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 밧세바 (2부) · 62 / 117

58장 — 보리밭

예루살렘. 다윗이 쉰일곱 살이던 해. 압살롬 스물셋.

성경의 기록 · 사무엘하 14장 28–33절

돌아온 지 두 해가 되었다.

성 안에 있다.

내 집이 있고 마당이 있고 종이 있다.

궁까지 걸어서 얼마 안 된다.

두 해 동안 아버지를 뵙지 못했다.

돌아온 날 요압 장군이 궁에 들어갔다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자기 집으로 가라고 하셨다고.

왕의 얼굴은 보지 못한다고 하셨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무슨 뜻인지 물었다.

장군이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있다가 이렇게만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셨다.”

처음 석 달은 기다렸다.

부르실 줄 알았다.

데려오라고 하신 것이 아버지시다.

데려오라고 하셨으면 무엇인가 하시려는 것이다.

석 달을 기다렸다.

안 부르셨다.

한 해를 기다렸다.

안 부르셨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아무것도 안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에 앉아 있었다.

낮에도 앉아 있었다.

저녁에 사람을 불렀다. 부르면 젊은 자들이 왔다.

와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했다.

무엇을 이야기했는지 나는 지금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여섯 해 전에 큰형이 그러셨다.

낮에 뜰에 앉아 계시고 저녁에 사람을 부르셨다.

뭐 재밌는 거 없나 하고 물으셨다.

나는 그것을 옆에서 봤고 그때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

그술에서는 아침에 나갔다.

성문에 나가서 앉아 있었다.

듣는 것이 일이었다.

일이 있으면 하루가 간다.

여기서는 하루가 안 간다.

무엇을 해야 부르시는지 나는 몰랐다.

세어봤다.

하나. 잘못했다고 하면 부르시는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하나.

큰형을 죽인 것을 잘못했다고 하면, 그러면 아버지는 그것을 정하셔야 한다.

정하시면 나를 죽이시거나 용서하시거나 하셔야 한다.

두 해 동안 안 정하셨다.

내가 잘못했다고 해도 안 정하실 것이다.

둘. 가만히 있으면 부르시는가.

두 해 동안 가만히 있었다.

안 부르셨다.

셋. 무엇을 하면 부르시는가.

여기서 나는 막혔다.

아버지는 청하면 하신다.

두 해 전에 내가 형을 청했더니 보내셨다.

네 해 전에 다말을 청한 자가 있었고 보내셨다.

청하면 하신다.

그런데 나는 청할 자리가 없다.

궁에 못 들어간다.

청하려면 들어가야 하고, 들어가려면 부르셔야 한다.

거기서 막힌다.

그래서 나는 요압 장군에게 사람을 보냈다.

장군은 궁에 들어간다.

내 말을 왕께 넣어줄 수 있는 사람이 그 사람뿐이다.

당숙이시다.

아버지의 누이의 아들이시니 나에게 당숙이 되신다.

세 해 전에 그술까지 오셔서 나를 데려오신 분이다.

그러니 오실 줄 알았다.

안 오셨다.

한 달 뒤에 다시 보냈다.

안 오셨다.

나는 그것을 오래 생각했다.

왜 안 오시는가.

하나. 바쁘시다.

군대장관이시니 바쁘시다.

그런데 반 각 거리다.

둘. 오시면 곤란해지신다.

내가 무엇을 청할지 아신다.

청을 받으면 왕께 넣어야 한다.

넣으면 그것은 장군이 또 왕가 일에 손을 대는 것이 된다.

한 번 했으면 됐다고 여기시는 것이다.

셋. 나를 다 쓰셨다.

세 해 전에 나를 데려오신 것은 왕을 위해서였다.

왕이 보고 싶어 하시니 데려오셨다.

데려왔더니 왕이 안 보신다.

그러면 장군 입장에서 이 일은 끝난 일이다.

끝난 일에 다시 손을 대지 않으신다.

나는 셋째라고 봤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끝난 일을 다시 시작하게 해야 한다.

사람은 자기 것이 상하면 온다.

장군의 밭이 내 밭 옆에 있다.

보리가 있었다.

벨 때가 가까웠다.

나는 종들을 불렀다.

”…저 밭에 불을 놓아라.”

하나가 나를 봤다.

”…어른.”

“놓아라.”

”…장군 밭입니다.”

“안다.”

그날 밤에 놓았다.

보리는 잘 탄다.

벨 때가 가까우면 마르니까 더 잘 탄다.

멀리서 봐도 보였다.

이튿날 아침에 오셨다.

두 번 보내도 안 오시던 분이 하루 만에 오셨다.

마당에 서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네 종들이 내 밭에 불을 놓았느냐.”

나는 대답했다.

“두 번 사람을 보냈습니다.”

”…”

“두 번 다 안 오셨습니다.”

”…”

“오시게 하려고 그렇게 했습니다.”

장군이 나를 봤다.

한참 봤다.

화가 나신 얼굴이 아니었다.

무엇인가 세시는 얼굴이었다.

”…무엇을 하려고 나를 부르나.”

나는 준비한 말을 했다.

“왕께 여쭈어주십시오.”

”…”

“어찌하여 저를 그술에서 돌아오게 하셨느냐고 여쭈어주십시오.”

”…”

“그술에 그냥 있었으면 나았을 것입니다.”

장군이 아무 말도 안 하셨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이제 왕의 얼굴을 뵙게 해주십시오.”

”…”

“저에게 죄가 있으면 죽이시는 것이 옳습니다.”

그 말을 하고 나서 나는 장군을 봤다.

장군이 그 말을 듣고 무엇을 세시는지 나는 몰랐다.

한참 있다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알겠다.”

그리고 가셨다.

밭값 이야기는 안 하셨다.

그날 저녁에 궁에서 사람이 왔다.

들어오라고 하셨다.

두 해 만이었다.

들어갔다.

아버지가 앉아 계셨다.

쉰일곱이시다.

세 해 전에 떠날 때보다 살이 붙어 계셨다.

수염에 흰 것이 많았다.

나는 땅에 엎드려 절했다.

얼굴을 땅에 대고 절했다.

한참 그러고 있었다.

일어나라는 말씀이 없으셨다.

더 있었다.

그러다 발소리가 났다.

내려오셨다.

나를 일으키셨다.

그리고 입을 맞추셨다.

나는 그 순간에 아무 생각도 안 났다.

두 해 동안 세어본 것이 여럿인데 하나도 안 났다.

아버지가 나를 안으셨다.

한참 안고 계셨다.

그리고 놓으셨다.

나는 무슨 말씀이 있을 줄 알았다.

없었다.

”…가거라.”

그것이었다.

나는 절을 하고 나왔다.

나와서 마당을 걸었다.

걸으면서 나는 그것을 세었다.

무엇이 정해졌는가.

아무것도 안 정해졌다.

죄가 있다고도 안 하셨고 없다고도 안 하셨다.

큰형 일을 말씀하지 않으셨다.

다말 이야기도 안 하셨다.

그술 세 해도 안 물으셨다.

뵈었다.

그것뿐이었다.

두 해 동안 내가 원한 것이 그것이었다.

원한 것을 받았다.

받고 나니 아무것도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나는 마당에 앉아 있었다.

밤이 됐다.

나는 그날 밤에 그것을 알았다.

아버지는 정하지 않으신다.

죽이지도 않으시고 용서하지도 않으신다.

부르지도 않으시고 잡지도 않으신다.

보시고 안으시고 가라고 하신다.

그것이 전부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해도 그러실 것이다.

외조부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네 아비는 정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그때는 그 말을 반쯤 알아들었다.

지금 다 알아들었다.

이튿날 아침에 나는 사람을 불렀다.

병거를 만들라고 했다.

말을 사라고 했다.

그리고 사람을 오십 뽑으라고 했다.

젊고 다리가 좋은 자로 뽑으라고 했다.

싸울 자가 아니라 달릴 자로 뽑으라고 했다.

병거 앞에서 달릴 자들이다.

오십이면 적은 수다.

요압 장군은 천 단위로 세신다.

오십은 그분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싸움에 쓰면 그렇다.

나는 싸움에 쓰려는 것이 아니다.

성문 앞을 매일 지나가려는 것이다.

매일 지나가면 사람들이 매일 본다.

그술에서 배운 것이 그것이다.

외조부께서는 매일 성문에 나가 앉으셨다.

비 오는 날 말고는 매일 나가셨다.

정하시는 것은 열 마디였고 듣는 것이 반 각이었다.

그리고 매일이었다.

여기서는 아버지가 한 달에 한 번 나가신다.

안 나가시는 달도 있다.

성문에 사람이 온다.

와서 서 있다가 돌아간다.

아무도 안 듣는다.

나는 그것을 두 해 동안 마당에서 들었다.

들으면서 아무것도 안 했다.

이제 한다.

병거는 한 달 걸린다고 했다.

말은 저지대에서 사 온다고 했다.

사람은 열흘이면 뽑는다고 했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할지 정했다.

아침에 성문에 나가 앉기로 했다.

정하지는 않는다.

정할 권한이 없다.

듣기만 한다.

듣는 것은 권한이 없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