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 밧세바 (2부) · 67 / 117

63장 — 선을 끊다

길로에서 헤브론으로. 다윗이 예순한 살이던 해. 아히도벨 일흔넷.

기록 사이의 빈칸 · 사무엘하 15장 12절, 31절에서 확장

나흘 전에 나섰다.

길로에서 헤브론까지 나흘이다.

이레 전에 사람이 왔다.

넷이었다. 옷이 좋았다.

스물세 해 전에도 넷이 왔다. 그때는 왕의 사람이었다.

앞장선 자가 물었다.

“길로 사람 아히도벨 어른이십니까.”

”…그렇소.”

“왕자께서 오시라 하십니다.”

왕자라고 했다.

왕이라고 안 하고 왕자라고 했다.

그것도 세어둘 것이었다.

나귀를 탔다.

젊었을 때는 걸었다. 마흔둘에도 걸었다. 그일라까지 하루 반을 걸어갔다 왔다.

지금은 못 걷는다.

가면서 나는 세었다. 여섯 해 동안 세던 것을 마저 세었다.

세 가지를 세었다.

하나. 판이 기울었는가.

기울었다.

성문에 사람이 네 해째 갔다. 남쪽에서 소집에 사람이 덜 왔다.

성읍 어른들 말투가 달라졌다고 아들이 그랬다.

미안하다고 하는 것과 그냥 없다고 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둘. 무엇을 파는가.

나는 열일곱 해 동안 궁 안뜰에 앉아 있었다. 내려온 지 여섯 해다.

왕이 언제 나가시고 언제 안 나가시는지 안다.

무엇을 정하시고 무엇을 안 정하시는지 안다.

성벽이 어디가 두껍고 어디가 얇은지 안다.

물이 어디서 오는지 안다.

그것을 아는 자가 이 성에 여럿이다.

그런데 그것을 세어본 자는 나뿐이다.

셋. 내가 왜 가는가.

이것을 나는 나흘 동안 세었다.

세었는데 답이 하나로 안 나왔다.

세 가지가 나왔다.

첫째는 손녀다.

열아홉 해 전에 그 아이가 열여덟이었다.

밤에 사람 셋이 왔고 그 아이가 나갔다.

두 달 뒤에 나에게 왔다.

내가 그때 아무 말도 못 했다.

평생 셈을 하고 살았는데 그날 아무것도 안 나왔다.

그리고 사위가 죽었다.

성벽 아래에서 죽고 시신을 못 거뒀다.

내가 그때 한 것은 손녀를 궁에 들여보낸 것이다.

그것 말고 방법이 없었다.

방법이 없었다는 것은 참이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열아홉 해 동안 나는 그것을 어디에도 안 놓았다.

놓을 데가 없었다.

왕이었다.

둘째는 물으시지 않은 것이다.

열일곱 해 동안 나는 안뜰에 앉아 있었다.

부르시면 갔다. 물으시면 답했다. 답하면 대개 맞았다.

성읍과 세와 밖에서 온 자만 물으셨다. 안의 일은 한 번도 안 물으셨다.

이것은 첫째보다 작은 것이다.

작은데 매일 있었다.

첫째는 열아홉 해 동안 몇 번 생각났다.

둘째는 아침마다 생각났다.

셋째는 이것이다.

나는 일흔넷이다.

지금 아니면 없다.

셋 중에 무엇이 제일 큰지 나는 모른다.

나흘을 세어도 안 나왔다.

헤브론에서 나팔이 울렸다.

그리고 이튿날 나는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이백과 함께 왔다.

오는 길에 소식이 왔다.

왕이 성을 비웠다고 했다.

나는 그것을 듣고 나귀 위에서 잠깐 있었다.

빨랐다.

내가 셈한 것보다 빨랐다.

이레는 걸릴 줄 알았다.

성벽이 두꺼우니 버티실 줄 알았다.

버티시다가 물이 끊기면 그때 나오실 줄 알았다.

하루 만에 나오셨다.

나는 그것을 오래 생각하지 못했다.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성에 들어온 것이 저녁이었다.

성문이 열려 있었다.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압살롬이 앞에 있었다.

스물다섯이다.

들어가면서 나는 사람들 얼굴을 봤다.

무서워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구경하는 얼굴이었다.

나는 그것을 봤다.

들어가서 나는 먼저 궁 옆 내 집에 갔다.

아내가 있었다.

일흔이 넘었다.

나를 보고 아무 말도 안 했다.

내가 나흘 전에 나갈 때 어디 간다고 안 했다.

돌아와서도 안 말했다.

말 안 해도 알았을 것이다.

”…아이는.”

내가 물었다.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어제 나갔습니다.”

”…”

“왕을 따라 나갔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아이들도.”

”…넷 다 데리고 나갔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참 서 있었다.

그것이 맞다.

나는 그것을 그 자리에서 알았다.

후궁 열이 남았다고 들었다. 집을 지키라고 남기셨다고 했다.

거기 안 들어갔다.

아들을 넷 낳은 사람은 남기지 않으신다.

왕자를 두고 가지 않으신다.

그리고 그 아이도 남았으면 안 됐다.

남으면 무엇이 되겠는가.

반역한 자의 손녀가 궁에 남아 있으면, 이긴 쪽이 그것을 무엇으로 보겠는가.

붙었다고 본다.

붙었다고 보면 처음에는 쓴다.

쓰다가 나중에 없앤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나보다 먼저 알았다.

나는 그날 밤 마당에 앉아 있었다.

성 안이 시끄러웠다.

들어온 자들이 먹고 마셨다.

나는 안 나갔다.

앉아서 생각했다.

내가 나흘 전에 나갈 때 그 아이에게 아무 말도 안 했다.

말하려고 했었다.

나가기 전날 저녁에 그 아이가 왔다.

여느 때처럼 왔다.

앉으라고 했다.

앉았다.

요새 무슨 얘기가 도느냐고 물었다.

옮겼다.

성문 이야기였다.

밖에서 온 사람들이 몇이나 되는지, 어느 성읍에서 오는지.

나는 다 들었다.

듣고 나서 나는 그 아이에게 말하려고 했다.

나는 내일 나간다.

그 말을 하려고 했다.

하면 그 아이가 무엇을 하겠는가.

말리거나, 따라오려 하거나, 아니면 그 자리에서 셈을 시작한다.

셈을 시작하면 그 아이도 무엇인가 하게 된다.

무엇인가 하면 그것이 남는다.

남으면 나중에 그 아이 것이 된다.

나는 그래서 안 했다.

대신 이렇게만 말했다.

”…요새 성 안이 어수선하다.”

”…예.”

“어수선할 때는 나서지 마라.”

”…”

“보고 있어라. 보고만 있어라.”

그 아이가 나를 봤다.

한참 봤다.

”…할아버지.”

”…”

”…어디 가십니까.”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물어봤다.

열두 해 동안 그 아이는 나에게 무엇을 물어본 적이 없다.

내가 물으면 답했다.

먼저 물은 것이 그날이 처음이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가거라.”

그 아이가 일어섰다.

일어서서 잠깐 서 있었다.

무슨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열아홉 해 전에도 그랬다.

임신했다고 말하고 나서, 가서 자라고 했더니, 일어서서 잠깐 서 있었다.

그때도 무슨 말을 기다렸다.

그때도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이번에도 안 했다.

그 아이가 나갔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나는 그날 밤에 그것을 다시 세었다.

말을 안 한 것이 잘한 것인가.

잘했다.

말했으면 그 아이가 궁에 남았을 수도 있다.

남아서 나를 기다렸을 수도 있다.

기다리면 죽는다.

그러니 말 안 한 것이 맞다.

말 안 했더니 그 아이가 스스로 나갔다.

나가는 것이 맞다.

선을 끊는 것이 지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마흔 해 동안 알고 있었다.

길로에서 밀고하지 않은 것이 그것이다.

준 것은 남고 안 한 것은 안 남는다.

안 남는 것이 지키는 것이다.

지금도 같다.

내가 그 아이에게 아무 말도 안 했으니, 그 아이는 나를 모른다.

모르는 것이 그 아이를 살린다.

셈이 맞았다.

맞았는데 그날 밤 잠이 안 왔다.

이런 밤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는 마흔여섯 해 전 수풀에서였다.

나흘을 보고 돌아오던 밤이었다.

셈이 다 맞았는데 하나가 안 맞았다.

다친 자를 이틀 기다렸다가 넷이 지고 옮긴 것.

두 번째는 서른네 해 전이었다.

아들을 보내고 나서였다.

셈이 맞았다. 값이 쌌다. 지금 아니면 못 들어간다.

맞았는데 잠이 안 왔다.

세 번째가 오늘이다.

세 번 다 같다.

셈은 맞는데 무엇인가 남는다.

남는 것에 나는 이름을 못 붙였다.

마흔여섯 해 동안 못 붙였다.

이튿날 아침에 압살롬이 나를 불렀다.

궁 안이었다.

내가 열일곱 해 동안 안뜰에 앉아 있던 그 궁이다.

들어가니 그가 앉아 있었다.

내가 앉을 자리를 가리켰다.

앞자리였다.

열일곱 해 동안 나는 그 자리에 앉아본 적이 없다.

앉았다.

그가 이렇게 물었다.

”…어른, 이제 무엇을 해야 합니까.”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물었다.

먼저 물었다.

열일곱 해 동안 나는 부르시면 갔고 물으시면 답했다.

물어보는 것은 늘 저쪽이었다.

그런데 오늘 물어보는 방식이 다르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합니까.

무엇을 아느냐고 묻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것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