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 다윗 · 19 / 117
17장 — 수구
예루살렘. 다윗이 서른일곱 살이던 해. 온 이스라엘의 왕이 된 이듬해.
성경의 기록 · 사무엘하 5장 6–10절 · 역대상 11장 4–9절
북쪽 장로들이 헤브론으로 내려온 것이 지난가을이었다.
기름을 부었다. 온 이스라엘이라고 했다.
요압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온 이스라엘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는 알고 있었다.
북쪽 성읍 절반은 아직 블레셋이 앉아 있었다. 골짜기 저편도 요단 건너편도 길보아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다.
평야는 전차가 다니는 땅이니 이쪽이 못 들어간다. 골짜기 성읍들은 가나안 사람들이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쪽이 가진 것은 산지였다.
산지에 성읍 몇십 개였다.
기름을 부었다는 소식이 퍼지고 두 달 만에 블레셋이 올라왔다.
남북이 갈려 있는 동안에는 오지 않았다. 둘로 나뉘어 서로 치는 것을 그들이 놔뒀다.
하나가 되니 왔다.
두 번 붙었다.
르바임 골짜기였다. 두 번 다 이겼다.
두 번째에는 앞으로 나가지 말고 뒤로 돌아 뽕나무 수풀 쪽에서 치라고 했다. 그렇게 했고 그대로 됐다.
게셀까지 밀어냈다.
이겼는데 자리가 없었다.
헤브론은 유다 성읍이다. 북쪽 장로들이 거기까지 내려와 기름을 부었지만, 매번 내려올 리가 없다.
세겜이나 실로로 올라가면 유다가 등을 돌린다.
어느 쪽을 골라도 나머지가 남의 왕으로 본다.
가운데가 비어 있었다.
베냐민 땅과 유다 땅 사이에 성읍 하나가 박혀 있었다. 여부스 사람들 것이었다.
여호수아 때부터 있었다. 삼백 년 동안 아무도 못 뽑았다. 지파 경계가 그 성을 피해서 그어졌다.
지금 그 성은 어느 지파의 것도 아니었다.
봄에 올라갔다.
성 아래에 진을 치고 사흘을 봤다.
성은 작았다.
동서 폭이 좁고 남북으로 길었다. 위에서 보면 손바닥만 했다. 그런데 세 면이 골짜기였다.
동쪽이 기드론 골짜기고 서쪽이 또 골짜기였다. 남쪽에서 두 골짜기가 만났다.
북쪽 하나만 평평했고 거기에 성벽이 제일 두꺼웠다.
성벽 위에서 소리를 질렀다.
“눈먼 자와 다리 저는 자라도 너를 물리치리라.”
그 말을 사흘 동안 들었다.
농담이 아니었다. 성벽에 병자를 세워놓고 그렇게 말했다. 이만하면 된다는 뜻이었다.
삼백 년 동안 사실이었다.
물은 성 밖에 있었다.
성 동쪽 아래 골짜기에 샘이 있었다. 기혼이라고 했다.
성 안에는 우물이 없었다.
사흘째 밤에 그는 엘리암을 불렀다.
“길로에 사람을 보내라.”
”…예.”
“물어볼 것이 있다.”
열두 해 동안 그렇게 해왔다.
물어볼 것이 있으면 그 집 아들을 시켰다. 아들이 사람을 보내거나 직접 갔다 왔다. 사흘이면 왕복했다.
어느 마을이 등을 돌릴지, 어느 성읍은 치지 말고 둬야 하는지, 아브넬 뒤에 붙은 지파 중 어디가 먼저 흔들릴지.
물으면 답이 왔다.
대개 맞았다.
요압은 그것을 왕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말할 이유가 없었다. 판단은 요압이 내렸고 결과도 요압이 냈다.
어디서 물어봤는지는 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닷새 만에 답이 왔다.
엘리암이 종이 아니라 말로 옮겼다. 그 집에서는 늘 말로 보냈다.
“아버지가 이렇게 여쭈라고 하셨습니다.”
”…”
“성 안에 우물이 없다고 하셨습니까.”
“없다.”
“그러면 그 성읍은 삼백 년을 어떻게 버텼습니까.”
요압은 그 말을 들었다.
”…”
“포위하면 굶기 전에 목말라 죽습니다. 그런데 안 죽었습니다.”
”…”
“안에서 뜨는 길이 있습니다. 없으면 벌써 없어졌을 성읍입니다.”
“어디에 있다더냐.”
“모르신다고 하셨습니다.”
”…”
“그건 그 성 안에 사는 사람만 안다고 하셨습니다.”
요압은 그날 밤 잠을 자지 않았다.
있다는 것과 어디 있는지는 다른 이야기였다.
있다는 것만으로 삼백 년이 흔들렸다.
그는 넷을 데리고 골짜기로 내려갔다.
샘은 바위 아래에 있었다. 물이 나오는 자리에 사람 손이 간 흔적이 있었다. 돌을 쌓아 물길을 돌려놨다.
돌린 물이 어디로 가는지 따라갔다.
바위 안으로 들어갔다.
구멍이 있었다.
사람 어깨가 겨우 들어갈 만했다. 안쪽에서 물이 고여 있고, 위로 올라가는 통이 뚫려 있었다.
손을 넣어 벽을 만졌다.
깎은 자국이 있었다. 정으로 판 것이었다.
위를 올려다봤다.
캄캄했다.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없었다.
돌을 하나 던져 넣었다.
한참 뒤에 소리가 났다.
그는 다시 진영으로 올라갔다.
왕에게 말했다.
“성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습니다.”
”…”
“기혼 샘에서 위로 뚫린 통이 있습니다. 안에서 두레박을 내려 물을 뜨는 자립니다.”
“올라갈 수 있나.”
“어깨가 겨우 들어갑니다. 무기를 지고는 못 오릅니다.”
”…”
“올라가서 위에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왕이 오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렇게 말했다.
“누구든지 여부스 사람을 치려거든 물 긷는 데로 올라가서 치라.”
”…”
“먼저 올라가서 치는 자는 우두머리가 되고 지휘관이 되리라.”
요압은 그 말을 들었다.
밤에 그는 진영 끝에 혼자 앉아 있었다.
먼저 올라가는 자는 우두머리가 된다.
그는 이미 우두머리였다. 지난가을에 왕이 그렇게 정했다. 군대장관은 자네일세, 하고 한마디 했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한마디로 준 것은 한마디로 지운다.
그것을 그는 봤다.
아브넬이 죽은 날 왕이 마당에서 소리를 높였다. 그 죄가 요압의 머리로 돌아가고 그 아비의 온 집으로 돌아갈지어다. 고름 흐르는 자와 나병 든 자가 끊이지 아니할지어다.
그러고 나서 옷을 찢으라고 했다.
찢었다.
그러고 나서 군대장관 자리는 그대로 뒀다.
주는 것도 그 손이고 지우는 것도 그 손이었다.
저주를 하고 자리를 두는 것이 가능하면, 자리를 두고 저주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왕이 정한 것은 왕이 무를 수 있다.
아사헬은 셈에 들어가지 않았다.
기브온에서 열아홉과 아사헬이었다. 그는 그렇게 적으라고 했다.
세 해 뒤에 그 사람과 사흘을 앉아 술을 마셨다. 열 지파를 데려온다고 해서였다.
물어봤다. 제 동생 값이 열 지파입니까, 값이 없는 것입니까.
대답이 없었다.
값을 왕이 매기면 왕이 지운다.
값을 자기가 만들면 지우지 못한다.
삼백 년 동안 아무도 못 들어간 성이 있다. 그 성 아래에 구멍이 하나 있다.
거기를 올라간 자가 하나면, 그것은 그 하나의 것이다.
기록하는 자가 다르게 적을 수가 없다.
그는 그렇게 정했다.
이튿날 밤에 여섯을 골랐다.
칼은 못 지고 올라간다. 짧은 것을 허리에 끼워 넣었다. 옷을 벗고 올라가야 어깨가 들어갔다.
내려가면서 아비새가 물었다.
“형님이 먼저 올라가십니까.”
“그렇다.”
”…”
“위에 있으면 첫 번째가 죽는다.”
“압니다.”
”…”
“그러니까 여쭙는 겁니다.”
요압은 대답하지 않았다.
물속으로 들어갔다.
허리까지 찼다. 물이 찼다. 발밑이 미끄러웠다.
통 안으로 어깨를 넣었다.
올라가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모른다.
손으로 벽을 짚고 발로 반대쪽 벽을 밀었다. 깎은 자국이 있어서 발이 걸렸다. 그것이 없었으면 못 올랐다.
중간에 한 번 미끄러졌다. 팔꿈치로 버텼다.
숨소리가 통 안에서 울렸다.
위에 사람이 있으면 그 소리를 들을 것이었다.
계속 올라갔다.
위가 안 보였다.
이 통이 어디로 나오는지 그는 몰랐다. 성 안 마당일 수도 있고 집 안일 수도 있고, 보초가 앉아 있는 자리일 수도 있었다.
돌 하나가 소리를 낼 때까지 걸렸던 그 시간만큼 높았다.
손이 위쪽 턱에 걸렸다.
그는 거기서 멈췄다.
숨을 골랐다. 소리가 나지 않게 골랐다. 그렇게 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위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는 허리에서 짧은 것을 뽑았다.
이빨로 물었다.
그리고 올라갔다.
마당이었다.
두레박이 옆에 놓여 있었다. 그 옆에 사람이 하나 누워 있었다. 자고 있었다.
밤에 물 뜨는 자리를 지키는 자였다.
요압은 그 자리에서 했다.
소리가 나지 않게 했다.
그러고 나서 아래로 손을 넣었다.
둘째가 올라왔다. 셋째가 올라왔다.
여섯이 다 올라오는 데 한참 걸렸다.
북쪽 문 안쪽으로 갔다.
빗장이 나무였다. 사람 둘이 들어야 했다.
그들은 들었다.
성문이 열렸을 때 밖에서 소리가 났다.
들어오는 소리였다.
그날 성이 떨어졌다.
눈먼 자와 다리 저는 자가 성벽 위에 있었는데, 성문이 안에서 열렸으니 성벽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침에 왕이 들어왔다.
성 안을 돌아봤다. 좁았다. 위쪽 능선까지 걸어 올라가서 아래를 봤다.
그러고 나서 말했다.
“여기다.”
성 이름을 다윗 성이라고 했다.
지파 이름이 아니었다.
그날 저녁에 왕이 그를 불렀다.
“자네가 먼저 올라갔다지.”
“예.”
”…”
“우두머리는 자네일세.”
요압은 고개를 숙였다.
“예.”
방을 나오면서 그는 그 말을 다시 생각했다.
우두머리는 자네일세.
가을에도 같은 말을 들었다.
그런데 이번 것은 달랐다.
이번 것은 통 안에서 그가 혼자 올라간 것이었다. 성문 빗장을 그가 들었다.
아래에서 육백이 봤고 성읍 사람들이 봤다.
누가 무엇을 적든, 그 통을 올라간 것은 그였다.
그는 그날 밤 성벽 위에 앉아 있었다.
아래가 골짜기였다. 그 아래 어디쯤에 샘이 있고, 샘 안쪽에 구멍이 있었다.
거기 올라온 것이 어제였다.
팔꿈치가 까져 있었다.
만져보니 딱지가 앉기 시작했다.
그것도 없어질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