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 밧세바 (1부) · 34 / 117

31장 — 정결

예루살렘. 다윗이 마흔한 살이던 해. 밧세바 열여덟.

성경의 기록 · 사무엘하 11장 4절

군이 나간 것이 봄이었다.

성문 앞에 나가긴 했다.

물 뜨러 가는 길이었으니 들른 것이지 배웅하러 간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뒤에 서 있었다.

그가 대열 앞에 있었다.

이쪽을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른다.

나팔이 울리고 나갔다.

나가는 데 한 각이 걸렸다.

집이 비었다.

혼자 사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두 해 동안 그는 늘 없었다. 한 달에 열흘쯤 있었다.

그러니 없는 것이 익숙했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전에는 언제 오는지 알았다.

이번에는 가을까지 갈 수도 있다고 했다. 겨울까지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성벽 있는 성읍은 오래 걸린다고 했다.

돌아오는 날을 셀 수 없으면 다르다.

하루가 길었다.

아침에 물을 뜨러 갔다.

내려가는 데 반 각, 올라오는 데 한 각.

두 번 하면 오전이 갔다.

빵을 구웠다.

혼자 먹으니 이틀에 한 번만 구우면 됐다.

옷을 손봤다.

그의 옷이 있었다. 두고 간 것들이었다. 꿰맬 데가 있어서 꿰맸다.

꿰매고 나서 개어놓았다.

그러고 나면 할 일이 없었다.

친정에 갔다.

전에는 열흘에 한 번 갔는데 닷새에 한 번 갔다.

어머니가 그것을 아셨다.

”…혼자 있기 그러면 여기 와 있어라.”

“괜찮습니다.”

”…”

“집을 비우면 안 됩니다.”

그것이 이유는 아니었다.

친정에 가 있으면, 내가 혼자 있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두 해를 그렇게 살았는데 이제 와서 못 있는 사람이 되면 안 됐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물으셨다.

“요새 무슨 얘기가 도느냐.”

나는 옮겼다.

군이 나가니 여자들 얘기가 줄었다.

궁이 조용하다고 했다. 드나드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왕이 낮에 방에 계시는 날이 많다고 했다.

”…누가 그러더냐.”

“궁에서 일하는 사람이 그럽니다.”

”…그래.”

할아버지가 그 뒤로 아무것도 안 물으셨다.

이레를 세는 것은 손가락으로 했다.

시작한 날부터 세어서 이레가 지나면 씻는다.

그가 있을 때는 그가 세지 않았다. 내가 말하면 그날부터였다.

그가 없어도 세는 것은 같았다.

세지 않으면 언제 씻어야 하는지 모른다.

씻지 않으면 앉은 자리와 누운 자리가 다 부정하다.

그러면 그 자리에 앉은 사람도 부정하다.

혼자 살아도 그것은 같았다.

혼자 산다고 안 씻으면 집 안이 다 그렇게 된다.

그날이 이레째였다.

낮에 물을 두 번 길어 왔다.

한 번은 쓰는 것이고 한 번은 씻는 것이었다.

씻는 물은 옥상으로 올렸다.

옥상에서 하는 것은 처음부터 그랬다.

아래에서 하면 물을 방으로 들여야 하고, 들이면 흘리고, 흘리면 다시 훔쳐야 했다.

옥상은 흘려도 마른다.

그리고 물을 이고 계단을 한 번만 오르면 됐다.

담이 있었다.

옥상 가장자리에 사람 허리쯤 오는 담이 둘려 있었다. 앉으면 안 보이고 서면 보였다.

두 해 동안 거기서 했다.

궁이 보였다.

궁은 늘 보였다.

빨래를 널어도 보이고 곡식을 말려도 보였다.

이 성이 능선 위에 있어서 어디서나 어디가 보인다.

그런 것을 생각하고 산 적이 없다.

오후였다.

해가 기울기 시작했지만 아직 높았다. 그 시각이 제일 좋았다. 볕이 남아 있어서 씻고 나면 곧 말랐다.

물이 미지근했다.

아침에 길어다 두었더니 볕에 데워져 그렇게 됐다.

차가운 물로 씻으면 몸이 상한다고 어머니가 그러셨다.

나는 그날 아무 생각도 안 했다.

이레가 지났다는 것과, 내일 빵을 구워야 한다는 것과, 그의 겉옷 한 벌을 더 꿰매야 한다는 것.

그런 것들이었다.

씻고 내려와서 머리를 말렸다.

등불을 켰다.

어두워지고 나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 소리를 들었다.

이 성에서 밤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없다.

문을 열었다.

셋이었다.

앞에 하나가 있고 뒤에 둘이 있었다. 앞의 사람은 궁 옷을 입고 있었다.

“우리아의 집입니까.”

”…예.”

“그 아내이십니까.”

”…예.”

“왕께서 부르십니다.”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무슨 일인지 물어야 하는데 묻지 못했다.

물으면 대답을 들어야 한다.

”…지금 말입니까.”

“예.”

그 사람이 그다음 말을 하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서 겉옷을 걸쳤다.

들어가면서 생각한 것은 이랬다.

등불을 꺼야 하나.

문을 잠가야 하나.

머리가 아직 안 말랐는데.

그런 것들이었다.

등불을 껐다.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

잠그지는 않았다.

걸어서 반 각이 안 됐다.

가는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앞에 하나가 가고 뒤에 둘이 왔다.

나는 앞사람 뒤통수를 보고 걸었다.

성 안이 조용했다.

궁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가 궁 옆에 사시지만 궁 안은 다르다.

문이 있었고 뜰이 있었고 계단이 있었다.

계단이 좁았다.

방에 들어갔다.

그 뒤의 일을 나는 순서대로 말하지 못한다.

기억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방에 등불이 둘이었다. 하나는 벽 쪽에 있고 하나는 상 위에 있었다.

상 위의 것이 심지가 길어서 그을음이 났다.

바닥에 깔개가 있었다. 붉은 것이었다.

털이 길었다.

그분이 나에게 이름을 물으셨다.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그분이 그 이름을 한 번 부르셨다.

나는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 성에 와서 아무도 나를 이름으로 부른 적이 없었다.

시집간 뒤로는 더 그랬다. 우리아의 아내라고 하거나, 엘리암 어른 딸이라고 했다.

우물가에서도 그렇게 불렀다.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 방에서 처음 들었다.

그다음은 순서가 없다.

돌아온 것은 밤중이었다.

같은 사람이 데려다줬다.

가는 길과 오는 길이 같았다.

문 앞에서 그 사람이 절을 하고 갔다.

집이 어두웠다.

등불을 켜는 데 시간이 걸렸다.

손이 떨려서가 아니었다. 그냥 잘 안 켜졌다.

켜고 나서 앉았다.

한참 앉아 있었다.

그러다 일어나서 물을 데웠다.

씻었다.

그날은 옥상에 안 올라갔다.

아래에서 했다. 물을 흘렸고 훔쳤다.

그것은 규정에 없는 것이었다.

이레가 지나서 씻는 것은 규정이다.

그날 저녁에 씻은 것은 규정이 아니었다.

무엇 때문에 씻는지 나도 몰랐다.

자리에 누웠다.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그날 저녁을 처음부터 다시 세어봤다.

물을 두 번 길었다. 하나는 쓰는 것, 하나는 씻는 것.

옥상에 올렸다. 늘 하던 대로.

담이 허리쯤 온다. 앉으면 안 보이고 서면 보인다.

궁이 보인다. 늘 보인다.

거기서 나는 멈췄다.

늘 보인다.

두 해 동안 늘 보였다.

두 해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러면 나는 몰랐던 것인가.

몰랐다.

몰랐는데, 그것이 보인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보인다는 것을 아는 것과, 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다르다.

나는 그것을 여러 번 뒤집어봤다.

밤새 뒤집었다.

답이 나오지 않았다.

새벽에 닭이 울었다.

날이 밝았다.

일어나서 빵을 구웠다.

혼자 먹으니 이틀에 한 번만 구우면 되는데, 그날은 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