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 14 / 20
⟪시나리오 대본: SCENE 12⟫
PART 7. 판단했던 그 날
LOCATION: 예루살렘 성문 앞 / 밧세바의 방
EXT. 예루살렘 성문 앞 – 한낮
햇살이 내리쬐고, 먼지가 흩날리는 장터.
사람들로 북적이는 성문 앞에서,
두 형제가 언성을 높이며 다투고 있다.
형1
이 경계선은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정한 거야!
이건 내 땅이야!
형2
장마에 언덕이 반쯤 무너졌잖아!
네가 밤에 몰래 밀어버린 거잖아!
손엔 진흙 묻은 땅 조각과
오래된 장부가 각각 들려 있다.
사사들이 나서 보지만,
군중은 오히려 더 소란스럽다.
장로들도 한 걸음 나서지만
한 명은 성직자의 아들,
다른 하나는 세금 담당관의 친척.
누구 하나 손들어주지 못한다.
군중의 시선이 분산되고, 혼란해질 즈음…
CUT TO – 성문 옆 바위 아래, 작은 그늘
소년 솔로몬,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다.
옆엔 얇은 나무판과 갈필,
그 위엔 이미 몇 장의 기록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
그의 눈동자는,
말다툼이 아닌 사람들의 눈빛과 손짓을 따라가고 있다.
입은 닫혀 있고, 손가락만 움직인다.
그의 내면에 어머니의 음성이 겹쳐진다.
(속음, VOICE OVER – 밧세바)
밧세바 (VO)
말을 하기 전에,
어떤 말이 어떤 흐름 속에서 나오는지를 먼저 그려보렴.
사람들의 다툼이 점점 지쳐가던 찰나.
솔로몬, 천천히 일어선다.
주변 몇몇이 시선을 돌린다.
군중 속, 누군가가 중얼거린다.
“밧세바의 아들이다.”
“다윗의 막내지.”
“이름이… 여디디야?”
솔로몬, 조용히 앞으로 걸어간다.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땅을 바라본다.
솔로몬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며)
저 언덕 위 나무는…
올해 꽃을 피우지 못했어요.
형제들, 멈춘다.
군중도 조용해진다.
솔로몬
뿌리가 홍수에 떠내려갔거든요.
그런데…
그 땅의 경계를 기억한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형1
(머뭇거리며)
그건… 예전엔…
솔로몬
땅은 자라고, 무너지고, 바뀝니다.
하지만 그 땅 위에
‘누가 살았는지’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건 경계가 아니라 욕심이에요.
정적.
한 장로가 눈을 가늘게 뜬다.
사사 하나가 기침을 한다.
“이 아이… 누구였지?”
“밧세바의 아들입니다.”
“다윗의 막내… 여디디야…”
“아히도벨의 증손이지 않나?”
카메라 천천히 ZOOM OUT
군중의 중심에서,
조용히 서 있는 소년 솔로몬의 실루엣만이 강조된다.
FADE TO BLACK
INT. 밧세바의 방 – 그날 밤
밧세바, 촛불 아래서 앉아 있다.
솔로몬, 잔에 꿀차를 들고 있다.
밧세바
그 말들…
어디서 나왔니?
솔로몬
(조용히)
오늘 들은 말은 아니에요.
일주일 전부터…
그 사람들이 다투는 걸 계속 적었어요.
그는 옆의 노트를 펼친다.
거기엔 다툼의 흐름, 감정의 전개,
말의 모순과 행동의 패턴이 정리되어 있다.
밧세바
(미소)
아히도벨의 책략을 그대로 베꼈구나.
외조부께 배운 거니?
솔로몬
(고개 젓는다)
아니요.
어머니가 하시는 말을… 그냥 그려본 것뿐이에요.
밧세바, 그 아이를 바라본다.
그는 말보다 흐름을 본다.
논리가 아니라, 구도를 감지할 줄 아는 아이. 할아버지의 흔적이 태어날 때부터 묻어있다.
밧세바
사람들은 널
밧세바의 아들이라 부르겠지.
그리고 다윗의 막내라고도 할 거야.
하지만 언젠가—
“네가 판단했던 그 날”을 기억하게 될 거야.
CUT TO – 낮의 장면 재연, 슬로우모션
소년이 땅을 가리키고, 사람들의 입이 닫히던 순간.
다시 방 안.
밧세바는 말하지 않지만,
그녀의 표정은 이미 결정을 내린 자의 얼굴이다.
FADE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