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 밧세바 (2부) · 73 / 117
69장 — 손
예루살렘. 다윗이 예순두 살이던 해. 엘리암 쉰일곱.
기록 사이의 빈칸 · 사무엘하 19장 귀환 이후 · 직접 대응 기록 없음
반년이 지났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은 여름이었다.
나는 그때 요단 건너에 있었다.
마하나임에 있었다.
소식은 사흘 뒤에 들었다.
짐 나르는 자에게서 들었다.
길로에서 스스로 하셨다고 했다.
집안일을 다 정리하고 하셨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참 서 있었다.
그리고 내 구간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에 조를 짰다.
이튿날 아침에 나갔다.
아무 일도 안 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곡을 하면 반역한 자를 곡하는 것이 된다.
가서 묻으려고 해도 요단 건너에 있었고 싸움 중이었다.
어머니가 하셨을 것이다.
그것을 나는 나중에 들었다.
어머니가 혼자 하셨다고 했다.
품 사는 사람 둘이 도왔다고 했다.
돌아온 뒤에 나는 길로에 갔다.
한 번 갔다.
가서 어머니를 뵀다.
어머니가 마당에 계셨다.
일흔이 넘으셨다.
나를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왔느냐.”
”…예.”
그것이 전부였다.
그날 저녁에 어머니가 나를 앉히셨다.
손을 펴라고 하셨다.
나는 그것이 무슨 말씀인지 몰랐다.
”…손을 펴라.”
폈다.
어머니가 내 손을 잡으셨다.
그리고 손바닥을 짚으셨다.
”…여기에 네 딸이 있다.”
”…”
“그리고 아이 넷이 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어머니가 손가락을 하나씩 짚으셨다.
다섯을 짚으셨다.
짚으면서 하나씩 말씀하셨다.
나는 그것을 다 들었다.
듣고 나서 아무 말도 안 했다.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시 해보아라.”
나는 못 했다.
한 번 듣고 못 했다.
어머니가 다시 하셨다.
세 번 하셨다.
세 번째에 내가 했다.
틀리게 했다.
어머니가 다시 하셨다.
여섯 번 만에 됐다.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가서 말해라.”
”…”
“사람을 넣지 말고, 나를 시키지도 말고, 네가 가서 네 입으로 말해라.”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어머니가 가시면 안 됩니까.”
어머니가 나를 보셨다.
”…안 된다.”
”…”
“네가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에서 나는 알았다.
아버지가 시키신 것이다.
어머니가 지어낸 말이 아니다.
어머니는 이런 것을 지어내실 수 없다.
오십 몇 해를 같이 사셨는데 아버지 하시는 일을 한 번도 안 물으셨다.
그런 분이 손가락 다섯에 하나씩 붙여서 외우실 수는 없다.
나는 그것을 알았다.
알았는데 아무 말도 안 했다.
어머니도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그리고 이렇게만 말씀하셨다.
”…이것은 내가 하는 말이라고 해라.”
”…”
“네가 생각해낸 것이라고 해라.”
나는 그 말도 들었다.
”…예.”
그것이 무슨 뜻인지도 나는 알았다.
반역한 자의 말이 남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남으면 그것이 딸에게 간다.
나는 그것을 알았다.
알고 나서 나는 잠깐 앉아 있었다.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세셨다.
죽으면서도 세셨다.
누가 무엇을 전하고 누가 무슨 이름으로 남는지까지 세셨다.
나는 평생 그것을 못 했다.
서른일곱 해 전에 마당에서 두 마디를 들었다.
말하지 마라. 남아라.
그것만 하고 살았다.
그리고 그것이 아버지가 나에게 하신 유일한 지시였다.
이번이 두 번째다.
예루살렘에 올라오는 데 이틀 걸렸다.
올라오면서 나는 그것을 외웠다.
걸으면서 손을 폈다.
폈다가 접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봤을 것이다.
궁에 들어가는 것이 어려웠다.
들어갈 명분이 있어야 한다.
천부장이 궁에 들어갈 일이 없다.
아버지 집이 궁 옆에 있었는데 이제 그 집이 비었다.
그래서 명분이 없어졌다.
나는 사흘을 기다렸다.
기다리다가 이렇게 했다.
군에 아뢸 것이 있다고 하고 들어갔다.
들어가서 아뢰고, 나오면서 안뜰을 지나갔다.
안뜰에서 북쪽 회랑으로 가면 여자들 사는 쪽이다.
거기까지는 못 간다.
딸이 부엌에 자주 온다고 나는 들었다.
어머니한테 들었다.
그래서 부엌 쪽으로 갔다.
종이 나를 막으려다가 내 옷을 보고 말았다.
천부장 옷이다.
딸이 거기 있었다.
앉아 있었다.
곡식을 고르고 있었다.
나를 보고 일어섰다.
”…아버지.”
나는 그 말을 들었다.
그렇게 부르는 것을 스물 몇 해 만에 들었다.
두 살 때 이후로 못 들었다.
궁에 들어온 뒤로 마주치면 고개를 숙였고 나도 숙였다.
부른 적이 없었다.
”…밖으로 나오너라.”
우리는 뜰 구석으로 갔다.
담 옆이었다.
거기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무슨 말부터 해야 하는지 몰랐다.
이틀을 걸으면서 외웠는데 앞에 서니 안 나왔다.
한참 서 있었다.
딸이 기다렸다.
묻지 않았다.
그 집안이 다 그렇다.
나는 그것을 그 자리에서 생각했다.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네 할아버지 일은 들었느냐.”
”…들었습니다.”
”…”
”…여름에 들었습니다.”
”…곡했느냐.”
딸이 나를 봤다.
”…안 했습니다.”
”…”
”…못 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그래.”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말할 것이 있다.”
”…예.”
”…이것은 내가 하는 말이다.”
나는 그 말을 하면서 딸의 얼굴을 봤다.
딸이 나를 보고 있었다.
아무 표정이 없었다.
”…예.”
그것뿐이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딸이 알아들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딸이 안다.
스물 몇 해 동안 나는 딸에게 아무것도 안 물었고 아무것도 안 말했다.
작년 겨울에 한 번 물었다. 궁에서 성문 얘기가 도느냐고.
그것이 처음이었다.
그런 아비가 와서 말할 것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 그것이 누구 말이겠는가.
딸이 그것을 세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았다.
그리고 딸도 아무 말도 안 했다.
”…예”라고만 했다.
둘 다 알고 둘 다 말 안 했다.
나는 손을 폈다.
”…손을 펴라.”
딸이 폈다.
나는 딸의 손을 잡았다.
작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이 손을 잡은 것이 언제인지 나는 모른다.
두 살 때 잡았을 것이다.
기억이 없다.
손바닥을 짚었다.
”…여기에 네가 있다.”
”…”
“그리고 아이 넷이 있다.”
딸이 나를 봤다.
”…손가락은 방법이다. 손바닥은 지킬 것이다.”
”…”
“잊으면 손을 펴라. 펴면 손바닥이 먼저 보인다.”
나는 손가락을 하나씩 짚었다.
엄지.
”…왕께 빚이 하나 있다.”
딸이 나를 봤다.
한참 봤다.
나는 그것을 견디고 계속했다.
”…열아홉 해 전 일이다.”
”…”
“그 일을 왕께서 한 번도 입에 올리신 적이 없다.”
”…”
“안 하시는 것은 없어서가 아니다. 있어서 안 하시는 것이다.”
”…”
“쓰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쓸 것이 그것 하나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라는 것이다.”
딸이 고개를 숙였다.
둘째 손가락.
”…혼자서는 안 된다.”
”…”
“말하는 자가 하나면 그것은 청이다. 청은 물리면 그만이다.”
”…”
“셋이면 다르다. 셋이 같은 것을 말하면 그것은 이미 그렇게 된 일이 된다.”
”…”
“이 손가락으로 사람을 가리킨다. 가리킬 사람을 셋 만들어라.”
가운뎃손가락.
”…이번 일로 판이 갈렸다.”
”…”
“이긴 쪽이 자리를 나눈다. 나눌 때 다 나눠주지 않는다. 앞에 선 자들이 먼저 가져간다.”
”…”
“그러면 남는 자가 생긴다. 이쪽에도 못 끼고 저쪽에도 못 낀 자들이다.”
”…”
“그자들을 찾아라.”
”…”
“지금은 쓸 데가 없다. 나중에 쓸 데가 있다.”
”…”
“자리를 못 받은 자는 자리를 줄 사람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자에게는 값이 안 든다.”
넷째 손가락.
”…왕은 미루신다.”
”…”
“미루시는 분에게 청하면 미루신다. 그러니 청하면 안 된다.”
”…”
“미룰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딸이 물었다.
”…어떻게요.”
나는 그 물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도 그 자리에서 물으셨다.
그리고 답이 없다.
”…나도 모른다.”
”…”
“그것은 그때 가서 네가 볼 것이다.”
”…”
“이 손가락은 혼자 안 굽는다. 옆것이 같이 굽어야 굽는다.”
새끼손가락.
여기서 나는 잠깐 멈췄다.
이것이 제일 짧다.
그런데 이것이 제일 오래 걸렸다.
어머니가 이것을 말씀하실 때 목소리가 달랐다.
”…너는 세는 것을 잘한다.”
딸이 나를 봤다.
”…”
“세고 또 센다.”
”…”
“그런데 세는 자는 흠이 있다.”
”…”
“세다가 때를 놓친다.”
딸이 아무 말도 안 했다.
”…때가 오면 세지 마라.”
”…”
“한 번 세고 움직여라.”
”…”
“두 번 세면 늦는다.”
말을 마쳤다.
딸이 손을 펴고 있었다.
한참 펴고 있었다.
그러다 접었다.
접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시키지 않았다.
어머니는 나에게 여섯 번을 시키셨다.
딸은 스스로 했다.
딸이 손을 펴고 엄지부터 짚었다.
”…빚이 하나 있다.”
”…혼자서는 안 된다. 셋을 만든다.”
”…어느 쪽에도 못 낀 자를 찾는다.”
”…미룰 수 없게 만든다.”
”…두 번 세면 늦는다.”
한 번에 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서 있었다.
”…손바닥은.”
딸이 손바닥을 봤다.
”…저하고 아이 넷입니다.”
”…그렇다.”
우리는 한참 서 있었다.
딸이 이렇게 물었다.
”…아버지.”
”…”
”…이것을 언제 하라고 하셨습니까.”
나는 그 물음에 답을 못 했다.
어머니가 그것은 안 말씀하셨다.
아버지도 안 말씀하셨을 것이다.
”…모른다.”
”…”
”…아무도 안 알려준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하고 나서 그것이 아버지 말씀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니다.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그대로 옮겼다.
딸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것이 전부였다.
나는 돌아섰다.
돌아서면서 한 번 뒤를 봤다.
딸이 아직 서 있었다.
손을 보고 있었다.
폈다 접었다 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걸어갔다.
궁을 나오면서 나는 그것을 세었다.
내가 오늘 무슨 말을 했는가.
세어보니 다섯 가지다.
그런데 그 다섯 가지가 무슨 뜻인지 나는 반쯤만 안다.
빚이 하나 있다는 것.
그것이 무슨 빚인지 나는 안다.
열아홉 해 전 여름이다.
내 사위가 죽었다.
그때 나는 배치를 봤다.
뒤를 받치는 자리가 없었다.
두 번 봤다. 두 번 다 없었다.
물으러 안 갔다.
말하지 마라. 남아라.
그것이 그 빚이다.
나는 그것을 성문을 나오면서 알았다.
아버지가 그것을 아셨다.
내가 그날 안 물었다는 것을 아셨다.
한 번도 그 말씀을 안 하셨는데 아셨다.
그리고 오늘 나에게 그 말을 옮기게 하셨다.
빚이 하나 있다고.
나는 성문 밖에서 한참 서 있었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나는 오늘 두 번째 지시를 받았다.
첫 번째는 스물세 해 전이었다.
말하지 마라. 남아라.
그것을 스물세 해 했다.
오늘 것은 반대였다.
가서 네 입으로 말해라.
한 번 하고 끝났다.
나는 그것을 세고 걸었다.
진영까지 걸어가는 데 반 각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