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 밧세바 (2부) · 57 / 117
53장 — 양털 깎는 곳
바알하솔. 다윗이 쉰두 살이던 해. 압살롬 열여덟.
성경의 기록 · 사무엘하 13장 23–39절
나는 왕의 셋째 아들이다.
어머니는 그술 왕 달매의 따님이시고, 다말이 내 친누이다. 같은 어머니에게서 났다.
압살롬이 내 이름이다.
두 해를 기다렸다.
기다린 것은 아버지 때문이었다.
그날 저녁에 나는 아버지가 부르실 줄 알았다.
부르셔서 나에게 묻고, 암논에게 묻고, 다말에게 묻고, 그리고 정하실 줄 알았다.
정하시면 나는 그대로 하려고 했다.
법대로 하시든, 다르게 하시든, 정하시기만 하면 나는 따랐을 것이다.
닷새를 기다렸다.
열흘을 기다렸다.
한 달이 지나고 나서 나는 다말에게 물었다.
아버지께서 무슨 말씀이 없으시더냐고 물었다.
없으셨다고 했다. 심히 노하셨다고만 들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방에서 나왔다.
나오면서 문간에서 한 번 돌아봤다.
다말이 앉아 있었다.
색을 넣은 옷을 안 입고 있었다.
그날 나는 정했다.
두 해를 더 기다린 것은 그 뒤였다.
정하고 나서 두 해를 기다렸다.
왜 두 해냐고 하면, 그전에는 안 됐기 때문이다.
암논은 궁 안에 있다.
궁 안에서는 안 된다.
궁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그것은 궁의 일이 되고, 궁의 일은 아버지가 정하신다.
아버지는 정하지 않으신다.
그러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궁 밖으로 나가야 한다.
나가는 명분이 필요했다.
양털 깎는 때가 있다.
봄 지나 여름 들어갈 무렵이다. 그때 목장을 가진 집은 사람을 모아서 깎고, 깎고 나면 잔치를 한다.
그것이 옛날부터 있는 일이다.
깎는 데 사람이 많이 들어가고, 깎고 나면 먹인다.
나는 에브라임 곁 바알하솔에 목장이 있다.
어머니 쪽에서 온 것이다. 그술에서 오신 분이라 여기 땅이 없으실 것 같지만, 왕과 혼인하실 때 받은 것이 있다.
거기 양이 있다.
두 해 동안 나는 그 목장을 늘렸다.
늘린 이유가 그것 하나만은 아니다.
늘려두면 쓸 데가 많다.
깎을 때가 되었을 때 나는 아버지께 갔다.
“종에게 양털 깎는 일이 있습니다.”
”…그래.”
“왕께서 신하들을 데리고 함께 가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버지가 웃으셨다.
”…아니다, 내 아들아.”
”…”
“우리가 다 가면 네게 누가 된다.”
그럴 줄 알았다.
아버지는 안 나가신다.
원정에도 안 나가시고 이런 데도 안 나가신다.
내가 열한 살 때부터 그러셨다.
두 번 더 청했다.
두 번 다 웃으시면서 안 가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복을 빌어주셨다.
그러고 나서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그러시면, 형 암논이라도 저희와 함께 가게 해주십시오.”
아버지가 나를 보셨다.
한참 보셨다.
”…그가 너와 함께 갈 것이 무엇이냐.”
나는 그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아버지가 아셨다.
그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그가 너와 함께 갈 것이 무엇이냐.
두 해 동안 나는 암논과 한마디도 안 했다.
마주쳐도 안 했다.
그것을 궁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오늘 내가 형을 청한다.
이상하다고 보시는 것이 맞다.
아버지가 이상하다고 보셨다.
그리고 나는 다시 청했다.
두 번 청했다.
아버지가 보내셨다.
암논과 왕자들을 다 보내셨다.
나는 그 마당을 나오면서 아무 생각도 안 했다.
한참 걷고 나서 생각이 왔다.
두 해 전에도 아버지가 보내셨다.
다말을 암논의 집으로 보내신 것이 아버지였다.
그때도 이상하다고 보셨을 수 있다.
앞에서 만들어 먹으라는 것은 이상한 청이다.
그런데 보내셨다.
이번에도 이상하다고 보시고 보내셨다.
두 번 다 청하는 대로 하셨다.
나는 그것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몰랐다.
하나로 읽으면, 아버지는 아무것도 안 보시는 분이다.
청하면 주시고, 주시고 나서 무슨 일이 나면 심히 노하신다.
다르게 읽으면, 아버지는 다 보시는 분이다.
보시고도 보내신다.
보내시는 것이 아버지가 하실 수 있는 전부여서 그러신 것이다.
두 해 동안 못 정하신 것을, 오늘 이렇게 정하신 것이다.
나는 두 번째로 읽었다.
지금도 그렇게 읽는다.
그것이 맞는지 나는 모른다.
물어볼 수가 없다.
바알하솔까지 반나절이었다.
왕자들이 다 왔다. 노새를 타고 왔다.
깎는 것을 구경하고, 저녁에 먹었다.
암논은 술을 많이 마셨다.
원래 많이 마신다.
나는 안 마셨다.
종들에게 미리 일러두었다.
“암논이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졌을 때, 내가 암논을 치라고 하면 죽여라.”
하나가 나를 봤다.
”…어른.”
“두려워하지 마라.”
”…”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분명히 말했다.
명령한 것은 나다.
나중에 누가 물으면 그렇게 말하면 된다.
내가 직접 하지 않은 것은 손을 아껴서가 아니다.
한 사람이 하면 실패한다.
암논은 나보다 크고 술을 마셨어도 힘이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왕자가 여럿이다.
여럿이 해야 확실하고, 확실해야 한 번에 끝난다.
한 번에 안 끝나면 그것은 싸움이 되고, 싸움이 되면 아버지가 정하실 일이 된다.
아버지는 정하지 않으신다.
그러니 한 번에 끝나야 했다.
밤이었다.
그가 웃고 있었다.
나는 손을 들었다.
끝나고 나서 마당이 조용했다.
그리고 왕자들이 뛰었다.
노새를 타고 다 뛰었다.
나는 그것을 마당에 서서 봤다.
아무도 나에게 무엇이라고 하지 않았다.
묻지도 않았다.
뛰기만 했다.
나는 그날 밤에 짐을 쌌다.
그술로 간다.
외조부께서 계신다.
그술은 요단 건너 북쪽이다. 나흘 걸린다.
거기 가면 나는 왕의 외손이다.
여기서는 셋째다.
떠나기 전에 나는 잠깐 앉아 있었다.
두 해 전에 다말이 재를 쓰고 걸어왔다.
크게 울면서 걸어왔다.
나는 그때 잠잠히 있으라고 했다.
잠잠히 있으라고 한 것은, 내가 하겠다는 뜻이었다.
다말이 그것을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법이 있다.
이런 일이 있으면 그 남자가 그 여자를 아내로 삼아야 하고, 평생 버리지 못한다.
내보내면 안 된다.
암논은 내보냈다.
법을 두 번 어겼다.
그러면 누가 정하는가.
아버지가 정하신다.
안 정하셨다.
두 해를 안 정하셨다.
정하는 자리가 비어 있으면, 누군가 앉는다.
나는 그것을 그해에 배웠다.
나흘을 걸어서 그술에 닿았다.
성문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외조부께서 나를 안으셨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다.
나는 말씀드렸다.
외조부께서 다 들으시고 이렇게만 말씀하셨다.
”…여기 있어라.”
그것뿐이었다.
무엇을 잘했다고도 안 하셨고 잘못했다고도 안 하셨다.
여기 있으라고만 하셨다.
나는 그술에서 세 해를 살았다.
거기서는 아침마다 사람들이 나를 부르러 왔다.
부르는 말이 있었다.
여기 말로는 옮기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