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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Chapter 0. 소년이 판결하던 날"
work: "밧세바(원판)"
part: "밧세바 3 - 솔로몬 : 아가와 전도서의 시대"
chapter: 33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2025/33/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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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0. 소년이 판결하던 날

사람들은 왕은 기름부음을 받은 그 순간부터 왕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진짜 왕은, 누구보다 먼저 판단하는 자로 인식된 사람이다.

그날, 그 아이는 처음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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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성문 앞. \
해는 중천에 떴고, 장터는 어수선했다. \
두 형제가 성문 안팎에서 언성을 높였다.

한 사람은 손에 오래된 장부를 들고 있었고, \
다른 이는 손에 진흙 묻은 땅의 파편을 쥐고 있었다.

“이 경계는 우리 아버지가 생전에 정한 것이다!” \
“그건 장마 전에 이야기지. 지금 저 언덕은 반 이상 무너졌다고!” \
“네가 밀어버린 거잖아! 밤에 몰래…”

사사들이 나와 중재하려 했으나 \
오히려 군중의 소란만 커졌다.

장로들이 나서려 했으나, \
한쪽은 성직자의 자손이었고, \
다른 한쪽은 군주의 세금 담당이었다.

누구 하나 쉽게 손들어주지 못하는 \
복잡하고 더러운 다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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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광경을, \
소년 솔로몬은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었다.

바위 벽 아래 그늘. \
그는 양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었고, \
곁에는 종이와 갈필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
그 자리에 나와 \
사람들의 분쟁을 기록했다.

어머니는 그에게 말했다.

“말을 하기 전에, \
어떤 말이 어떤 흐름 속에서 나오는지를 먼저 그려보렴.”

이 날은 특별했다.

다툼은 길어졌고, \
누구도 옳지 않았고, \
모두가 지쳐 있었다.

그러다 한 순간. \
그는 일어섰다. \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는 천천히 걸어 나갔다.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
“밧세바의 아들이다.” \
“다윗의 막내지.” \
“그 이름이… 여디디야 아니던가?”

소년은 말하지 않았다. \
그저, 땅을 가리켰다.

“저 언덕의 나무는, 올해 꽃을 피우지 못했습니다.” \
“홍수가 그 뿌리를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
“그런데도 당신은 그 경계선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형제가 멈췄다.

“땅은 바뀝니다. 나무도 자라고, 무너지고, 다시 심어지지요.” \
“그러나 그 땅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지를 기억하지 않으면, \
그건 경계가 아니라, 욕심입니다.”

정적.

사사 하나가 기침을 했다. \
장로 하나가 눈을 깜박였다.

“이 아이는 누구냐고… 했던가?”

누군가 대답했다. \
“밧세바의 아들입니다.” \
다른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
“다윗의 모사, 아히도벨의… 증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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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
밧세바는 어두운 방 안에서, \
그 아이와 마주 앉아 있었다.

솔로몬은 잔에 꿀차를 들고 있었다.

“그 말을, 어떻게 정리한 거니?” \
“그건… 오늘 들은 말이 아니에요.” \
“일주일 전부터 쭉 적고 있었어요.”

그는 옆의 노트들을 펼쳤다. \
분쟁의 기록들, 감정의 흐름, \
사람들의 성격, 그리고 \
각자의 진술 속에 숨어 있는 모순점들이 \
작은 기호와 함께 빼곡히 적혀 있었다.

밧세바는 조용히 웃었다.

“아히도벨의 책략 기법을 그대로 썼구나. \
…외조부께 배운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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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
어머니가 하시는 말들을 \
그냥… 그려본 것뿐이에요.”

그녀는 그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그 아이는 본능적으로 구조를 짜는 아이였다. \
사람이 하는 말을 듣는 게 아니라, \
그 말이 어떤 ‘구도’로 이어지는지를 느끼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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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너를 밧세바의 아들이라고 부르겠지.” \
“그리고 다윗의 막내라고도 말할 거야.” \
“하지만 언젠가— \
네가 ‘판단했던 그 날’을 기억할 거야.”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
아직은.

그러나 그녀의 마음엔 이미 결정이 서 있었다.

그 아이가 왕이 될 것이라고. \
누가 아닌, 무엇을 아느냐가 왕의 조건이라면— \
그 아이는 누구보다 먼저 구조와 흐름을 아는 자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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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날 이후, \
사람들은 그 아이를 다시 보았다.

말은 적었지만, \
그가 말을 하면 다투던 자들이 멈췄고, \
장로들이 고개를 숙였으며, \
심지어 병사들이 그의 눈을 피했다.

그의 이름은 훗날 지혜의 상징 솔로몬이 되었고, \
그의 정체성은 “여디디야”— \
하나님이 사랑하신 자였으나,

하지만 민심 속에선 \
그는 이미, \
판단하는 자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