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 · 솔로몬 · 101 / 117

95장 — 마지막 마당

예루살렘. 솔로몬이 열아홉 살이던 해. 밧세바 쉰하나.

기록의 배경 · 열왕기상 5장 13–18절 · 6장 1–38절 · 밧세바의 죽음은 직접 기록 없음

봄에 성전을 짓기 시작했다.

돌을 뜨러 사람이 나갔다.

삼만이라고 들었다.

한 달에 만씩 교대로 나간다고 했다.

레바논 쪽으로 간다고 했다.

궁에서 그 이야기가 돈다.

몇이 나갔고 얼마가 들어가고 언제 돌아오는지.

나는 그것을 부엌에서 듣는다.

아직 간다.

이제는 안 가도 된다.

왕의 어미다.

절기에 앞에 선다.

왕의 오른편에 걸상이 있다.

그런데 간다.

가서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조심한다.

전에는 안 그랬다.

전에는 아무도 나를 신경 안 썼다.

저 사람은 원래 그런다고 했다.

지금은 다들 조심한다.

조심하면 말을 안 한다.

그러니 안 들린다.

나는 그것을 알고 나서도 갔다.

들리는 것이 없는데 갔다.

앉아 있으면 편했다.

삼십 년을 그 자리에 앉았다.

앉는 것이 몸에 남았다.

세어보면 이렇다.

열여덟에 궁에 들어왔다.

쉰하나다.

서른세 해다.

밖에서 열여덟 해 살았고 안에서 서른세 해 살았다.

안이 더 길다.

그리고 다 됐다.

아들이 왕이다.

넷이 다 살아 있다.

시므아가 마흔넷이다. 성 밖에 땅이 있다.

소밥이 마흔하나다. 곳간 셈을 본다.

나단이 서른여덟이다. 아들이 셋 있다.

솔로몬이 열아홉이다. 왕이다.

넷 다 살아 있다.

나는 그것을 서른세 해 동안 세어왔다.

넷이 다 살아 있으면 그해가 좋은 해다.

올해가 좋은 해다.

그런데 이상하다.

세고 나면 다음 것을 세어야 하는데 다음 것이 없다.

세어야 할 것이 없다.

나는 그것을 작년 겨울에 알았다.

밤에 앉아 있다가 손을 폈다.

여느 때처럼 폈다.

엄지부터 짚으려고 했다.

짚을 것이 없었다.

빚은 안 썼다.

썼으면 없어졌을 텐데 안 썼으니 아직 있다.

그런데 쓸 데가 없다.

셋을 만들라고 하셨다.

만들었다.

셋이 다 자리에 앉았다.

어느 쪽에도 못 낀 자를 찾으라고 하셨다.

찾았다.

미룰 수 없게 만들라고 하셨다.

그것은 저쪽이 해줬다.

때가 오면 세지 말라고 하셨다.

한 번 세고 움직였다.

다섯이 다 끝났다.

나는 손을 보고 있었다.

손바닥을 봤다.

거기 나와 아이 넷이 있다고 하셨다.

아직 넷이다.

그러면 된 것이다.

된 것인데 손을 접을 수가 없었다.

한참 펴고 있었다.

아버지가 재작년에 돌아가셨다.

예순다섯이셨다.

진영에서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앓지도 않으셨다고 했다.

아침에 안 일어나셨다고 했다.

나는 그것을 나중에 들었다.

가서 뵙지 못했다.

궁에서 나가는 것이 어렵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명분이 없다.

왕의 어미가 천부장 장례에 가는 명분이 없다.

가면 그것이 남는다.

나는 그것을 알았다.

알고 나서 안 갔다.

아버지도 그러셨을 것이다.

할아버지 때 아버지가 못 가셨다.

싸움 중이라 못 가셨다고 들었는데 그것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가면 반역한 자를 곡하는 것이 됐다.

그 집안이 다 그렇다.

가야 할 데를 안 간다.

가면 남으니까 안 간다.

나는 그날 밤에 앉아 있었다.

혼자 곡했다.

소리를 안 냈다.

소리를 내면 궁에서 듣는다.

이십 년 전에도 그랬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곡을 안 했다.

못 했다.

그때 아버지가 물으셨다.

곡했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안 했다고 했다.

못 했다고 했다.

두 번 다 못 했다.

여름에 몸이 안 좋았다.

처음에는 더위인 줄 알았다.

가을이 되니 나았다.

겨울에 다시 안 좋았다.

먹은 것이 안 내려간다.

물은 넘어가는데 밥이 안 넘어간다.

한 달쯤 그랬다.

나는 그것을 아무에게도 말 안 했다.

말하면 의원이 온다.

의원이 오면 궁에서 안다.

궁에서 알면 왕이 안다.

왕이 알면 무엇을 한다.

무엇을 하면 그것이 남는다.

나는 그렇게 세었다.

세고 나서 이상했다.

내가 아직 세고 있다.

셀 것이 없다고 했는데 세고 있다.

이것은 셈이 아닌데 세고 있다.

나는 그것을 알고 나서 한참 앉아 있었다.

봄에 아들이 왔다.

궁 안에서 온 것이다.

걸어서 얼마 안 된다.

왕이 어미 방에 온다.

한 달에 한 번쯤 온다.

와서 앉아 있다가 간다.

말은 많이 안 한다.

내가 물으면 답한다.

안 물으면 안 한다.

그것을 내가 가르쳤다.

가르친 대로 한다.

그날은 성전 이야기를 했다.

돌을 산에서 다듬어 온다고 했다.

성전 자리에서는 소리가 안 나게 한다고 했다.

나는 그것을 물었다.

”…왜 소리가 나면 안 되느냐.”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

”…법에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

”…돌에 연장을 대면 부정하게 된다고 합니다.”

나는 그것을 들었다.

”…그러면 산에서는 대도 되느냐.”

아들이 잠깐 있었다.

”…거기서는 댑니다.”

”…”

”…자리에서 안 대는 것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안 했다.

아들이 나를 봤다.

”…어머니.”

”…”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다.”

정말 아니었다.

잘못된 것이 없다.

법에 그렇게 되어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인가 걸렸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몰라서 말을 안 했다.

아들이 갔다.

나는 그날 밤에 그것을 생각했다.

산에서 다듬어서 자리에서는 소리가 안 나게 한다.

법대로다.

법대로인데 왜 걸리는가.

나는 그것을 오래 생각했다.

답이 안 나왔다.

나는 아버지가 밤에 소리를 내신 것을 생각했다.

왕 말이다.

내 아버지가 아니라 왕 말이다.

서른 몇 해 동안 나는 그 소리를 들었다.

밤에 잠이 안 오시면 소리를 내셨다.

가락이 있는데 말이 없을 때가 있었다.

말이 있을 때도 있었다.

무슨 말인지 나는 잘 못 알아들었다.

들으라고 내신 것이 아니었다.

내가 옆에 있어도 나에게 하시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것을 그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혼자 소리를 내는 것이 이상했다.

지금 생각하면 다르다.

그분은 앞에 무엇이 있다고 여기셨다.

그래서 소리를 내셨다.

나는 그것을 안 했다.

나는 세었다.

세어서 여기까지 왔다.

아들도 안 한다.

나는 그것을 그날 밤에 알았다.

알고 나서 잠깐 무서웠다.

무엇이 무서운지는 몰랐다.

나는 그것을 아들에게 말하려고 했다.

무엇을 말하는가.

소리를 내라고 하는가.

그런 것을 어떻게 말하는가.

그리고 나도 안 했다.

안 한 사람이 하라고 할 수가 없다.

나는 그것을 세고 나서 그만두었다.

여름이 왔다.

성전 자리에 돌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소리가 안 났다.

정말 안 났다.

멀리서 보면 사람이 움직이는데 소리가 안 났다.

나는 그것을 방에서 봤다.

북쪽 끝 방이다.

옮기라고 했는데 안 옮겼다.

왕의 어미가 북쪽 끝 방에 사는 것이 이상하다고들 했다.

나는 그대로 있었다.

창이 하나다.

겨울에 벽에서 물이 밴다.

서른세 해 살았다.

여름에 다시 안 좋아졌다.

이번에는 오래갔다.

먹은 것이 안 내려간다.

일어나면 어지럽다.

앉아 있으면 낫다.

나는 앉아 있었다.

부엌에는 못 갔다.

가고 싶은데 못 갔다.

걸어서 얼마 안 되는데 못 갔다.

그것이 제일 아쉬웠다.

종이 하나 붙었다.

젊은 여자다.

내가 부르면 온다.

물을 준다.

나는 그 아이에게 물었다.

”…요새 무슨 얘기가 도느냐.”

나는 그 말을 삼십 년 만에 했다.

아니, 들은 것을 한 것이다.

할아버지가 나에게 하시던 말이다.

내가 그 말을 하는 것이 처음이었다.

종이 놀랐다.

”…예?”

”…부엌에서 무슨 얘기가 도느냐.”

종이 잠깐 있다가 말했다.

성전 이야기를 했다.

돌이 몇 올라갔고 사람이 몇 나갔고 언제 돌아온다고 했다.

나는 그것을 들었다.

듣고 나서 물었다.

”…그것 말고.”

종이 또 잠깐 있었다.

”…그것 말고요.”

”…그래.”

종이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힘들어한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어떻게 힘들어하느냐.”

”…한 달씩 나가는데 밭을 못 봅니다.”

”…”

”…돌아오면 풀이 났답니다.”

나는 그것을 들었다.

들으면서 하나가 났다.

밭에 풀이 났다는 말을 나는 전에 들었다.

언제 들었는지 생각이 안 났다.

한참 있다가 났다.

우물가다.

내가 열여섯이나 열일곱일 때다.

성문에 갔다 온 자가 있었다고 했다.

이레를 걸어갔다 왔는데 아무것도 못 받았다고 했다.

밭에 풀이 났다고 했다.

그것이 사십 년 전이다.

나는 그것을 세어보고 잠깐 있었다.

같은 말이 사십 년 뒤에 다시 온다.

나는 종에게 이렇게 말했다.

”…또 무슨 얘기가 있느냐.”

종이 이렇게 말했다.

”…없습니다.”

”…”

”…다들 그 얘기만 합니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어디에도 옮기지 않았다.

옮길 데가 없었다.

할아버지가 안 계신다.

아버지도 안 계신다.

아들에게 말하는가.

나는 그것을 생각해봤다.

말하면 무엇이라고 하는가.

사람들이 힘들어한다고 하는가.

그러면 아들이 무엇을 하는가.

성전을 안 짓는가.

안 지을 수가 없다.

나는 그것을 알았다.

그래서 말 안 했다.

가을이 왔다.

나는 앉아 있는 시간이 늘었다.

누워 있는 시간도 늘었다.

아들이 왔다.

두 번 왔다.

와서 앉아 있었다.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나는 몰랐다.

서른세 해 동안 나는 아들에게 세는 것을 가르쳤다.

그것 말고는 가르친 것이 없다.

지금 무엇을 더 말하는가.

나는 아무것도 안 말했다.

아들이 물었다.

”…어머니.”

”…”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없다.”

정말 없었다.

아들이 갔다.

나는 그날 손을 폈다.

손바닥을 봤다.

넷이 있다고 하셨다.

넷 다 살아 있다.

그러면 된 것이다.

나는 그것을 세고 손을 접었다.

접는 데 힘이 들었다.

그날 밤에 나는 오래 깨어 있었다.

창이 하나다.

북쪽이다.

밤에 아무것도 안 보인다.

나는 그것을 서른세 해 봤다.

한 가지가 났다.

첫아이 얼굴이 났다.

이레였다.

이름이 없다.

오십 년 넘게 나는 그 아이를 무엇이라고도 부르지 못했다.

부를 이름이 없으니 못 불렀다.

나는 그것을 오늘 처음 소리 내어 해봤다.

부를 이름이 없어서 그냥 아이라고 했다.

소리가 났다.

작게 났다.

아무도 못 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소리를 냈다.

내고 나서 잠깐 있었다.

그리고 또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