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 다윗 · 7 / 117
5장 — 전갈
기브아에서 남쪽으로. 이른 봄. 다윗이 스물두 살이던 해.
기록 사이의 빈칸 · 사무엘상 19장 18절–21장 1절 사이
새벽에 불려 갔다.
시종장이 마당에 서 있었다. 옷을 갈아입지 않은 것을 보니 밤을 새운 모양이었다.
“몇 군데 돌아야 한다.”
“예.”
“기브아, 게바, 믹마스, 벧호론, 그리고 남쪽으로 소고까지. 천부장들과 성읍 어른들에게 전하고 와라.”
“내용은 무엇입니까.”
시종장이 잠깐 말이 없었다.
“왕의 사위를 보거든 지체 없이 알리라고.”
그는 기다렸다.
”…그것뿐입니까.”
“그것뿐이다.”
그는 물을 채우고 나귀를 끌어냈다.
일 자체는 어려울 것이 없었다. 이런 심부름은 일 년에 몇 번씩 있었다. 부역 인원을 뽑을 때, 소집을 걸 때, 세를 걷을 때.
다만 그런 것들은 문서가 있었다.
이번에는 없었다. 외워서 가라고 했다.
게바에서 첫 번째로 전했다.
천부장이 마당에서 밥을 먹고 있다가 숟가락을 놓고 나왔다.
“왕의 사위를 보거든 지체 없이 알리라 하십니다.”
”…알리라고?”
“예.”
“어디로 알리나.”
“기브아로.”
천부장이 그를 봤다. 그러고 나서 마당을 한 번 봤다. 마당에는 그의 아들과 종 둘이 있었다.
“무슨 일이 났나.”
“저는 전하는 것만 압니다.”
“자네가 모를 리가 있나.”
“모릅니다.”
천부장이 팔짱을 꼈다.
“다쳤나. 어디서 없어졌나.”
”…”
“아니면 잡으라는 건가.”
“알리라고만 하셨습니다.”
천부장은 한참 서 있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믹마스에서는 다르게 알아들었다.
“병이 나셨습니까.”
“모릅니다.”
“몸이 안 좋으시다는 말이 돌긴 했습니다. 겨울에 궁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저는 모릅니다.”
“찾으면 어디로 모십니까.”
“기브아로 알리라고만.”
“모시라는 게 아니고?”
“알리라고만 하셨습니다.”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잘 모시겠습니다.”
그는 그 말을 정정하지 않았다.
벧호론에서는 알아들었다.
성읍 어른이 늙은 사람이었다. 다 듣고 나서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알겠소.”
”…예.”
“돌아가서 전하시오. 이쪽에는 오지 않았다고.”
“아직 묻지 않았습니다.”
“묻기 전에 말하는 것이 낫소.”
그는 그 마당에서 물 한 잔을 얻어 마시고 나왔다.
나오면서 뒤를 봤다. 늙은이가 문간에 서서 그가 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소식이 얇아졌다.
두 마을에서는 노래가 여전히 돌고 있었다. 아이들이 부르고 있었다. 천천과 만만.
거기서는 이렇게 물었다.
“이번엔 어디를 치러 가신답니까.”
”…”
“작년에 이백을 가져오셨다면서요. 우리 마을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답니다.”
“그 얘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이기시겠지요.”
그는 전갈만 전하고 나왔다.
소고 근처에서 하루를 묵었다.
주막이라 할 것도 없이 그냥 남의 집 마당이었다. 나귀를 매어놓고 담 밑에서 잤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셈을 해봤다.
여섯 곳을 돌았다. 여섯 곳이 여섯 가지로 알아들었다.
하나는 무슨 일이 났느냐고 물었다. 하나는 잘 모시겠다고 했다. 하나는 오지 않았다고 미리 전하라 했다. 둘은 다음 전쟁이 언제냐고 물었다. 하나는 자리에 없어서 아들에게 전했는데, 그 아들이 제대로 옮길지는 알 수 없었다.
여섯 곳이 앞으로 여섯 가지로 움직일 것이었다.
그는 자기가 전한 말을 다시 외워봤다. 왕의 사위를 보거든 지체 없이 알리라.
틀리게 전한 적은 없었다.
돌아가는 길은 다른 길로 잡았다.
내려올 때보다 이틀이 빠른 길이었다. 언덕을 하나 더 넘어야 하지만 물이 있는 곳을 지난다.
정오쯤 성읍 하나가 보였다.
언덕 위에 낮게 앉아 있었다. 집이 스무 채쯤이고 가운데에 지붕이 넓은 건물이 하나 있었다. 마당에 나무가 몇 그루 있었고 그 아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제사장 성읍이었다.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여자 둘이 물동이를 이고 올라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담 옆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그는 길에서 그것을 봤다.
명단에는 없었다.
기브아, 게바, 믹마스, 벧호론, 소고. 천부장들과 성읍 어른들.
제사장은 천부장이 아니다. 군에 속하지 않고, 소집에 들어가지 않고, 부역에도 빠진다. 세를 걷을 때도 명단이 다르다.
그리고 시종장은 여섯 곳을 말했다.
그는 나귀 고삐를 당겼다.
지나가면서 한 번 더 봤다.
물동이를 인 여자들이 성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안쪽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났다. 아이 이름 같았다.
바람이 이쪽으로 불어서 냄새가 왔다. 빵 냄새였다.
굽는 날인 모양이었다.
그는 언덕을 내려갔다.
기브아에 닿은 것은 사흘 뒤였다.
시종장에게 여섯 곳을 다 돌았다고 보고했다. 시종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것을 물었다.
“길에서 본 것은 없나.”
“없습니다.”
“남쪽 소식은.”
“조용합니다. 노래는 아직 부릅니다.”
시종장이 잠깐 그를 봤다.
“그 얘기는 안에서 하지 마라.”
“예.”
그는 나귀를 매어놓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발이 부었다. 물에 담그고 앉아 있는데 마당 저쪽에서 사람들이 뭔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웃는 소리가 났다.
여드레 걸렸다. 여섯 곳이었다.
일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