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 다윗 · 5 / 117

3장 — 골짜기

엘라 골짜기. 보리 벨 무렵. 다윗 스무 살.

성경의 기록 · 사무엘상 17장 1–58절 · 18장 6–7절

사십 일째였다.

날짜를 센 것은 그가 아니었다. 누군가 매일 아침 창대에 금을 그었고, 금이 마흔 개가 되자 그것을 세는 사람이 생겼다.

이쪽 능선에 이스라엘이 있고 저쪽 능선에 블레셋이 있었다. 사이에 골짜기가 있고 바닥에 마른 개천이 있었다. 겨울에는 물이 흐르고 지금은 돌만 남아 있었다.

양쪽 다 내려가지 않았다. 내려가는 쪽이 불리하다는 것을 양쪽 다 알았다.

배급은 하루에 두 번이었다.

보리떡과 볶은 곡식. 응유는 사흘에 한 번 나왔고 쉬어 있을 때가 많았다. 물은 아래 샘에서 길어 올렸는데, 길어 오는 데 한 시간이 걸려서 아끼느라 다들 입 냄새가 났다.

진지 뒤편에 파놓은 구덩이에서 냄새가 올라왔다. 바람이 이쪽으로 불면 밥을 먹다 말고 고개를 돌려야 했다.

사흘 전부터 배탈이 도는 중이었다. 그의 천막에서도 둘이 누워 있었다.

아침에 그자가 나왔다.

가드 사람이었다. 이름은 골리앗이라고 했다. 사십 일 전 첫날에 자기 이름을 대고 나왔고, 그 뒤로는 대지 않았다. 댈 필요가 없어졌다.

매일 같은 시각이었다. 저쪽 능선 아래로 내려와 개천 가운데 서서 이쪽을 보고 외쳤다.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사십 일 동안 매일 들으니 소리의 모양은 외워졌다. 앞부분이 길고 뒷부분이 짧았다. 마지막에 한 번 크게 질렀다.

방패 든 자가 앞에 서 있었다. 갑옷이 아침 해에 번쩍였다.

철이었다.

이쪽에는 철이 없었다. 왕과 왕자에게 칼이 있었고 나머지는 없었다. 그의 창은 청동 촉이었고, 지난달에 날이 밀려서 돌에 갈았다. 낫과 보습을 갈려면 블레셋 대장장이에게 가야 했다. 갈 때마다 값을 받았다.

그것들이 저 아래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자가 한참 서 있다가 돌아갔다. 이쪽 능선에서 누군가 침을 뱉었다.

그날도 그렇게 시작됐다.

정오쯤 뒤에서 소란이 있었다.

보급 오는 사람들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집에서 짐을 지고 오는 자들이 며칠에 한 번씩 왔다. 떡이 오고, 치즈가 오고, 소식이 왔다.

그는 앉아서 샌들 끈을 고치고 있었다.

“형님.”

고개를 들었다.

막내가 서 있었다.

짐을 두 개 지고 있었다. 하나는 곡식 자루고 하나는 치즈였다. 어깨에 자국이 나 있었다. 걸어서 온 것이다. 베들레헴에서 여기까지 걸으면 하루가 넘는다.

“아버지가 보내셨습니다. 형님들 잘 계신지 보고 오라고.”

“그래.”

“이거 천부장께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치즈 열 덩이.”

“놓고 가라.”

막내가 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내려놓고 나서도 가지 않았다.

능선 아래를 봤다.

그는 그것을 봤다.

“양은.”

“다른 사람 맡기고 왔습니다.”

“들에 양을 두고.”

“아버지가 가라고 하셔서—”

“아버지가 가라고 하셨겠지.”

그는 일어섰다. 일어서니 막내가 눈을 들어야 했다.

“네가 왜 왔는지 내가 모를 것 같으냐.”

”…예?”

“교만하구나. 마음이 완악하다. 너는 이걸 보러 온 거다.”

막내가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제가 무엇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가라.”

“그냥 여쭤본 겁니다.”

“뭘 물어봐.”

막내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앉아서 끈을 고쳤다.

오 년 전 마당이 떠올랐다.

늙은이가 그를 보고 숨을 들이켰다. 그것을 그는 봤다. 분명히 봤다. 그리고 곧 늙은이가 눈을 다르게 떴고, 말했다.

아니오.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아무도 묻지 않았다. 아버지도 묻지 않았다. 그날 이후 그 일에 대해 말한 사람이 집에 하나도 없었다.

기름 냄새는 사흘 갔다.

막내는 가지 않았다.

진지 안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말을 붙였다. 저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왕이 상을 준다더라, 딸을 준다더라, 세금을 면해준다더라. 그런 이야기들이 돌고 있었다.

그런 걸 묻고 다니는 애가 있으면 눈에 띈다.

오후에 부르러 왔다.

왕의 장막이었다.

그는 대열로 돌아갔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앞쪽이 웅성거렸고, 사람들이 일어서서 아래를 봤고, 그도 일어섰다.

앞에 사람이 많았다. 어깨 사이로 봐야 했다.

개천 바닥에 둘이 서 있었다.

골리앗이었다. 사십 일 동안 매일 아침 같은 자리에 섰던 그자였다. 앞에 방패 든 자가 있었다.

맞은편에 막내가 있었다.

거리가 멀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갑옷을 입지 않은 것으로 알았다. 저 아래 서 있을 만한 사람 중에 갑옷 없는 자는 하나뿐이었다.

막내가 걸어 나갔다. 뛰지는 않았다. 그러다 뛰었다.

무엇을 했는지 그는 보지 못했다. 팔이 돌아가는 것 같았고, 그다음에는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서 앞이 가려졌다.

골리앗이 앞으로 쓰러졌다.

능선이 무너졌다.

누가 먼저 뛰었는지 모른다. 그도 뛰었다. 창을 들고 골짜기로 내려갔다. 발목까지 돌이 굴렀고 몇 명이 넘어졌다.

저쪽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는 뒤를 쫓았다. 이 킬로쯤 달렸다. 숨이 목까지 찼다.

앞에서 하나가 넘어졌다. 갑옷 무게 때문에 일어나지 못하고 손을 짚고 있었다. 그는 등판과 목 사이에 창을 넣었다.

빠지지 않아서 발로 밟고 뽑았다.

그자가 뭐라고 소리를 냈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는 다시 뛰었다.

가드까지 쫓았다. 성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돌아섰다.

저녁에 이야기가 시작됐다.

불가에서였다. 그는 다리를 뻗고 앉아 있었다. 종아리가 떨렸다.

“물매였다더라.”

“물매?”

“돌 하나.”

“돌 하나로 그걸?”

“이마에 박혔다더라.”

누군가 반박하지 않았다. 반박할 이유가 없었다. 저 아래서 그자가 앞으로 쓰러진 것은 다들 봤다.

이튿날에는 이렇게 됐다.

개천에서 돌 다섯 개를 골랐는데 첫 번째 돌에 맞혔다더라.

사흘째에는 이렇게 됐다.

왕이 자기 갑옷을 입혀줬는데 무거워서 벗었다더라. 벗고 그냥 나갔다더라.

닷새째에는 이렇게 됐다.

들에서 사자와 곰을 맨손으로 죽였다더라. 그자가 웃으면서 개 취급을 했는데 대답을 이렇게 했다더라.

그 대답이 몇 마디였는지, 무슨 말이었는지는 사람마다 달랐다. 그런데 다들 알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마을을 지났다.

여자들이 나와 있었다. 소고를 들고 나온 사람도 있었다.

노래가 있었다.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이 죽인 자는 만만이로다.

그는 걸으면서 그 노래를 들었다.

한 마을을 지나면 다음 마을에서도 같은 노래가 나왔다. 세 번째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부르고 있었다.

가사가 다 같았다.

그날 골짜기에서 막내는 하나를 죽였다.

그는 하나를 죽였다.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사람 하나가 더 있었는데, 도망치다 그의 창에 어깨를 스치고 넘어졌으니 그것도 세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뒤로 사흘 동안 추격이 있었고, 그의 부대에서만 백 명 넘게 죽였다.

노래에는 그 이야기가 없었다.

앞에서 걷던 아비나답이 돌아봤다.

“형님, 저 노래—”

“들었다.”

“만만이라는데요.”

“들었다니까.”

아비나답이 뭐라고 더 말하려다 말았다.

그는 계속 걸었다. 샌들 끈이 또 풀려 있었다. 서서 고치기 귀찮아서 그냥 걸었다.

노래는 마을을 하나씩 건너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