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 밧세바 (2부) · 55 / 117

51장 — 판결하지 않은 날

예루살렘. 다윗이 쉰 살이던 해. 밧세바 스물일곱.

성경의 기록 · 사무엘하 13장 21–22절

여름이었다.

셋째가 세 살이었다. 방에서 아이를 재우는데 밖에서 소리가 났다.

여자가 우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냥 우는 것이 아니라 크게, 길게, 어디로 가면서 우는 소리였다.

나는 문가로 갔다.

안뜰 건너편에서 누가 걸어가고 있었다.

머리에 재를 쓰고 있었다. 손을 머리에 얹고 있었다.

옷이 찢어져 있었는데, 그 옷이 색을 넣은 옷이었다.

시집 안 간 왕의 딸이 입는 옷이다.

궁에 그 옷을 입는 딸이 여럿인데, 저렇게 걸으면 누구인지 다들 안다.

작은 아씨였다.

그날 저녁까지 궁이 조용했다.

부엌도 조용했다.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다가 그치는 것이었다.

이튿날 아침에 나는 부엌에 갔다.

앉아 있었다.

들은 것이 이랬다.

왕께서 작은 아씨를 큰 도련님 집에 보내셨다고 했다. 큰 도련님이 앓으신다고 해서 음식을 만들어드리라고 보내셨다고 했다.

그리고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했다.

무슨 일인지는 아무도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말하다가 그쳤다.

그리고 큰 도련님이 아씨를 내보내셨다고 했다.

종을 불러서 내보내고 문빗장을 지르라고 하셨다고 했다.

아씨가 압살롬 도련님 집으로 가셨다고 했다.

나는 그것을 다 듣고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서 나는 셈을 했다.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

나는 그것을 세어봤다.

하나. 왕께서 판결하실 것이다.

왕께서는 판결하신다.

낮에 성문 쪽에 나가 앉으실 때가 있다. 사람들이 와서 청한다.

내가 그것을 몇 번 봤다. 멀리서 봤다.

땅 때문에 다투는 사람이 오고, 빚 때문에 오고, 죽은 사람 몫을 나누는 일로 온다.

들으시고 정하신다.

정하시는 것을 나는 봤다.

한번은 두 집이 밭 경계로 다투는 것을 정하셨는데, 양쪽 다 물러섰다고 들었다.

그런 것을 하신다.

그러니 이번에도 하실 것이다.

둘. 이번은 남의 일이 아니라 집안일이니 더 하실 것이다.

남의 집 밭 경계도 정해주시는데, 자기 딸이 당한 일을 안 정하실 리가 없다.

셋. 그러면 무엇을 하시는가.

법이 있다.

이런 일이 있으면 그 남자가 그 여자를 아내로 삼아야 하고 평생 버리지 못한다.

그런데 남매는 혼인하지 못한다는 법도 있다.

두 법이 어긋난다.

어긋나면 왕이 정하신다.

그러니 정하실 것이다.

무엇으로 정하시든 정하시기는 하실 것이다.

넷. 그리고 큰 도련님에게 무엇이 있을 것이다.

내보내라고 하셨다니, 그것은 법을 두 번 어긴 것이다.

한 번은 그 일이고 한 번은 내보낸 것이다.

거기까지 세고 나는 기다렸다.

사흘이 지났다.

아무 일도 없었다.

닷새가 지났다.

없었다.

열흘이 지났다.

없었다.

부엌에서 이런 말이 돌았다.

왕께서 들으시고 심히 노하셨다고.

그 말이 돌기 시작한 것이 사흘째쯤이었다.

그리고 열흘이 지나도 그 말만 돌았다.

심히 노하셨다.

그것뿐이었다.

한 달이 지났다.

큰 도련님이 그대로 계셨다.

궁 안에 계시고, 낮에 뜰에 앉아 계시고, 저녁에 사람을 부르신다.

전과 같았다.

작은 아씨는 압살롬 도련님 집에 계셨다.

안 나오신다고 했다.

두 달이 지났다.

아무 일도 없었다.

나는 그때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틀린 것이 무엇인지 나는 그날 밤에 오래 세어봤다.

셈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법이 있는 것도 맞고, 두 법이 어긋나는 것도 맞고, 어긋나면 왕이 정하신다는 것도 맞다.

틀린 것은 그다음이었다.

정하실 것이라고 본 것.

그것이 틀렸다.

왜 안 정하시는가.

나는 그것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봤다.

하나. 맏아들이시라서.

맏이는 다르다고들 한다.

그런데 맏이라고 아무 일도 안 하시는 것은 아니다. 야단은 치실 수 있다.

야단도 안 치셨다.

둘. 무서우셔서.

이것은 말이 안 된다.

왕께서 자기 아들을 무서워하실 이유가 없다.

셋.

세 번째는 내가 생각만 하고 아무 데도 안 썼다.

지금 여기 쓰는 것도 조심스럽다.

아홉 해 전에 나에게 있었던 일이 있다.

그것과 이것이 같은 종류인가.

같은 종류라면, 정하시는 것이 곧 자기를 정하시는 것이 된다.

나는 그 생각을 하고 나서 며칠 잠을 못 잤다.

그런데 그것도 답이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분은 그 일을 지나간 것으로 두고 계신다.

지나간 것을 붙들지 않으시는 분이 그것 때문에 못 정하실 리가 없다.

그러면 무엇인가.

나는 답을 못 냈다.

답을 못 내고 나서 무서워졌다.

무서운 것은 답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이 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것이 무서웠다.

왕의 딸이 당했다.

낮에 궁 안에서 당했고, 재를 쓰고 안뜰을 걸어갔고, 다들 봤다.

그런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그러면 왕의 딸이 아닌 사람은 무엇인가.

나는 방에 있는 아이 셋을 봤다.

시므아가 다섯이고 소밥이 셋이고 나단이 갓난아기다.

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누가 정하는가.

아무도 안 정한다.

나는 그것을 그날 밤에 알았다.

알고 나서 아이들을 한 번씩 만졌다.

자고 있었다.

셋 다 자고 있었다.

가을에 나는 친정에 갔다.

할아버지가 안뜰에 계셨다.

“왔느냐.”

“예.”

“앉아라.”

앉았다.

“요새 무슨 얘기가 도느냐.”

나는 그것을 옮겼다.

다 옮기고 나서 이렇게 여쭈었다.

“할아버지.”

”…”

“왜 아무것도 안 하십니까.”

할아버지가 나를 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