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 밧세바 (1부) · 29 / 117

26장 — 물 긷는 시간

예루살렘. 다윗이 서른아홉 살이던 해. 여름.

기록 사이의 빈칸 · 사무엘하 11장 3절의 가족 관계와 예루살렘 생활에서 확장

성 안에는 우물이 없었다.

동쪽 아래 골짜기에 샘이 있었다. 기혼이라고 했다.

여자들이 아침저녁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데 얼마 안 걸리고 올라오는 데 오래 걸렸다.

물을 인 채로 비탈을 오르니 그랬다.

그래서 아래에서 오래 있었다.

물 뜨는 자리는 좁았다.

한 번에 서넛이 들어갔다. 나머지는 바위에 앉아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말을 했다.

그해 여름에 나온 이야기 중 하나가 그 혼인이었다.

“북쪽 언덕에 새로 든 집 봤어?”

“봤지.”

“누가 들었대?”

“군인이라던데.”

“군인이야 많지.”

“그 헷 사람.”

”…헷 사람?”

“왜, 키 큰 사람 있잖아. 말 잘 못하는.”

“아아.”

“그 사람이 장가갔다더라.”

“누구한테.”

“엘리암 어른 딸.”

거기서 조금 조용해졌다.

“엘리암이면 그 아히도벨 어른 아들 아니야?”

“맞지.”

“그 집에서 딸을 헷 사람한테 줬다고?”

“줬대.”

”…”

“직접 말했다더라. 중간에 사람도 안 넣고.”

“사람을 왜 안 넣어.”

“저쪽에 사람이 없대.”

”…없다니.”

“없대. 이 나라에 아무도 없다더라.”

물을 이고 하나가 올라갔다.

남은 사람들이 자리를 옮겼다.

“그래도 명단에 있는 사람이라던데.”

“명단이 뭔데.”

“그 서른일곱인가 하는 거.”

”…그게 대단한 거야?”

“대단하지. 우리 시숙이 그러는데 그 명단에 들면 왕이 이름을 안대.”

“그래도 지파가 없잖아.”

”…”

“땅도 없고.”

”…”

“시집가서 명절에 어디를 가.”

“갈 데가 없으면 편한 것도 있지.”

“뭐가 편해.”

“시어머니가 없잖아.”

몇이 웃었다.

“그건 그렇네.”

“동서도 없고.”

“제사도 없고.”

”…”

“그런데 그러면 애 낳을 때는 누가 봐줘.”

다시 조용해졌다.

“친정이 가깝잖아.”

“가깝긴 하지. 궁 옆이니까.”

”…”

“그 어른이 궁에 자리를 받았다며.”

“받았대.”

“무슨 자리인데.”

”…몰라.”

“몰라?”

“아무도 모른대. 우리 시숙도 모른다더라. 그냥 왕이 부르면 간다더라.”

“부르면 가는 게 자리야?”

”…”

“하는 일이 있어야 자리지.”

“그래도 궁 옆에 집을 받았으면 뭔가 있는 거지.”

“그건 그래.”

물을 이고 둘이 올라갔다.

“그 색시는 봤어?”

“봤어.”

“어때.”

”…이뻐.”

“이쁘면 뭐 해.”

“이쁘면 좋지.”

”…”

“이쁜 게 뭐가 좋아. 이쁘면 눈에 띄지.”

“눈에 띄면 뭐 어때.”

”…”

“뭐.”

“아니야.”

“말이 없더라.”

“응?”

“그 색시 말이야. 물 뜨러 와서도 말을 안 해.”

”…낯가리나 보지.”

“길로에서 왔대잖아.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대.”

“길로가 어딘데.”

“헤브론 아래.”

“멀다.”

“멀지.”

“몇 살이래.”

“열여섯.”

”…어리다.”

“어리지.”

“우리 때는 열넷에도 갔어.”

“그건 옛날이지.”

물 뜨는 자리가 비었다.

둘이 들어갔다.

“아버지가 오래 군에 있었다며.”

“열몇 해 있었대.”

”…그러면 딸을 못 봤겠네.”

“못 봤겠지.”

”…”

“두 살 때 나갔다더라.”

“그러면 얼굴도 모르겠다.”

”…”

“아버지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뒤에 하나가 말했다.

“그래도 잔치는 했대.”

“했지.”

“사람이 얼마나 왔대.”

“스물쯤.”

”…적다.”

“저쪽에 사람이 없으니까.”

“요압 장군도 왔다던데.”

“왔대?”

“잠깐 얼굴만 비치고 갔대.”

”…그래도 온 거네.”

“왔으니까 온 거지.”

“그러면 나쁜 자리는 아니네.”

“나쁘진 않지.”

물을 이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비탈이 가팔라서 말을 못 했다.

중간쯤에서 하나가 멈춰 서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위를 봤다.

성벽 위로 지붕들이 보였다.

북쪽 언덕 쪽에 새 지붕이 하나 있었다.

“저기가 그 집인가 보다.”

”…어디.”

“저기. 옥상 있는 거.”

”…좋은 데 얻었네.”

“좋지. 궁이 바로 저기잖아.”

“궁에서 보이겠다.”

말한 사람은 그냥 한 말이었다.

다들 잠깐 그쪽을 봤다.

그리고 다시 걸었다.

올라오니 해가 높았다.

물을 부어놓고 다들 자기 집으로 갔다.

그 이야기는 그해 여름에 몇 번 더 나왔다.

가을이 되니 안 나왔다.

새로운 이야기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