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 밧세바 (3부) · 90 / 117

85장 — 침실

예루살렘. 다윗이 일흔 살이던 해. 수넴 여자 아비삭.

성경의 기록 · 열왕기상 1장 1–4절, 15–40절

나는 수넴에서 왔다.

작년 겨울에 왔다.

열여섯이다.

궁에서 사람이 왔다.

온 이스라엘에서 젊은 여자를 찾는다고 했다.

왕께서 추워하신다고 했다.

젊은 여자를 곁에 두면 몸이 덥혀진다고 한다.

그래서 나를 데려갔다.

아버지가 보냈다.

나에게 아무것도 안 물으셨다.

좋은 데 간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그때 믿었다.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

밤에 곁에 눕는다.

그것뿐이다.

가까이하지 않으신다.

한 번도 안 하셨다.

나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처음에 몰랐다.

궁의 여자들이 그 이야기를 한다고 들었다.

부엌에서 돈다고 한다.

나는 그 자리에 없으니 못 듣는다.

그런데 종들이 나를 볼 때 얼굴이 다르다.

그것으로 안다.

낮에는 시중을 든다.

물을 드리고 옷을 여며드리고 일으켜드린다.

일으켜드리는 일이 늘었다.

혼자 못 일어나신다.

앉으시는 데 두 번 짚으신다.

밤에 여러 번 깨신다.

깨셔서 물을 찾으신다.

나는 물을 드린다.

드리면 반쯤 드시고 놓으신다.

말씀은 잘 안 하신다.

한 달에 몇 마디쯤 하신다.

대개 물을 달라는 말씀이다.

그날 밤도 여느 밤이었다.

늦었다.

나는 발치에 앉아 있었다.

밖에서 소리가 났다.

시종이 무엇이라고 아뢰는 소리였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여자가 들어왔다.

나는 그분을 안다.

궁의 여자다.

북쪽 끝 방에 사시는 분이라고 들었다.

절기에 뒤쪽에 서시는 것을 봤다.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자리를 비켰다.

벽 쪽으로 갔다.

나가라고 한 사람은 없었다.

나가야 하는지 나는 몰랐다.

아무도 나를 안 봤다.

그래서 그냥 서 있었다.

그분이 절을 하셨다.

엎드려 절하셨다.

깊이 하셨다.

왕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찌 됨이냐.”

목소리가 낮았다.

밤에 깨셨을 때 물을 찾으시는 목소리와 같았다.

그분이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다 들었다.

들었는데 무슨 말인지는 반쯤 몰랐다.

이름이 여럿 나왔다.

아도니야.

요압.

아비아달.

솔로몬.

나는 그 이름들을 안다.

궁에서 들었다.

그런데 그 이름들이 무슨 관계인지는 모른다.

나는 온 지 한 해가 안 됐다.

그분이 말씀하시려고 했다.

입을 여셨다.

그런데 안 나왔다.

한참 안 나왔다.

나는 그것을 벽 쪽에서 봤다.

준비하고 오신 것 같았다.

무엇을 말씀하시려고 오셨는데 그것이 안 나오는 것 같았다.

왕이 기다리셨다.

기다리시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계셨다.

그러다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주여.”

”…”

”…아이들을 살려주십시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준비하신 말이 아닌 것 같았다.

목소리가 달랐다.

왕이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그분이 이어서 말씀하셨다.

”…넷입니다.”

”…”

”…큰아이가 스물여섯이고 막내가 열다섯입니다.”

”…”

”…죽은 아이까지 세면 다섯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죽은 아이라고 하셨다.

왕이 눈을 조금 뜨셨다.

나는 그것을 봤다.

옆에서 봤으니 봤다.

그분이 계속 말씀하셨다.

”…오늘 밤에 아도니야가 왕이 되었습니다.”

”…”

”…요압과 아비아달이 갔습니다.”

”…”

”…내 주 왕은 알지 못하십니다.”

왕이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왕께서 그의 조상들과 함께 누우시면.”

”…”

”…나와 내 아들들은 죄인이 될 것입니다.”

”…”

”…죄인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왕께서 아십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왕이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그분이 기다리셨다.

한참 기다리셨다.

나는 그것을 봤다.

방이 조용했다.

밖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목소리가 달라졌다.

”…내 주여.”

”…”

”…아무 말씀도 안 하시면.”

”…”

”…그것이 무엇입니까.”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왕이 그분을 보셨다.

그분이 계속 말씀하셨다.

”…아무 말씀도 안 하시면 저는 그것을 무엇으로 압니까.”

”…”

”…살려주시겠다는 것입니까.”

”…”

”…아니면 죽어도 좋다는 것입니까.”

나는 그것을 들었다.

들으면서 무서웠다.

궁에서 왕께 그렇게 말하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분이 이어서 말씀하셨다.

”…열아홉 해 전에도 그러셨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무슨 말씀인지 몰랐다.

”…그때도 아무 말씀도 안 하셨습니다.”

”…”

”…이레 동안 아무 말씀도 안 하셨습니다.”

”…”

”…그리고 그 아이가 죽었습니다.”

방이 조용했다.

왕이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또 그러시겠습니까.”

나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분이 우셨다.

소리를 내서 우셨다.

궁의 여자가 왕 앞에서 소리를 내서 우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우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 마디만 하십시오.”

”…”

”…무엇이라고 하셔도 됩니다.”

”…”

”…안 된다고 하셔도 됩니다.”

”…”

”…그러면 저는 그것을 알고 갑니다.”

”…”

”…아무 말씀도 안 하시면 저는 모르고 갑니다.”

”…”

”…모르고 가면 아이들이 죽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왕이 손을 조금 움직이셨다.

나는 그것을 봤다.

그리고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목소리가 다시 달라졌다.

낮았다.

”…내 주여, 왕이 전에 계집종에게 맹세하시기를.”

”…”

”…네 아들 솔로몬이 반드시 나를 이어 왕이 되리라 하지 아니하셨습니까.”

나는 그 말을 들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시종이 들어와서 아뢨다.

”…선지자 나단이 왔나이다.”

그분이 우시다가 일어나셨다.

그리고 나가셨다.

나가시면서 옷을 여미셨다.

나는 그것을 봤다.

우시면서 나가셨는데 옷을 여미셨다.

나는 그것을 그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중에 생각났다.

선지자가 들어오셨다.

늙으셨다.

엎드려 절하셨다.

일어나시는 데 오래 걸렸다.

그리고 이렇게 아뢨다.

”…내 주 왕께서 이르시기를 아도니야가 나를 이어 왕이 되어 내 왕위에 앉으리라 하셨나이까.”

나는 그 물음을 들었다.

아까 그분은 솔로몬이라고 하셨다.

이분은 아도니야라고 물으신다.

같은 것을 반대로 물으신다.

나는 그것이 이상했다.

선지자가 계속 아뢨다.

오늘 아도니야가 내려가서 소와 살진 송아지와 양을 많이 잡고 왕의 모든 아들과 군대장관들과 제사장 아비아달을 청했다고 하셨다.

그들이 아도니야 왕은 만세수를 하옵소서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렇게 아뢨다.

”…그러나 왕의 종 나와 제사장 사독과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와 왕의 종 솔로몬은 청하지 아니하였나이다.”

같은 말이다.

아까 그분이 하신 말과 같다.

이름만 몇 개 다르다.

그리고 선지자가 마지막에 이렇게 아뢨다.

”…이것이 내 주 왕께서 하신 일이니이까.”

”…”

”…왕께서 왕위를 이을 자를 종에게 알게 하지 아니하셨나이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왕을 봤다.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한참 안 하셨다.

선지자가 서 계셨다.

서서 기다리셨다.

나는 벽 쪽에 서 있었다.

방이 조용했다.

얼마나 조용했는지 나는 안다.

밖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났다.

그것이 들릴 만큼 조용했다.

왕께서 눈을 감고 계셨다.

주무시는 것은 아니었다.

숨소리가 달랐다.

나는 그것을 안다. 한 해 동안 옆에서 들었다.

선지자가 한 번 더 아뢨다.

”…내 주 왕이여.”

왕께서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그리고 선지자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면 종이 이렇게 하겠나이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물으신 것이 아니었다.

말씀드린 것이었다.

”…왕의 신하들을 데리고 왕의 아들 솔로몬을 왕의 노새에 태우겠나이다.”

”…”

”…기혼으로 인도하여 내려가겠나이다.”

”…”

”…거기서 제사장 사독과 종이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 왕으로 삼겠나이다.”

”…”

”…나팔을 불고 솔로몬 왕은 만세수를 하옵소서 하겠나이다.”

말씀을 마치셨다.

그리고 서 계셨다.

왕께서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나는 그때 왕을 봤다.

눈을 뜨고 계셨다.

선지자를 보고 계셨다.

보고 계시는데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나는 그것을 오래 봤다.

한참이었다.

말리지 않으셨다.

아니라고도 안 하셨다.

그러라고도 안 하셨다.

선지자가 절을 하셨다.

엎드려 절하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주 다윗 왕은 만세수를 하옵소서.”

그리고 나가셨다.

나는 그것을 봤다.

보면서 무엇이 정해진 것인지 몰랐다.

왕께서 무엇이라고 하신 것이 없다.

그런데 선지자가 절하고 나가셨다.

나가시고 나서 왕께서 몸을 움직이셨다.

일어나려고 하셨다.

나는 얼른 갔다.

그것이 내 일이다.

팔을 잡아드렸다.

앉으셨다.

앉으시고 한참 계셨다.

숨소리가 났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에게 하신 말씀이 아니었다.

혼잣말이었다.

나는 옆에 있었으니 들었다.

”…요압이 안 왔구나.”

그것뿐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무슨 말씀인지 몰랐다.

한참 뒤에 누우셨다.

나는 발치에 앉았다.

밖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멀리서 났다.

나팔 소리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가 났다.

땅이 울릴 만큼 났다.

왕께서 그 소리를 들으셨다.

눈을 뜨고 계셨다.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나는 그날 밤 잠을 못 잤다.

무엇이 있었는지 나는 다 봤다.

여자가 들어와서 절하고 말하고 울고 나갔다.

선지자가 들어와서 같은 말을 반대로 물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겠다고 아뢨다.

왕께서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선지자가 절하고 나갔다.

나팔이 울렸다.

나는 그 순서를 다 안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왕께서 허락하신 것인가.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말씀을 안 하신 것이 허락인가.

나는 그것을 모른다.

한 해 동안 옆에 있었는데 모른다.

말씀을 안 하시는 분이다.

한 달에 몇 마디 하신다.

대개 물을 달라는 말씀이다.

그러니 안 하신 것이 무슨 뜻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싫으셔서 안 하신 것인지.

좋으셔서 안 하신 것인지.

아무 생각이 없으셔서 안 하신 것인지.

모르는데 다 봤다.

나 말고 그 방에 있던 사람이 없다.

나는 그것을 그날 밤에 알았다.

알고 나서 무서웠다.

왜 무서운지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