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 밧세바 (2부) · 68 / 117
64장 — 옥상, 다시
예루살렘. 다윗이 예순한 살이던 해. 남겨진 열 중 하나.
성경의 기록 · 사무엘하 15장 16절 · 16장 21–22절
나는 왕의 여자다.
후궁이라고 한다.
아내는 아니다. 아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아이가 없다.
일곱 해 있었는데 없었다.
들어온 것은 열일곱에 들어왔다.
성 밖 마을에서 왔다.
아버지가 보냈다.
보내면서 좋은 데 간다고 했다.
궁에 여자가 몇인지 나는 세어본 적이 없다.
세어봐야 소용이 없다.
내 방은 서쪽 아래에 있다.
방이 셋 붙어 있는데 그중 하나다.
문이 얇다.
그날 아침에 성이 비었다.
나가신다고 했다.
새벽부터 사람들이 뛰어다녔다.
짐을 싸고 나귀에 싣고 아이들을 깨웠다.
우리 방에도 사람이 왔다.
시종장이었다.
”…열은 남는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예?”
“집을 지켜야 한다.”
”…”
“왕께서 그렇게 정하셨다.”
그리고 갔다.
그것이 전부였다.
누가 남는지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다.
나중에 알았다.
아이 있는 사람은 다 나갔다.
아이 없는 사람 열이 남았다.
나는 그것을 세어보고 알았다.
세어봐야 소용이 없다고 했는데, 그날은 셌다.
셋을 물어보려고 했다.
하나. 언제 돌아오십니까.
둘. 저희는 무엇을 합니까.
셋. 무슨 일입니까.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정오 전에 다 나갔다.
궁이 비었다.
비어 있는 궁을 나는 처음 봤다.
일곱 해 동안 궁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부엌에 불이 꺼져 있었다.
우리 열이 뜰에 나와 있었다.
아무도 말을 안 했다.
저녁에 들어왔다.
성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사람이 많이 들어왔다.
우리는 방에 있었다.
문을 잠갔다.
문이 얇았다.
밤새 시끄러웠다.
먹고 마시는 소리가 났다.
아무도 우리 방에 안 왔다.
이튿날 아침에도 안 왔다.
낮에도 안 왔다.
우리는 방에 있었다.
먹을 것이 있어서 먹었다.
물을 뜨러 나가야 했는데 하나가 나갔다 왔다.
돌아와서 아무 말도 안 했다.
무엇을 봤느냐고 물으니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많아.”
사흘째 낮에 왔다.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열었다.
셋이었다.
”…나오시오.”
우리는 서로를 봤다.
”…어디로요.”
“위로.”
옥상이라고 했다.
우리는 나갔다.
계단을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나는 아무 생각도 안 했다.
생각이 안 났다.
옥상에 장막이 쳐져 있었다.
새것이었다.
밤에 만든 것 같았다.
크게 쳐져 있었다.
옥상 가운데에 쳐서 아래에서 보면 보이게 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알았다.
보이라고 친 것이다.
가리려고 치는 것이면 구석에 친다.
가운데에 치면 그것은 가리는 것이 아니다.
표시다.
옥상에서 성이 다 보인다.
그러니 성에서도 옥상이 다 보인다.
아래에 사람이 있었다.
뜰에도 있고 길에도 있고 지붕에도 있었다.
올려다보고 있었다.
얼굴이 보이는 거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하나는 보였다.
부엌에서 일하던 여자였다.
이름은 모른다. 일곱 해 동안 하루에 한 번씩 봤는데 이름을 모른다.
항아리를 들고 서 있었다.
들고 서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봤다.
보고 나서 눈을 감았다.
누가 먼저 감았는지 모른다.
감고 나서 안 떴다.
뜰 수가 없었다.
어제 아침까지 우리는 왕의 여자였다.
방이 있고 밥이 오고 물이 왔다.
나는 일곱 해 그랬고, 오래된 사람은 열 몇 해 그랬다.
지금 옥상에 서 있다.
아래에서 성이 보고 있다.
이것을 눈 뜨고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무릎이 안 펴졌다.
앉은 것이 아니라 그냥 안 펴졌다.
옆에 선 사람이 내 팔을 잡았다.
잡은 손이 떨렸다.
우리는 입술을 물었다.
물고 있으면 소리가 안 난다.
소리는 안 났다.
눈물은 났다.
감은 눈에서 났다.
닦은 사람이 없었다.
닦으려면 손을 들어야 하는데 손을 들 수가 없었다.
들어가라고 한 사람이 없었다.
우리가 알아서 들어갔다.
그것이 제일 이상했다.
들어가라고 안 했는데 우리가 들어갔다.
여기까지 쓴다.
나온 것은 저녁이었다.
옷을 여미는데 손이 안 맞았다.
두 번 여미다가 그냥 놓았다.
옆에 선 사람도 그러고 있었다.
우리는 계단을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아래를 봤다.
아직 있었다.
아무도 소리를 안 냈다.
웃지도 않았고 욕하지도 않았다.
보기만 했다.
나는 그것이 제일 견디기 어려웠다.
욕을 하면 대꾸할 것이 있다.
보기만 하면 없다.
방에 들어와서 우리 열이 앉아 있었다.
소리 내어 우는 사람은 없었다.
우는 사람이 하나쯤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
소리를 안 냈을 뿐이다.
앉아서 다들 그러고 있었다.
한참 있다가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이제 어떻게 되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날 밤에 그것을 세어봤다.
세는 것을 나는 잘 못한다.
그래도 셌다.
왜 우리인가.
우리가 무엇을 했는가.
아무것도 안 했다.
성이 비었을 때 우리는 방에 있었다.
들어올 때도 방에 있었다.
사흘 동안 물 한 번 뜨러 나갔다.
그것뿐이다.
그러면 왜 우리인가.
세다가 나는 알았다.
우리가 무엇을 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왕의 여자여서다.
왕의 여자를 취하면 왕의 자리를 취한 것이 된다.
그것이 옛날부터 그렇다고 한다.
들어와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울왕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했다.
군대장관이 죽은 왕의 첩을 취해서 큰일이 났다고 했다.
그때는 그 이야기가 남 이야기였다.
그러니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표시였다.
여기 이것을 취했다는 표시다.
성에서 보라고 옥상에 친 것이다.
보면 사람들이 안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되돌릴 수 없으면 붙은 사람들이 안 흔들린다.
나는 그것을 그날 밤에 알았다.
알고 나서 이상했다.
무섭지가 않았다.
낮에는 무서웠다.
밤에 알고 나니 안 무서웠다.
무서운 것은 사람이 나에게 무엇을 할 때다.
표시가 되는 것은 다르다.
표시에게는 아무도 무엇을 하지 않는다.
그냥 세워두는 것이다.
그것을 알고 나니 무섭지 않았다.
무섭지 않은 것이 더 나쁜 것인지 나는 모른다.
누가 이것을 정했는지 나는 나중에 들었다.
늙은 어른이 그러라고 했다고 했다.
길로에서 온 어른이라고 했다.
왕께 오래 계시던 분인데 이번에 넘어오셨다고 했다.
그분이 조언하셨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아무 생각도 안 했다.
그분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궁 안뜰에 앉아 계셨다는데 나는 서쪽 아래에 살아서 안뜰에 갈 일이 없다.
일곱 해 동안 한 번도 못 봤다.
한 번도 못 본 사람이 나를 정했다.
그 뒤로 우리는 그 방에 있었다.
아무도 우리를 부르지 않았다.
밥은 왔다.
물도 왔다.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밥은 왔다.
물도 왔다.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닷새쯤 지나서 하나가 물을 뜨러 나갔다.
돌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아직 보고 있어.”
”…뭐를.”
”…옥상.”
지나가면서 올려다본다고 했다.
장막이 그대로 있다고 했다.
걷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듣고 알았다.
걷으면 없어진다.
두고 두면 매일 보인다.
매일 보이면 매일 안다.
그것도 세어놓은 것이다.
나는 스물넷이다.
일곱 해 전에 여기 들어왔다.
아버지가 보내면서 좋은 데 간다고 했다.
나는 아무것도 안 물어봤다.
물어볼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지금은 물어볼 것이 셋 있다.
언제 끝납니까.
저희는 무엇이 됩니까.
누가 정했습니까.
셋째는 들어서 안다.
늙은 어른이 그러라고 했다고 한다.
길로에서 온 어른이라고 한다.
나는 그분을 본 적이 없다.
궁 안뜰에 앉아 계셨다는데, 나는 서쪽 아래에 살아서 안뜰에 갈 일이 없다.
일곱 해 동안 한 번도 못 봤다.
한 번도 못 본 사람이 나를 정했다.
앞의 둘은 물어볼 사람이 없다.
밖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싸움이 있을 것이라고들 한다.
어느 쪽이 이길지는 아무도 말 안 한다.
이기는 쪽이 정해지면 우리는 그다음에 무엇이 될 것이다.
무엇이 되는지는 그때 알 것이다.
우리 열은 방에 있다.
문이 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