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 밧세바 (1부) · 37 / 117

34장 — 두 마디

예루살렘. 다윗이 마흔한 살이던 해. 밧세바 열여덟.

성경의 기록 · 사무엘하 11장 5절

할아버지가 사람을 정하셨다.

궁에 드나드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런데 궁 사람이면 안 됐다. 궁 사람이 옮기면 궁 안에서 먼저 돌기 때문이다.

성문 쪽에서 짐을 나르는 사람이 있었다.

궁에 물건을 대는 사람이었다. 곡식이나 기름을 들여놓고 나온다.

말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어떻게 아셨는지 나는 묻지 않았다.

“내일 아침에 온다.”

”…예.”

“네가 말해라.”

”…제가요.”

“네가.”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면 안 됩니까.”

할아버지가 나를 보셨다.

“내가 말하면 내 말이 된다.”

”…”

“내 말이 되면 내가 무엇을 바라는 것이 된다.”

”…”

“네 말이어야 한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예.”

“보내는 사람이 너인 것을 그쪽이 알아야 한다.”

”…어떻게요.”

“네 이름을 대라고 해라.”

나는 잠깐 있었다.

”…제 이름을 아십니까.”

할아버지가 나를 보셨다.

”…무슨 소리냐.”

”…”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방에서 그분이 물으셨다.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한 번 부르셨다.

그것을 기억하고 계실지 나는 몰랐다.

두 달이 지났다.

할아버지가 한참 아무 말도 안 하셨다.

”…대라고 해라.”

”…예.”

이튿날 아침에 그 사람이 왔다.

마흔쯤 되어 보였다. 손이 거칠었다.

마당에 서서 고개만 숙였다.

할아버지가 안으로 들어가셨다.

나와 그 사람만 남았다.

나는 무슨 말부터 해야 하는지 몰랐다.

”…궁에 들어가십니까.”

“들어갑니다.”

”…오늘도요.”

“오늘도 갑니다.”

”…”

”…말씀하십시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것이 고마웠다.

”…왕께 전해주십시오.”

그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한 번 들었다가 다시 숙였다.

”…예.”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았고, 왜 나냐고 묻지 않았고, 왕께 어떻게 전하느냐고 묻지 않았다.

”…무엇이라고 전합니까.”

나는 그 말을 했다.

“내가 임신하였나이다.”

그 사람이 그것을 한 번 되뇌었다.

”…내가 임신하였나이다.”

“예.”

”…그것뿐입니까.”

나는 그 말을 준비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그것뿐이라고 하셨다. 더 붙이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사람이 물으니 대답을 해야 했다.

”…예.”

”…”

“그것뿐입니다.”

그 사람이 잠깐 서 있었다.

”…보내신 분이 누구시라고 합니까.”

나는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암의 딸이라고—”

말하다가 멈췄다.

두 달 전에도 그렇게 불렸다.

궁에서 나를 알아보러 온 사람이 그렇게 적어 갔다고 들었다. 엘리암의 딸이요 우리아의 아내라고.

여자는 이름을 안 적는다고 했다.

그 방에서 그분이 이름을 물으셨다.

물으셨다는 것은 모르셨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답을 들으시고 한 번 부르셨다.

나는 그 사람을 봤다.

”…밧세바라고 전해주십시오.”

그 사람이 고개를 숙였다.

”…예.”

그리고 갔다.

마당에 나 혼자 남았다.

할아버지가 나오셨다.

”…했느냐.”

”…예.”

”…”

”…이름을 댔습니다.”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안 물으셨다.

내가 무엇이라고 말했는지, 그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 물으실 줄 알았다.

안 물으셨다.

나는 그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아무것도 안 했다.

빵을 굽지 않았고 물을 뜨러 가지 않았다.

앉아 있었다.

내가 한 말이 여덟 자였다.

내가 임신하였나이다.

그 여덟 자 안에 없는 것이 많았다.

두 달 전 밤에 셋이 왔다는 것.

내가 겉옷을 걸치고 나갔다는 것.

등불을 끄고 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것.

머리가 안 말라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방에 등불이 둘이었다는 것.

없다.

두 해 동안 아이가 없었다는 것도 없다.

남편이 랍바에 있다는 것도 없다.

내가 열여덟이라는 것도 없다.

여덟 자에는 아무것도 안 들어갔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그러라고 하셨다.

더 붙이면 내가 무엇을 바라는 것이 된다고 하셨다.

바라는 것이 있으면 값이 붙는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그날 종일 생각했다.

값이 붙는다.

그러면 값이 안 붙게 하려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야 한다.

나는 아무것도 안 바라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바라는 것이 있었다.

살고 싶었다.

그것은 여덟 자에 안 들어갔다.

저녁에 어두워졌다.

등불을 켰다.

그리고 기다렸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나도 몰랐다.

사흘 뒤에 소식이 왔다.

랍바에서 사람이 온다고 했다.

전선에서 사람이 오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왕께 보고하러 온다.

그런데 이번에 오는 사람 이름을 들었다.

내 남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