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 다윗 · 6 / 117

4장 — 만만

기브아. 포도 거둘 무렵. 다윗이 스물한 살이던 해.

성경의 기록 · 사무엘상 16장 14–23절 · 18–19장

밤에 그것이 왔다.

먼저 오른쪽 눈 뒤가 조여들었다. 조여드는 것이 목덜미까지 내려오고, 내려온 다음에는 귀에서 소리가 났다. 벌레 소리 같기도 하고 먼 데서 물 흐르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러고 나면 등불이 견딜 수 없어졌다.

그는 등불을 끄게 했다. 문도 닫게 했다. 그런데 어두워지면 소리가 더 커졌다.

침상 모서리를 잡았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서 나무가 삐걱거렸다.

밖에서 발소리가 나면 그것이 머릿속을 밟고 지나갔다.

“누구냐.”

”…아무도 없습니다.”

“밖에 누가 있다.”

“보초입니다.”

“물려라.”

신하들은 이것을 악한 영이라고 불렀다.

그도 그렇게 불렀다. 다른 이름이 없었다.

라마의 늙은이가 그를 떠난 뒤부터 시작됐다. 그해 가을이었다. 아말렉 일이 있었고, 늙은이가 길갈에서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가 찢었고, 찢긴 자락을 들고 말했다.

여호와께서 오늘 이스라엘 나라를 왕에게서 떼어 왕보다 나은 왕의 이웃에게 주셨나이다.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그때부터였다. 그때부터 밤이 길어졌다.

“수금을 하는 아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시종장이 말했다.

“베들레헴 이새의 아들인데, 소리가 좋다고 합니다. 사람도 준수하고, 말도 지혜롭게 한다고.”

“불러라.”

아이가 왔다.

작았다. 어깨가 좁고 팔이 가늘었다. 열일고여덟쯤 되어 보였다.

그는 그 아이를 발치에 앉히고 타게 했다.

처음 몇 마디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귀에서 나던 소리가 그 아래로 깔렸다. 소리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소리가 위에 덮인 것이었다.

목덜미가 풀렸다.

그날 밤 그는 잤다.

그 뒤로 아이는 궁에 머물렀다.

낮에는 무기 드는 일을 시켰다. 밤에는 탔다. 밤마다 타지는 않았다. 그것이 오는 밤에만 탔다.

그는 그 아이를 좋아했다.

좋아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좋아하지 않았으면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가을에 블레셋을 쳤다.

돌아오는 길에 마을마다 사람들이 나왔다. 늘 있는 일이었다. 여자들이 소고를 들고 나오고 아이들이 길가에 서고, 왕이 지나가면 소리를 질렀다.

두 번째 마을에서 노래가 들렸다.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이 죽인 자는 만만이로다.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세 번째 마을에서도 같은 노래가 나왔다. 네 번째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부르고 있었다. 가사가 똑같았다.

누가 만든 것도 아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날 밤 그는 셈을 했다.

천천과 만만.

시로 지은 것이니 숫자에 뜻이 없다는 것쯤은 안다. 앞에 작은 수를 놓고 뒤에 큰 수를 놓는 것이 그런 노래의 방식이다.

그런데 그런 노래를 지으려면 두 사람을 나란히 놓아야 한다.

백성이 두 사람을 나란히 놓았다.

그리고 나란히 놓고 나면, 한쪽을 앞에 놓고 한쪽을 뒤에 놓게 된다. 노래는 이미 순서를 정해놓았다.

이제 그에게 더 줄 것이 무엇이 남았는가.

나라 말고.

그는 자기 집을 봤다.

아들이 그 아이에게 자기 겉옷을 벗어 줬다. 활과 띠까지 줬다. 왕자의 옷이었다.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다고 하지 않았다.

작은딸이 그 아이를 본다. 보는 방식이 있다. 그는 그 방식을 안다.

종들이 그 아이 앞에서 웃는다.

이 집이 기울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왕이 내 집이 나를 떠나고 있다고 말하면, 그 말이 성문 밖으로 나간다.

그는 아이를 천부장으로 세웠다.

승진이었다. 사람들이 축하했다.

궁에서 나가서 군에 붙어 있으라는 뜻이었다. 밤에 수금을 못 타게 되었지만 그것은 감수했다.

전장에 나가면 죽을 수도 있다.

그러라고 보낸 것이었다.

그 아이는 죽지 않았다. 나갈 때마다 이기고 돌아왔다. 이기고 돌아올 때마다 사람들이 더 좋아했다.

작은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기뻤다.

기뻤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었다. 딸이 그를 사랑한다면, 그것은 줄이 된다. 줄은 양쪽을 묶는다. 사위는 장인의 사람이다.

그리고 딸은 덫이 될 수도 있다.

지참금을 물었다.

“왕은 아무 예물도 원하지 아니하고 다만 블레셋 사람의 포피 백을 원하신다고 전하라.”

그는 그것을 계산해서 말했다. 포피 백을 가져오려면 백 명을 죽여야 하고, 백 명을 죽이려면 깊이 들어가야 하고, 깊이 들어가면 돌아오지 못한다.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방법이 있었다.

이백을 가져왔다.

세는 데 시간이 걸렸다. 자루를 마당에 쏟아놓고 신하들이 세었다. 냄새가 났다.

이백이었다.

그는 마당에 서서 그것을 봤다.

그 순간에 알았다. 이 아이에게 무엇을 시켜도 이 아이는 살아서 돌아온다. 죽으라고 보내면 이기고 돌아오고, 이기면 사람들이 더 좋아한다.

무엇을 해도 그 방향으로만 간다.

딸을 줬다.

겨울에 그것이 다시 왔다.

그날은 낮부터 왔다. 오른쪽 눈 뒤가 조여들었고 귀에서 소리가 났고, 집 안에 있는데도 사방이 밝았다.

그 아이가 수금을 타고 있었다.

그는 손에 창을 들고 있었다. 왜 들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늘 옆에 두고 있었으니 들고 있었을 것이다.

소리가 귀에 들어오는데 이번에는 깔리지 않았다.

그 위에 얹혔다.

그는 창을 던졌다.

벽에 박혔다. 아이는 없었다. 문 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수금이 바닥에 있었다.

두 사람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봄에 한 번 더 던졌다.

그때는 아이가 뛰어나갔다. 그날 밤에 사람을 보냈다. 집을 지키게 하고 아침에 죽이라고 했다.

아침에 신하들이 돌아왔다.

“병들어 누워 있다 하여 침상째 들고 왔는데, 안에 우상이 있었습니다.”

”…뭐라고.”

“염소털을 머리맡에 놓고 옷을 덮어놨습니다.”

딸을 불렀다.

들어와서 문 옆에 섰다.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어찌하여 나를 속이고 내 대적을 놓아 보내었느냐.”

“그가 저에게 말하기를, 나를 보내라, 어찌하여 내가 너를 죽이게 하겠느냐, 하였습니다.”

그는 딸의 얼굴을 봤다.

딸은 그를 마주 봤다.

거짓말이었다. 딸이 스스로 내려보낸 것이다. 창으로 달아 내렸을 것이고, 염소털을 침상에 눕힌 것도 딸이다.

그리고 딸은 그가 그것을 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가라.”

딸이 나갔다.

그날 밤에는 그것이 오지 않았다.

머리도 아프지 않았고 귀에서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는 침상에 앉아 있었다.

수금 타는 소리가 나지 않는 밤이었다.

밖에 보초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그냥 발소리였다.

그는 오래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