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 다윗 · 18 / 117
16장 — 아브넬
헤브론. 다윗이 서른여섯 살이던 해. 헤브론에서 일곱 해째.
성경의 기록 · 사무엘하 3장 1절–5장 3절
전쟁이 길었다.
기브온에서 셋째 해가 지나고 넷째 해가 지났다. 붙었다 떨어지고, 마을 몇이 넘어오고, 다시 붙었다.
이쪽은 조금씩 늘었고 저쪽은 조금씩 줄었다.
빠른 것이 아니었다. 한 해에 마을 서넛씩이었다.
그는 그것을 세고 있었다.
봄에 사자가 왔다.
북쪽에서 온 자였다. 무기를 놓고 들어왔고 인사가 길었다.
“넬의 아들 아브넬이 보냈습니다.”
전갈은 짧았다.
이 땅이 누구의 것입니까.
나와 언약을 맺으십시오. 내 손이 왕을 도와 온 이스라엘이 왕께 돌아가게 하겠습니다.
그는 그 말을 여러 번 읽었다.
이 땅이 누구의 것입니까.
그렇게 시작하는 것은 이미 답을 정해놓고 묻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며칠 뒤에 들어왔다.
이스보셋이 아브넬을 책망했다고 했다. 사울왕의 첩 하나 일이었다. 죽은 왕의 여인을 취하는 것은 그 자리를 넘본다는 뜻이니 책망할 만했다.
책망한 쪽이 왕이고 책망받은 쪽이 그를 왕으로 세운 사람이었다.
아브넬이 크게 화를 냈다고 했다.
내가 오늘까지 사울왕의 집에 은혜를 베풀었는데 나를 개 취급하느냐, 그런 말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스보셋이 한 마디도 대답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것이 요점이었다.
왕이 자기 군대장관에게 한 마디도 대답하지 못한다.
저쪽은 이미 끝나 있었다.
그는 답을 보냈다.
좋다. 언약을 맺겠다.
그리고 한 가지를 붙였다.
나를 보러 올 때에 사울왕의 딸 미갈을 데리고 오라. 그 전에는 내 얼굴을 보지 못한다.
계산이 있었다.
북쪽은 사울왕의 집이 다스리던 땅이다. 그 땅 사람들에게 그는 남쪽에서 올라온 자다. 사울왕을 쫓아냈다는 말이 도는 자다.
그런데 사울왕의 사위면 다르다.
사울왕의 딸이 그의 집에 있으면, 그는 그 집을 없앤 자가 아니라 이어받은 자가 된다.
값도 쌌다. 청한 것이 사람 하나였다.
그런데 그 조건을 쓴 것은 계산보다 먼저였다.
전갈을 다 읽기 전에 이미 그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열세 해 전 밤이었다.
아침에 죽이라고 사람이 와 있었다. 집을 둘러싸고 밤을 새우고 있었다.
미갈이 그를 창으로 달아 내렸다.
내려가서 담 밑에 붙어 있다가 위를 한 번 봤다. 창이 아직 열려 있었고 그 안에 미갈이 서 있었다.
그러고 나서 뛰었다.
그날 밤 미갈이 침상에 염소털을 놓고 옷을 덮었다고 나중에 들었다.
아침에 사람들이 들어와 그것을 발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 시간이 그가 산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버지 앞에 불려가서 거짓말을 했다고 들었다.
그 뒤로 열세 해였다.
굴과 수풀과 광야와 블레셋 땅이었다. 사백이 육백이 되었고 헤브론에서 왕이 되었다.
그 열세 해가 다 그날 밤 위에 얹혀 있었다.
갚을 방법이 없었다.
목숨은 갚아지지 않는다. 무엇을 주어도 그 밤과 값이 맞지 않는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데려오는 것뿐이었다.
데려오는 것이 갚는 것인지 아닌지는 그때 생각하지 않았다.
기별을 이스보셋에게도 따로 보냈다.
내 아내를 돌려달라. 내가 블레셋 사람의 포피 이백으로 값을 치른 아내다.
이스보셋이 그것을 거절할 힘이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한 달 뒤에 왔다.
나귀 두 마리와 사람 여남은이었다.
그리고 뒤에 남자 하나가 따라오고 있었다.
기별을 가져온 자가 말했다.
“갈림 사람 발디엘이라고 합니다.”
”…”
“기별을 받고 사흘을 안 나왔답니다. 그러다 아브넬이 사람을 보내니까 그때 내주었답니다.”
”…”
“바후림까지 따라왔습니다. 울면서 따라왔습니다.”
”…”
“아브넬이 돌아가라고 하니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돌아갔습니다.”
“몇 해를 살았다더냐.”
”…열두 해라고 들었습니다.”
“아이는.”
“없다고 합니다.”
그는 그 이야기를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열두 해라고 했다.
그가 굴에 있던 해, 수풀에 있던 해, 십과 마온에 있던 해, 블레셋으로 넘어간 해, 시글락에서 일 년 넉 달을 산 해.
그 해들 동안 그녀는 갈림에서 살았다.
그는 그 마을이 어디쯤인지도 정확히 몰랐다.
미갈이 마당에 들어섰을 때 다윗은 문간에 서 있었다.
미갈이 그를 봤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창에서였다. 그때는 급해서 서로 얼굴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그때 다윗은 스물하나였다.
지금 서른넷이었다. 수염에 흰 것이 몇 올 섞여 있었다. 어깨가 그때보다 두꺼웠고 허리가 굵어졌다. 왼쪽 무릎이 비 오는 날 결렸다.
손등이 갈라져 있었다. 손톱 밑이 검었다. 그는 그것을 그날 처음 자기 눈으로 봤다.
미갈도 달라져 있었다.
그때 열여덟이었다. 지금은 서른쯤이었다.
머리를 묶은 방식이 달랐다. 옷도 달랐다. 궁에서 입던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입는 것이었다.
손에 굳은살이 있었다.
그것이 눈에 들어왔다.
왕의 딸에게 그런 손이 있을 이유가 없었다.
미갈이 절을 했다.
절을 하는 법이 있었다. 왕에게 하는 절이었다. 어릴 때 배운 것일 것이다.
“오셨소.”
”…예.”
“먼 길이었소.”
”…예.”
다윗은 무슨 말을 더 해야 하는지 몰랐다.
물어볼 것이 없지 않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그 마을은 어떤 곳인지,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물으면 대답을 들어야 했다.
미갈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다윗이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왜 블레셋으로 넘어갔는지.
묻지 않았다.
그것이 그날의 전부였다.
다윗은 안으로 들어갔고 미갈은 안채로 갔다. 저녁에 따로 상을 보냈다.
그날 밤 다윗은 그 열두 해를 세어봤다.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는 다 알았다. 어느 해에 어디 있었는지 다 셀 수 있었다.
미갈이 무엇을 했는지는 하나도 몰랐다.
그리고 미갈도 그를 모를 것이었다.
다윗은 이것으로 하나가 닫혔다고 생각했다.
시작한 자리로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밤에 창을 열어준 사람이 지금 이 집 안채에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
안채에는 등불이 켜져 있었다.
한참 뒤에 꺼졌다.
미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다윗이 알 수 없었다.
아브넬은 스무 명을 데리고 왔다.
잔치를 사흘 했다.
다윗은 아브넬을 처음 마주 앉아 봤다. 컸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컸고, 앉은 자세가 곧았다.
이십 년을 사울의 군대를 굴린 사람이었다.
말이 잘 통했다.
아브넬은 셈이 빨랐다. 어느 지파를 먼저 만나야 하는지, 누가 마지막까지 버틸지, 베냐민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다 알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동안 그는 듣기만 했다.
이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삼 년 걸릴 것이 일 년에 된다.
사흘째 저녁에 아브넬이 일어섰다.
“제가 가서 온 이스라엘을 모아 왕 앞에 오게 하겠습니다.”
”…”
“왕께서 마음에 원하시는 대로 다스리시게 하겠습니다.”
그는 그를 보냈다.
성문까지 나가서 보냈다. 평안히 가라고 했다.
그날 밤 그는 잠이 잘 왔다.
요압은 사흘 뒤에 돌아왔다.
노략물을 싣고 왔다. 북쪽 어디를 쳤다고 했다. 사람이 많이 죽지 않았다고 했다.
성문에 들어오면서 들은 모양이었다.
씻지도 않고 올라왔다.
“아브넬이 왔었다고 들었습니다.”
“왔었네.”
”…”
“사흘 있다 갔네.”
“보내셨습니까.”
“보냈네.”
요압이 그 앞에 섰다.
“어찌하심입니까.”
”…”
“그자가 왕께 왔는데 어찌하여 그냥 보내셨습니까.”
“언약을 맺었네.”
“그자가 왜 왔는지 아십니까.”
”…”
“왕의 출입을 보러 온 겁니다. 왕께서 어디로 나가고 어디로 들어오는지, 사람이 몇인지, 성문이 어떻게 열리는지 다 보고 갔습니다.”
다윗은 요압을 봤다.
“자네 말이 옳을 수도 있네.”
”…”
“그런데 그자가 북쪽 열 지파를 데려온다고 하네.”
”…”
“자네가 삼 년을 싸워서 얻은 것이 마을 열둘일세.”
요압이 그 말을 들었다.
한참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삼 년 전에 기브온에서 열아홉이 죽었습니다.”
”…”
“그리고 아사헬입니다.”
다윗은 대답하지 않았다.
“제가 그때 언덕 아래에 있었습니다. 올라가려고 했는데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
“그날 왕께서 저에게 잘했다고 하셨습니다.”
“요압.”
“무엇을 잘했느냐고 여쭈었더니 자라고 하셨습니다.”
“요압.”
“예.”
“자네 동생 일은 내가 아네.”
“아신다고요.”
”…”
“그러면 그 사람하고 사흘을 앉아 계셨습니까.”
다윗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대답하면 그다음 말을 들어야 했다.
“저희 집이 이 무리에 붙은 것이 십 몇 해입니다.”
”…”
“어머니가 왕의 누이십니다. 형제가 셋이었습니다.”
”…”
“셋이 나눠서 다 했습니다. 왕께서 헤브론에 계시는 동안 저희가 다 했습니다.”
”…”
“그중 하나가 없어졌는데, 그 사람이 어제 이 마당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방이 조용했다.
“그자가 열 지파를 데려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네.”
“그러면 열 지파 값에 아사헬이 들어간 것입니까.”
“요압.”
“제 동생 값이 열 지파입니까, 아니면 값이 없는 것입니까.”
다윗은 일어섰다.
“자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아나.”
“압니다.”
”…”
“압니다, 형님.”
그 말이 나오고 나서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굴에서는 그렇게 불렀다. 헤브론에 와서는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요압이 고개를 숙였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갔다.
요압이 나가고 나서 다윗은 앉아 있었다.
그 얼굴을 봤다. 화를 내고 있지 않았다. 화를 내고 있었으면 아직 안 정한 것이다.
그 얼굴은 정한 얼굴이었다.
그는 사람을 부르지 않았다.
부를 수 있었다. 요압을 다시 부를 수도 있었고, 아브넬에게 사람을 보내 늦게 오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참 앉아 있다가 등불을 껐다.
이튿날 요압이 사자를 보냈다는 말이 있었다.
그는 묻지 않았다.
닷새째에 아브넬이 돌아왔다.
시라 우물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고 했다. 요압이 전할 말이 있다고 사람을 보냈다고 했다.
성문 안에서였다.
조용히 말할 것이 있는 듯이 옆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배를 찔렀다고 했다.
한 번이었다고 했다.
기별이 왔을 때 그는 마당에 있었다.
듣고 나서 그는 그 자리에 앉았다.
한참 앉아 있었다.
그러고 나서 일어섰다.
그는 마당으로 나갔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성읍 사람들도 있었고 아브넬이 데려온 스무 명 중 살아남은 자들도 있었다.
그는 소리를 높였다.
“넬의 아들 아브넬의 피에 대하여, 나와 내 나라는 영원히 무죄하다.”
“그 죄가 요압의 머리로 돌아가고, 그 아비의 온 집으로 돌아갈지어다.”
“스루야의 집에 고름 흐르는 자, 나병 든 자, 지팡이를 짚는 자, 칼에 죽는 자, 양식이 떨어진 자가 끊이지 아니할지어다.”
말하면서 다윗은 요압을 봤다.
요압이 마당 끝에 서 있었다. 옷이 그대로였다. 씻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는 요압의 눈을 보면서 그 말을 끝까지 했다.
그러고 나서 요압에게 말했다.
“옷을 찢으라.”
”…”
“굵은 베를 띠고 아브넬 앞에서 애도하라.”
요압이 옷을 찢었다.
장례는 그가 앞에서 걸었다.
상여 뒤를 따라갔다. 왕이 상여를 따라 걷는 것을 사람들이 봤다.
무덤에서 그는 소리를 높여 울었다.
백성이 다 울었다.
그는 애가를 지었다.
아브넬의 죽음이 어찌 미련한 자의 죽음 같은가.
네 손이 결박되지 아니하였고 네 발이 차꼬에 채이지 아니하였거늘, 불의한 자식의 앞에 엎드러짐같이 네가 엎드러졌도다.
사람들이 그것을 듣고 또 울었다.
저녁에 사람들이 음식을 가져왔다.
그는 손을 들었다.
“해가 지기 전에 내가 떡이나 무엇을 맛보면 하나님이 내게 벌을 내리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하노라.”
먹지 않았다.
그날 밤에 그는 안뜰에 앉아 있었다.
시종장이 들어왔다.
“백성이 다 봤습니다.”
”…”
“성읍 사람들이 말하기를, 왕께서 하신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
“북쪽에서 온 자들도 그렇게 말합니다. 돌아가서 전하겠다고 합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네.”
이튿날 그는 신하들 앞에서 말했다.
“오늘 이스라엘의 지도자요 큰 인물이 죽은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
“내가 기름 부음을 받은 왕이 되었으나, 오늘 나는 약하다.”
그 말을 하면서 그는 그 방에 있는 얼굴들을 봤다.
“스루야의 아들들, 저 사람들을 내가 제어하기가 너무 어렵구나.”
”…”
“악을 행한 자에게 그 악한 대로 갚으시기를 바랄 뿐이다.”
말이 끝나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요압은 그 자리에 없었다.
그해 여름에 이스보셋이 자기 침상에서 죽었다.
부하 둘이 죽여서 목을 가지고 왔다. 상을 받으려고 왔다.
그는 그 둘을 죽였다.
손발을 잘라 헤브론 못가에 매달았다.
가을에 북쪽 장로들이 헤브론으로 내려왔다.
온 이스라엘이 왔다.
그가 왕이 되었다.
그날 그는 요압을 불렀다.
“군대장관은 자네일세.”
”…예.”
두 사람 다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