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 밧세바 (2부) · 61 / 117
57장 — 드고아 여인
예루살렘. 다윗이 쉰다섯 살이던 해. 요압 쉰셋.
성경의 기록 · 사무엘하 14장 1–24절
세 해였다.
압살롬이 그술에 간 것이 세 해 전이다.
그동안 왕은 아무것도 안 하셨다.
잡아오라고도 안 하셨고 오라고도 안 하셨다. 죽은 아들 일도 정리하지 않으셨다.
우신다는 말만 돌았다.
그 말도 두 해쯤 지나니 안 돌았다.
세 해째에 나는 다른 것을 봤다.
저녁에 뜰에 나와 계실 때가 있는데, 북쪽을 보신다.
그술이 북쪽이다.
한 번이면 그러려니 한다.
세 번을 봤다.
그리고 한번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물자 셈을 아뢰러 갔을 때였다.
”…요단 건너 소식이 오는 것이 있나.”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무슨 소식 말씀이십니까.”
”…아무거나.”
그러고 나서 다른 것을 물으셨다.
나는 그날 그것을 정리했다.
보고 싶어 하신다.
그런데 안 부르신다.
부르시면 되는데 안 부르신다.
부르면 무엇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르면 죽은 아들 일을 정해야 하고, 죽인 아들 일도 정해야 한다.
정하면 한쪽이 진다.
그래서 안 부르신다.
나는 그것을 이십 몇 해 동안 봤다.
기브온에서 내 동생이 죽었을 때도 그러셨다.
잘했다고 하셨다. 그것이 다였다.
세 해 뒤에 그 동생을 죽인 자와 사흘을 앉아 술을 드셨다.
내가 그를 성문에서 쳤을 때 마당에서 나를 저주하셨다.
저주하시고 나서 군대장관 자리는 그대로 두셨다.
정하신 것이 아니다.
저주도 하시고 자리도 두시는 것은, 정하지 않으신 것이다.
이번에도 같았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내가 물릴 수는 없다.
군대장관이 왕께 아들을 부르시라고 말할 수 없다.
말하면 그것은 내가 왕가의 일에 손을 대는 것이 된다.
말하지 않고 말하게 해야 한다.
여섯 해 전 일을 나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선지자가 왕께 이야기를 하나 했다고 했다.
부자와 가난한 자와 암양 새끼 하나.
부자가 나그네를 대접하려고 가난한 자의 암양 새끼를 빼앗아 잡았다고 했다.
왕이 그것을 들으시고 크게 노하셨다고 했다.
이 일을 행한 자는 죽어 마땅하다고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네 배로 갚아야 한다고 정하셨다고 했다.
정하시고 나서 선지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당신이 그 사람입니다.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랍바에 있었다.
돌아와서 들었다.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을 오래 생각했다.
선지자가 신의 말을 전한 것이라고들 했다.
나는 그렇게 안 봤다.
신의 말이면 처음부터 말하면 된다.
굳이 이야기를 지어서 할 이유가 없다.
지어서 한 것은 방법이다.
방법이면 나도 쓸 수 있다.
다만 나는 선지자가 아니다.
선지자가 하면 신의 말이 되고 내가 하면 속인 것이 된다.
그러니 나는 앞에 서면 안 된다.
여자를 하나 구했다.
드고아 사람이었다.
드고아는 베들레헴에서 남쪽으로 반나절이다. 산지고 척박하다.
거기 말 잘하는 여자가 있다고 들었다.
가서 보니 오십쯤 됐고 과부였다.
앉아서 이야기하는데 말이 막히지 않았다.
그리고 눈이 좋았다.
말하면서 상대 얼굴을 본다.
말 잘하는 사람은 많은데 보면서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값을 물었다.
값을 부르지 않고 무엇을 하는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말해줬다.
왕 앞에 가서 이야기를 하나 하는 일이다.
그 이야기가 지어낸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 왕이 아시게 될 수도 있다.
아시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왕은 여자를 치지 않으신다.”
그것이 참인지 나는 몰랐다.
그런데 여자가 하겠다고 했다.
이야기를 짜는 데 사흘이 걸렸다.
과부로 한다.
남편이 죽고 아들이 둘 있는 과부다.
들에서 싸우게 한다.
들에서 둘이 싸우다가 하나가 하나를 죽인다.
들이어야 한다. 집 안에서 싸우면 말리는 사람이 있다.
친족이 일어나게 한다.
죽인 아들을 내놓으라고 한다. 피값을 치러야 한다고 한다.
이것이 법이다. 법이니 그들이 옳다.
그러면 남는 것이 없다.
아들 둘 중에 하나가 죽었고, 남은 하나마저 가면 그 집에 씨가 없다.
남편의 이름이 땅에서 끊긴다.
여기까지 짜고 나서 나는 세어봤다.
왕이 이것을 들으시면 어느 쪽으로 정하시겠는가.
법대로 하면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법대로 하면 그 집이 없어진다.
왕은 법을 아신다.
그리고 없어지는 것도 아신다.
둘 중에 어느 쪽을 고르시겠는가.
나는 남은 아들 쪽으로 정하실 것이라고 봤다.
근거가 있었다.
왕은 남은 것을 세신다.
들에서 짐승을 치던 분이다.
죽은 것은 묻고 남은 것을 센다.
그리고 지금 왕께 남은 아들이 하나 줄었다.
여자를 보냈다.
상복을 입혔다. 오래 죽은 사람을 위해 슬퍼하는 사람처럼 꾸몄다.
기름을 바르지 말라고 했다.
머리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말을 세 번 외우게 했다.
세 번 다 같았다.
그날 나는 궁에 안 갔다.
가면 안 됐다.
밖에서 기다렸다.
한 각쯤 걸렸다.
나중에 들은 것이 이랬다.
여자가 들어가서 엎드렸다고 했다.
이야기를 다 했다고 했다.
왕이 다 들으시고 이렇게 정하셨다고 했다.
네 아들의 머리카락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하셨다.
그러자 여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 왕께서는 어찌하여 하나님의 백성에게는 이같이 하십니까.
왕께서 지금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스스로를 정죄하신 것입니다.
내쫓긴 자를 돌아오게 하지 아니하십니다.
나는 그 말을 밖에서 전해 들었다.
들으면서 나는 그것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잘 된 것은 여자가 그 말을 제자리에서 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만 일렀어도 안 됐고, 한 마디만 늦었어도 안 됐다.
값을 더 줘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그다음이 있었다.
왕이 여자에게 이렇게 물으셨다고 했다.
이 모든 일에 요압이 너와 함께하지 아니하였느냐.
나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서 있었다.
여자가 인정했다고 했다.
왕의 종 요압이 나에게 명하여 이 말을 내 입에 두었다고 했다고 했다.
숨기지 않았다.
숨기라고 하지도 않았다.
숨기면 더 크게 된다.
그날 저녁에 부르셨다.
들어갔다.
앉아 계셨다.
나를 보시고 오래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자네가 했나.”
”…예.”
”…”
”…”
”…왜 그렇게 했나.”
나는 대답했다.
”…말씀드릴 수 없는 일이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
“군대장관이 왕가의 일을 아뢰면 그것은 다른 일이 됩니다.”
왕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한참 있다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 일을 허락한다.”
”…”
“가서 그 청년 압살롬을 데려오라.”
나는 절을 했다.
땅에 엎드려 절했다.
그리고 왕을 축복했다.
”…내 주 왕이여, 오늘 왕께서 종의 청을 들어주셨으니 종이 왕께 은혜 입은 줄을 아나이다.”
그 말은 준비한 말이 아니었다.
나온 말이었다.
나오고 나서 나도 놀랐다.
이십 몇 해 만이었다.
그분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이.
나는 그술로 갔다.
가서 데려왔다.
나흘씩 여드레였다.
오는 길에 그와 말을 몇 마디 했다.
스물하나가 되어 있었다.
세 해 전에 갈 때는 열여덟이었다.
얼굴이 달라져 있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처음에는 몰랐다.
한참 보고 알았다.
듣는 얼굴이 되어 있었다.
내가 말하면 끝까지 들었다.
중간에 말을 자르지 않았다.
그것이 좋았다.
그때는 좋았다.
성에 닿았다.
왕께 아뢰었다.
왕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기 집으로 가게 하라.”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예.”
”…”
“내 얼굴은 보지 못하게 하라.”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무슨 말씀인지 알아듣는 데 시간이 걸렸다.
데려오라고 하셨다.
내가 세 해를 보고 사람을 사고 이야기를 짜서 데려왔다.
데려왔더니 얼굴을 안 보시겠다고 하신다.
부르신 것도 아니고 안 부르신 것도 아니다.
성 안에 있는데 못 뵙는다.
그러면 그술에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다른 것이 하나 있다.
그술에서는 멀었다.
여기서는 걸어서 얼마 안 된다.
나는 궁을 나왔다.
나오면서 나는 그것을 세었다.
저주하시고 자리는 두신 것.
우시면서 안 부르신 것.
데려오라 하시고 안 보시는 것.
세 번이다.
세 번 다 같다.
한쪽을 하시고 다른 쪽을 안 하신다.
그리고 그것을 정한 것이라고 여기신다.
나는 그날 밤 오래 앉아 있었다.
내가 무엇을 한 것인지 세어봤다.
세 해를 봤고, 사람을 샀고, 이야기를 짰고, 데려왔다.
그리고 나온 것이 반쪽이다.
반쪽은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나쁠 때가 있다.
아무것도 아니면 그대로 있다.
반쪽이면 움직인다.
움직이는데 갈 데가 없으면 어디로 가는가.
나는 그것을 그날 밤에 세어보다가 그만두었다.
세어도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