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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26장 — 물 긷는 시간"
work: "밧세바"
part: "2권 · 밧세바 (1부)"
chapter: 29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029/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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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장 — 물 긷는 시간

**예루살렘. 다윗이 서른아홉 살이던 해. 여름.**

<p class="coord">기록 사이의 빈칸 · 사무엘하 11장 3절의 가족 관계와 예루살렘 생활에서 확장</p>

성 안에는 우물이 없었다.

동쪽 아래 골짜기에 샘이 있었다. 기혼이라고 했다.

여자들이 아침저녁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데 얼마 안 걸리고 올라오는 데 오래 걸렸다.

물을 인 채로 비탈을 오르니 그랬다.

그래서 아래에서 오래 있었다.

물 뜨는 자리는 좁았다.

한 번에 서넛이 들어갔다. 나머지는 바위에 앉아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말을 했다.

그해 여름에 나온 이야기 중 하나가 그 혼인이었다.

"북쪽 언덕에 새로 든 집 봤어?"

"봤지."

"누가 들었대?"

"군인이라던데."

"군인이야 많지."

"그 헷 사람."

<p class="sep" aria-hidden="true">◆</p>

"…헷 사람?"

"왜, 키 큰 사람 있잖아. 말 잘 못하는."

"아아."

"그 사람이 장가갔다더라."

"누구한테."

"엘리암 어른 딸."

거기서 조금 조용해졌다.

"엘리암이면 그 아히도벨 어른 아들 아니야?"

"맞지."

"그 집에서 딸을 헷 사람한테 줬다고?"

"줬대."

"…"

"직접 말했다더라. 중간에 사람도 안 넣고."

<p class="sep" aria-hidden="true">◆</p>

"사람을 왜 안 넣어."

"저쪽에 사람이 없대."

"…없다니."

"없대. 이 나라에 아무도 없다더라."

물을 이고 하나가 올라갔다.

남은 사람들이 자리를 옮겼다.

"그래도 명단에 있는 사람이라던데."

"명단이 뭔데."

"그 서른일곱인가 하는 거."

"…그게 대단한 거야?"

"대단하지. 우리 시숙이 그러는데 그 명단에 들면 왕이 이름을 안대."

"그래도 지파가 없잖아."

"…"

"땅도 없고."

"…"

"시집가서 명절에 어디를 가."

<p class="sep" aria-hidden="true">◆</p>

"갈 데가 없으면 편한 것도 있지."

"뭐가 편해."

"시어머니가 없잖아."

몇이 웃었다.

"그건 그렇네."

"동서도 없고."

"제사도 없고."

"…"

"그런데 그러면 애 낳을 때는 누가 봐줘."

<p class="sep" aria-hidden="true">◆</p>

다시 조용해졌다.

"친정이 가깝잖아."

"가깝긴 하지. 궁 옆이니까."

"…"

"그 어른이 궁에 자리를 받았다며."

"받았대."

"무슨 자리인데."

"…몰라."

"몰라?"

"아무도 모른대. 우리 시숙도 모른다더라. 그냥 왕이 부르면 간다더라."

"부르면 가는 게 자리야?"

"…"

"하는 일이 있어야 자리지."

"그래도 궁 옆에 집을 받았으면 뭔가 있는 거지."

"그건 그래."

<p class="sep" aria-hidden="true">◆</p>

물을 이고 둘이 올라갔다.

"그 색시는 봤어?"

"봤어."

"어때."

"…이뻐."

"이쁘면 뭐 해."

"이쁘면 좋지."

"…"

"이쁜 게 뭐가 좋아. 이쁘면 눈에 띄지."

<p class="sep" aria-hidden="true">◆</p>

"눈에 띄면 뭐 어때."

"…"

"뭐."

"아니야."

"말이 없더라."

"응?"

"그 색시 말이야. 물 뜨러 와서도 말을 안 해."

"…낯가리나 보지."

"길로에서 왔대잖아.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대."

<p class="sep" aria-hidden="true">◆</p>

"길로가 어딘데."

"헤브론 아래."

"멀다."

"멀지."

"몇 살이래."

"열여섯."

"…어리다."

"어리지."

"우리 때는 열넷에도 갔어."

"그건 옛날이지."

<p class="sep" aria-hidden="true">◆</p>

물 뜨는 자리가 비었다.

둘이 들어갔다.

"아버지가 오래 군에 있었다며."

"열몇 해 있었대."

"…그러면 딸을 못 봤겠네."

"못 봤겠지."

"…"

"두 살 때 나갔다더라."

"그러면 얼굴도 모르겠다."

"…"

"아버지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뒤에 하나가 말했다.

"그래도 잔치는 했대."

"했지."

"사람이 얼마나 왔대."

"스물쯤."

"…적다."

"저쪽에 사람이 없으니까."

<p class="sep" aria-hidden="true">◆</p>

"요압 장군도 왔다던데."

"왔대?"

"잠깐 얼굴만 비치고 갔대."

"…그래도 온 거네."

"왔으니까 온 거지."

"그러면 나쁜 자리는 아니네."

"나쁘진 않지."

물을 이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비탈이 가팔라서 말을 못 했다.

중간쯤에서 하나가 멈춰 서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위를 봤다.

성벽 위로 지붕들이 보였다.

북쪽 언덕 쪽에 새 지붕이 하나 있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저기가 그 집인가 보다."

"…어디."

"저기. 옥상 있는 거."

"…좋은 데 얻었네."

"좋지. 궁이 바로 저기잖아."

"궁에서 보이겠다."

말한 사람은 그냥 한 말이었다.

다들 잠깐 그쪽을 봤다.

그리고 다시 걸었다.

올라오니 해가 높았다.

물을 부어놓고 다들 자기 집으로 갔다.

그 이야기는 그해 여름에 몇 번 더 나왔다.

가을이 되니 안 나왔다.

새로운 이야기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