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세바 3 - 솔로몬 : 아가와 전도서의 시대 · 33 / 46

Chapter 0. 소년이 판결하던 날

사람들은 왕은 기름부음을 받은 그 순간부터 왕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진짜 왕은, 누구보다 먼저 판단하는 자로 인식된 사람이다.

그날, 그 아이는 처음으로 판단했다.

예루살렘 성문 앞.
해는 중천에 떴고, 장터는 어수선했다.
두 형제가 성문 안팎에서 언성을 높였다.

한 사람은 손에 오래된 장부를 들고 있었고,
다른 이는 손에 진흙 묻은 땅의 파편을 쥐고 있었다.

“이 경계는 우리 아버지가 생전에 정한 것이다!”
“그건 장마 전에 이야기지. 지금 저 언덕은 반 이상 무너졌다고!”
“네가 밀어버린 거잖아! 밤에 몰래…”

사사들이 나와 중재하려 했으나
오히려 군중의 소란만 커졌다.

장로들이 나서려 했으나,
한쪽은 성직자의 자손이었고,
다른 한쪽은 군주의 세금 담당이었다.

누구 하나 쉽게 손들어주지 못하는
복잡하고 더러운 다툼이었다.

그 광경을,
소년 솔로몬은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었다.

바위 벽 아래 그늘.
그는 양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었고,
곁에는 종이와 갈필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 자리에 나와
사람들의 분쟁을 기록했다.

어머니는 그에게 말했다.

“말을 하기 전에,
어떤 말이 어떤 흐름 속에서 나오는지를 먼저 그려보렴.”

이 날은 특별했다.

다툼은 길어졌고,
누구도 옳지 않았고,
모두가 지쳐 있었다.

그러다 한 순간.
그는 일어섰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는 천천히 걸어 나갔다.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밧세바의 아들이다.”
“다윗의 막내지.”
“그 이름이… 여디디야 아니던가?”

소년은 말하지 않았다.
그저, 땅을 가리켰다.

“저 언덕의 나무는, 올해 꽃을 피우지 못했습니다.”
“홍수가 그 뿌리를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그 경계선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형제가 멈췄다.

“땅은 바뀝니다. 나무도 자라고, 무너지고, 다시 심어지지요.”
“그러나 그 땅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지를 기억하지 않으면,
그건 경계가 아니라, 욕심입니다.”

정적.

사사 하나가 기침을 했다.
장로 하나가 눈을 깜박였다.

“이 아이는 누구냐고… 했던가?”

누군가 대답했다.
“밧세바의 아들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다윗의 모사, 아히도벨의… 증손이군.”

그날 밤.
밧세바는 어두운 방 안에서,
그 아이와 마주 앉아 있었다.

솔로몬은 잔에 꿀차를 들고 있었다.

“그 말을, 어떻게 정리한 거니?”
“그건… 오늘 들은 말이 아니에요.”
“일주일 전부터 쭉 적고 있었어요.”

그는 옆의 노트들을 펼쳤다.
분쟁의 기록들, 감정의 흐름,
사람들의 성격, 그리고
각자의 진술 속에 숨어 있는 모순점들이
작은 기호와 함께 빼곡히 적혀 있었다.

밧세바는 조용히 웃었다.

“아히도벨의 책략 기법을 그대로 썼구나.
…외조부께 배운 거니?”

“아니요.
어머니가 하시는 말들을
그냥… 그려본 것뿐이에요.”

그녀는 그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아이는 본능적으로 구조를 짜는 아이였다.
사람이 하는 말을 듣는 게 아니라,
그 말이 어떤 ‘구도’로 이어지는지를 느끼는 아이.

“사람들은 너를 밧세바의 아들이라고 부르겠지.”
“그리고 다윗의 막내라고도 말할 거야.”
“하지만 언젠가—
네가 ‘판단했던 그 날’을 기억할 거야.”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아직은.

그러나 그녀의 마음엔 이미 결정이 서 있었다.

그 아이가 왕이 될 것이라고.
누가 아닌, 무엇을 아느냐가 왕의 조건이라면—
그 아이는 누구보다 먼저 구조와 흐름을 아는 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사람들은 그 아이를 다시 보았다.

말은 적었지만,
그가 말을 하면 다투던 자들이 멈췄고,
장로들이 고개를 숙였으며,
심지어 병사들이 그의 눈을 피했다.

그의 이름은 훗날 지혜의 상징 솔로몬이 되었고,
그의 정체성은 “여디디야”—
하나님이 사랑하신 자였으나,

하지만 민심 속에선
그는 이미,
판단하는 자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