다.
나에게 사람이 몇 있다.
젊은 자들이다.
나와 같이 자란 자들이다.
궁에서 났고 궁에서 컸다.
저녁에 부르면 온다.
와서 먹고 이야기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나는 그것을 세어본 적이 있다.
대개 다른 사람 이야기다.
누가 무엇을 했다더라.
누가 어떻더라.
그것뿐이다.
그리고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도련님이 왕이 되시면 다를 것이라고들 한다.
나는 그 말을 여러 해 들었다.
들으면 좋다.
무엇이 다른지는 아무도 말 안 한다.
나도 안 묻는다.
늙은 자들도 있다.
아버지 밑에 있던 자들이다.
절기에 본다.
그자들은 나에게 말을 안 한다.
인사만 한다.
한번은 하나가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늙은 자다.
곳간에서 일하던 자라고 했다.
소밥 아저씨 밑에 있던 자다.
그자가 이렇게 말했다.
”…도련님.”
”…”
”…북쪽 얘기를 들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는 그 말을 못 알아들었다.
”…무슨 얘기 말이오.”
그자가 잠깐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노역 얘기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노역이 어떻소.”
”…오래됐습니다.”
”…”
”…삼십 년 됐습니다.”
나는 그것을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셈이 안 맞소?”
그자가 나를 봤다.
한참 봤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맞습니다.”
”…그러면 되지 않소.”
그자가 아무 말도 안 했다.
절을 하고 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봤다.
보면서 무엇을 잘못 말했는지 생각해봤다.
셈이 맞으면 된 것 아닌가.
안 맞으면 문제다.
맞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그것을 며칠 생각했다.
생각해도 안 나왔다.
안 나와서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자에게 다시 물어보지 않았다.
물어보면 내가 모른다는 것이 된다.
모르는 것이 남으면 안 된다.
나는 그것을 안다.
그것은 누가 가르쳐준 것이 아니다.
궁에서 자라면 저절로 안다.
아버지가 요새 편찮으시다.
쉰셋이신데 편찮으시다.
아버지의 아버지는 일흔까지 사셨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세어봤다.
아버지가 열일곱 해 더 사시면 나는 쉰일곱이다.
세어보고 나서 나는 그 셈을 그만두었다.
그런 것을 세면 안 된다.
세는데 안 세려고 했다.
나는 아버지가 무엇을 하셨는지 대개 안다.
성전을 세우셨다.
궁을 세우셨다.
성읍을 쌓으셨다.
두로와 셈하셨고 애굽과 혼인하셨다.
남쪽에서 여자가 왔다.
나는 그것을 봤다.
그때 열여덟쯤이었다.
금을 백이십 달란트 드렸다고 들었다.
나는 그 수를 기억한다.
어떻게 그것을 다 하셨는지 나는 모른다.
보고를 받으시는 것을 나는 옆에서 본 적이 있다.
듣고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것뿐이다.
그러면 나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 그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생각하고 나서 그렇겠다고 여겼다.
지금도 그렇게 여긴다.
정해진 것이 다 있다.
구역이 정해져 있고 순서가 정해져 있고 나가는 것이 정해져 있다.
아버지가 정해두셨다.
그러면 나는 그대로 하면 된다.
나는 그것을 세어봤다.
어렵지 않다.
어렵지 않은데 왜 아무도 나에게 아무것도 안 시키는가.
나는 그것을 세어보다가 그만두었다.
세면 기분이 나쁘다.
밤에 잠이 안 올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사람을 부른다.
부르면 온다.
와서 이야기한다.
들으면 잠이 온다.
나는 그것을 여러 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