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 6 / 8

5장 – 브나야

브나야,

나는 너를 모른다.

네가 어느 날 갑자기 칼을 들고 나타났을 때,

나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너는 말이 없었고,

나는 입이 없었다.

너는 명령을 수행했고,

나는 그 명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었다.

요압을 쓰러뜨린 너의 칼에서

나는 한 시대의 냄새를 맡았다.

피와 모래,

땀과 말없는 승복.

너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나도 아무것도 답하지 않았다.

그날 너의 칼끝에 묻은 것은

요압의 피만이 아니었다.

거기엔 내 이름 없는 세월,

내 침묵의 그림자,

내가 외면했던 모든 결정들이

조용히 눌어붙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침묵이 내 삶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브나야,

네 칼이 옳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칼은 내 시간을 끝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