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 밧세바 (1부) · 35 / 117

32장 — 두 달

예루살렘. 다윗이 마흔한 살이던 해. 밧세바 열여덟.

성경의 기록 · 사무엘하 11장 5절

이튿날 아무 일도 없었다.

사흘째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

나는 문소리에 놀랐다.

바람에 덧문이 흔들려도 놀랐다. 이웃집 아이가 담 밖에서 뛰어도 놀랐다.

닷새쯤 지나니 그것이 좀 덜해졌다.

열흘이 지났다.

궁에서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여러 가지로 생각했다.

부르시려다 마신 것인가.

잊으신 것인가.

원래 그런 것인가.

궁에 여자가 여럿이라고 들었다.

아이들도 많다고 들었다.

그러면 그런 밤이 여럿 있었을 것이다.

여럿 중 하나는 여럿 중 하나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마음이 놓이고 나서,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 이상했다.

보름이 지났다.

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아침에 물을 뜨러 갔다.

내려가는 데 반 각, 올라오는 데 한 각.

우물가에 여자들이 있었다.

나는 거기 앉아 있었다.

아무도 나를 다르게 보지 않았다.

그날 밤에 나를 데려간 사람은 셋이었다.

앞에 하나, 뒤에 둘.

성 안이 조용했고 아무도 없었다.

본 사람이 없었다.

없었을 것이다.

우물가 이야기는 늘 하던 것이었다.

누가 아이를 낳았고, 누구 집 며느리가 어떻고, 밀값이 어떻고.

나는 그것을 들었다.

들으면서 하나씩 외웠다.

외우는 것이 편했다.

외우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이 안 났다.

닷새에 한 번 친정에 갔다.

어머니가 밥을 차리셨다.

”…얼굴이 안 좋다.”

“괜찮습니다.”

”…혼자 있어서 그렇지.”

“괜찮습니다, 어머니.”

할아버지가 안뜰에 계셨다.

“왔느냐.”

“예.”

“앉아라.”

나는 앉았다.

“요새 무슨 얘기가 도느냐.”

나는 옮겼다.

밀값 이야기를 했다. 두로에서 배가 또 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궁에서 일하는 여자 하나가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누구한테 들었느냐.”

“부엌에 있는 사람한테요.”

“그 사람 말이 맞더냐.”

“저번 것은 맞았습니다.”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말할 수 있었다.

거기 앉아서, 요새 무슨 얘기가 도느냐고 물으셨을 때,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 지난달에 궁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그 한 마디면 됐다.

하지 않았다.

말하면 그때부터 그것이 있는 일이 된다.

지금은 없는 일이다.

아무도 모르고, 아무 일도 안 일어났고, 궁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없는 일로 두면 없는 일이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없는 일로 둘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그분은 아신다.

그날 밤 나를 데려간 사람도 안다. 뒤에 온 둘도 안다.

넷이 안다.

넷이 아는 것은 없는 일이 아니다.

한 달이 지났다.

그달에 달거리가 없었다.

나는 그것을 세었다.

손가락으로 세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세었다. 무엇을 했던 날인가, 무엇을 구웠던 날인가.

세어보니 늦었다.

닷새 늦었다.

전에도 늦은 적이 있었다.

작년 겨울에 열흘 늦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무 일도 아니었다.

나는 그것을 생각했다.

작년 겨울에 열흘 늦었다.

그러니 닷새는 아무것도 아니다.

열흘이 지났다.

열흘이 지나고 나서도 없었다.

나는 그때부터 아침마다 확인했다.

없었다.

보름이 지났다.

두 달째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때부터 다른 것이 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속이 울렁거렸다.

빵 굽는 냄새가 견디기 어려웠다.

물을 이고 올라오는데 중간에 앉아야 했다.

전에는 한 번에 올라왔다.

가슴이 아팠다.

옷깃이 스치면 아팠다.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알았다.

어머니가 그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나를 가지셨을 때 냄새를 못 맡으셨다고 하셨다.

그때는 웃으면서 들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다시 떠올렸다.

어느 날 아침에 나는 옥상에 올라갔다.

빨래를 널러 올라간 것이 아니었다.

담 옆에 앉았다.

앉으면 안 보인다.

한참 앉아 있었다.

이제 없는 일이 아니었다.

없는 일로 둘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안 남았기 때문이었다.

남은 것이 생기면 없는 일이 아니다.

나는 그것을 세어봤다.

내가 열여덟이다.

남편은 랍바에 있다. 가을까지 갈 수도 있고 겨울까지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아버지도 랍바에 있다.

두 사람 다 요단 건너에 있다.

기별을 보낼 수 있나.

무엇이라고 쓰나.

쓸 수 없다.

그러면 왕께 말해야 하나.

어떻게.

궁에 들어가려면 부름을 받아야 한다.

부름이 없다.

문 앞에 가서 뵙겠다고 할 수 있나.

나는 그것을 그려봤다.

궁 문에 창 든 사람이 둘 서 있다. 내가 걸어간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거기서부터 나는 아무 말도 못 한다.

어머니께 말하나.

말하면 어머니가 어떻게 하시나.

우실 것이다.

우시고 나서 무엇을 하시나.

아무것도 못 하신다.

할머니께 말하나.

봄에 말린 풀을 가져오셨다.

아이가 없다고 가져오신 것이었다.

그 말씀을 드리면 무슨 얼굴을 하실까.

나는 그것을 그려보다가 그만두었다.

남은 사람이 하나였다.

할아버지.

궁 옆에 사시고, 왕이 부르면 가시고, 걸어서 반 각이면 된다.

말씀드리면 무언가 하실 것이다.

무엇을 하실지 나는 모른다.

그것이 무서웠다.

나는 사흘을 더 있었다.

사흘째 아침에 물을 뜨러 갔다가 중간에 앉았다.

앉아서 한참 있었다.

물동이를 두고 올라왔다.

집에 와서 겉옷을 걸쳤다.

머리를 다시 묶었다.

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