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 다윗 · 4 / 117

2장 — 기름

베들레헴. 같은 날.

성경의 기록 · 사무엘상 16장 1–13절

암송아지가 자꾸 멈춰 섰다.

늙은이 걸음에 짐승 걸음이 겹치니 하루로는 빠듯했다. 그는 고삐를 두 번 감아 쥐고 끌었다. 손아귀에 힘이 남아 있지 않아서, 짐승이 버티면 같이 서 있는 수밖에 없었다.

라마에서 내려오는 길은 여부스 사람들의 성읍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야 했다. 성벽이 언덕 위에 낮게 얹혀 있었다. 저 성은 여호수아 때부터 저 자리에 있었고 아무도 뽑아내지 못했다. 지파 경계가 그 성을 피해서 그어졌다.

그는 성을 보지 않고 지나갔다.

베냐민 땅을 벗어나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기름은 뿔에 담아 자루 안쪽에 넣어 왔다.

올리브 기름에 향료를 섞은 것이라 새면 냄새가 난다. 그는 마개를 두 번 확인했다. 걸으면서 세 번째로 확인했다.

이런 것을 확인하는 나이가 되었다.

실로가 무너지던 해에 그는 소년이었다. 궤를 빼앗기고 제사장 집안이 하루에 몰살당하는 것을 봤다. 그때부터 세면 사십 몇 해다. 정확한 수는 세지 않은 지 오래됐다. 어차피 셀 사람이 곧 없어진다.

그 사이에 그는 한 사람을 세웠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자였다. 백성이 왕을 달라 했고, 그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판단은 그의 것이었다. 뿔도 그의 것이었다.

지금 그 사람은 길갈에 있고, 그는 여기 있다.

성문 앞에서 장로들이 나왔다.

여섯이었다. 앞장선 자가 손을 마주 잡고 있었는데 손가락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사무엘이시여, 평강히 오시나이까.”

물음이 아니었다. 부탁이었다.

예언자가 성읍에 들어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대개는 무언가를 발표하러 온다. 그리고 발표된 것은 취소되지 않는다.

그는 뒤에 선 송아지를 가리켰다.

“제사를 드리러 왔소. 성결하게 하고 나와 함께 제사에 참여하시오.”

장로들의 어깨가 내려갔다. 앞장선 자가 두 번 절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송아지는 진짜였고 제사도 드릴 것이었다.

이새의 집 마당은 넓었다.

담이 사람 키만큼 올라와 있고 안쪽에 저장 항아리가 줄지어 있었다. 밭을 가진 집이다. 종이 있는 집은 아니고 품을 사는 집이다. 이 정도가 이 마을에서는 위에서 두어 번째다.

그는 그 정도를 원했다. 너무 큰 집은 이미 왕에게 줄이 닿아 있다. 너무 작은 집은 아들을 지키지 못한다.

이새가 나왔다. 그와 비슷한 나이였다.

“어인 일로.”

“아들들을 보고 싶소.”

맏이가 먼저 들어왔다.

그는 문 쪽에서 들어오는 그림자를 먼저 봤다. 그림자가 문틀을 다 채웠다. 젊은 자가 고개를 숙이고 들어와 허리를 폈다.

머리가 서까래에 닿을 뻔했다.

그는 숨을 들이켰다.

이 사람이다, 하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면 백성이 따를 것이다. 세워놓으면 그림이 된다. 사람들은 올려다볼 것이 있으면 따른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는 자기 자신을 봤다.

사십 몇 해 전에도 그는 똑같이 생각했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자를 보고, 이 사람이면 되겠다고 판단했다. 백성 앞에 세웠고, 백성이 소리를 질렀다.

그 사람은 지금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

그는 젊은이의 얼굴을 오래 봤다.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얼굴이 자기가 아는 다른 얼굴과 비슷했다.

“아니오.”

이새가 눈을 깜빡였다.

“예?”

“다음.”

일곱을 봤다.

둘째는 목소리가 좋았고, 셋째는 손이 컸다. 넷째는 눈치가 빨랐고, 다섯째는 웃음이 많았다. 여섯째와 일곱째는 아직 어렸다.

그는 하나씩 앞에 세우고 봤다. 이름을 물었고, 나이를 물었고,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일곱 다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일곱 다 이미 무언가였다. 이 집에서 자리가 있고, 그 자리에 맞게 자라 있었다. 맏이는 맏이고, 셋째는 셋째다. 형이 있는 자는 형을 보고 자란다.

다 만들어진 것은 다시 만들 수 없다.

그는 벽에 등을 대고 앉아 있었다. 무릎이 아팠다. 밖에서 사람들이 제사 고기를 삶는 냄새가 들어왔다.

그가 원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그는 말로 옮기지 못했다. 다만 여기에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눈을 감고 기다렸다.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대개 아무것도 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예언자에게 목소리가 들린다고 믿지만, 그가 평생 들은 것의 대부분은 이런 종류의 침묵이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무언가를 결정하고 나면, 그것을 응답이라고 불렀다.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이름이 없었을 뿐이다.

그는 눈을 떴다.

“아들이 이게 다요?”

이새가 잠깐 말이 없었다.

“막내가 하나 더 있습니다.”

“어디 있소.”

“양을 칩니다.”

그는 이새를 봤다.

아침부터 물을 끓인 집이다. 일곱을 씻기고 갈아입혔다. 마을 어른들이 문밖에 나와 서 있다.

그런데 하나는 들에 있다.

“불러오시오.”

“지금은 저녁 몰이 때라—”

“불러오시오. 그가 올 때까지 우리는 앉지 않겠소.”

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마당에서는 아무도 그 아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고기가 다 삶겼고, 사람들이 서 있었고, 형들은 서로 곁눈질을 했다.

그는 그것을 봤다.

이 집은 저 아이를 세지 않는다. 여덟인데 일곱이라고 말할 뻔했다.

그는 자루 안에서 뿔을 꺼내 무릎 위에 놓았다.

아이가 마당으로 들어섰다.

흙이 무릎까지 튀어 있었다. 신발에 마른 진흙이 붙어 있었고 손에는 물매가 쥐어져 있었다. 자루가 옆구리에서 흔들렸다. 안에 돌이 남아 있는 소리가 났다.

숨이 차 있었다. 뛰어 내려온 모양이었다.

얼굴은 붉었고, 눈이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형들을 보고, 아버지를 보고, 그리고 그를 봤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섰다.

묻지 않았다. 무릎을 꿇지도 않았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열다섯쯤 되어 보였다.

그는 아이를 오래 봤다.

작았다. 어깨가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 백성 앞에 세우면 그림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집에서 자리가 없고, 자리가 없으니 그 자리에 맞게 자라지도 않았다.

그는 무릎을 짚고 일어섰다.

일어서는 데 두 번 시도했다. 두 번째에 이새가 팔을 잡아주었고 그는 그 손을 밀어냈다.

뿔의 마개를 뽑았다.

향료 냄새가 마당에 퍼졌다. 누군가 숨을 들이켰다.

그는 아이 앞으로 걸어갔다. 아이가 반걸음 물러났다가 멈췄다.

“고개를 숙여라.”

아이가 숙였다. 머리에 검불이 붙어 있었다.

그는 뿔을 기울였다.

기름이 정수리에 떨어져 갈라지며 흘렀다. 관자놀이로 한 줄, 귀 뒤로 한 줄. 아이가 어깨를 움츠렸다. 눈을 감았고, 감은 눈꺼풀이 떨렸다.

마당은 조용했다.

그는 뿔을 세우고 마개를 닫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땅이 흔들리지도 않았고 하늘이 열리지도 않았다. 형들은 서 있었고, 이새는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다. 마을 어른들 중 하나가 헛기침을 했다.

아이는 기름이 흘러내리는 채로 서 있었다. 소매로 닦으려다 손을 내렸다.

그는 아이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물으면 이 자리에서 그 이름이 불릴 것이고, 불린 이름은 성문 밖으로 나간다. 성문 밖으로 나간 것은 길갈까지 간다.

제사를 드렸다.

고기를 나누고, 축복하고, 늦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새가 하룻밤 묵어가시라 했지만 그는 사양했다.

성문을 나오기 전에 돌아봤다.

마당에 사람들이 아직 있었다. 아이는 없었다.

물어보니 양을 몰러 다시 올라갔다고 했다. 저녁에 우리에 넣어야 한다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걸었다.

올라가는 길은 내려온 길보다 멀게 느껴졌다.

송아지가 없으니 걸음은 빨랐다. 대신 붙들 것이 없어서 발이 자주 미끄러졌다.

그가 한 것은 표시 하나였다. 사울이 무너지는 날이 오면, 북쪽이 아닌 곳에 이름 하나가 있어야 한다. 그 이름이 자라기까지 십 년, 이십 년이 걸릴 것이다.

그는 그때까지 살지 못한다.

그러니 이것은 그가 확인할 수 없는 종류의 일이었다. 확인할 수 없는 일을 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여부스 사람들의 성이 다시 왼쪽에 나타났다. 성벽 위에 불이 하나 켜져 있었다.

그는 그 불을 보면서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