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세바 2 : 밧세바 - 잠언의 시대 · 17 / 46
Chapter 1. 소녀 밧세바
“지혜로운 여인은 자기 집을 세우되,
미련한 여인은 자기 손으로 무너뜨리느니라.”
(잠언 14:1)
[길로. 아히도벨의 집. 어느 늦여름. 정원 깊은 곳, 회색 담장 안쪽.]
밧세바는 여덟 살이었다.
그녀는 말수가 적었고,
어른들이 말하지 않는 것을 기억했다.
웃지 않지만 표정은 밝았고,
장난을 하지 않지만
돌아가는 흐름은 누구보다 빨리 파악했다.
그녀는 관찰자였다.
그러나, 스스로 그것을 자각하지는 않았다.
[아히도벨의 수업. 오전 시간. 비문과 지도 사이에서.]
아히도벨은 지식을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질문을 던졌고, 밧세바는 기억했다.
“지혜가 말하는 법을 배우지 마라.
지혜는 듣는 자를 골라서만 속삭인다.”
그녀는 그것을 받아적지 않았다.
그러나 기억했다.
며칠 뒤, 똑같은 구절을 그에게 다시 말했을 때—
아히도벨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는, 글이 아니라 구도를 배운다.”
[엘리암의 훈련장. 오후. 무기 대신 무게.]
그녀는 활을 쏘지 않았지만,
활줄의 장력을 재었다.
칼을 들지 않았지만,
칼자루의 균형을 느꼈다.
엘리암은 말했다.
“네가 전장을 나갈 일은 없겠지만,
사람이 무슨 무기를 드는지 보면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밧세바는 무릎을 꿇고
병사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았다.
손이 무거운 자,
균형이 맞지 않는 자,
지나치게 빠른 자,
너무 조심스러운 자.
그녀는 분별했고, 기억했다.
말하지 않아도, 그 손짓은 말하고 있었다.
[밤. 혼자만의 독서 시간. 제사 문서와 민속 기록 사이.]
밧세바는 제사장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용어의 패턴과 반복에서 구조를 읽었고,
민속기의 반복설화에서 사람들의 공포를 읽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두려움에 기반한 신을 만든다.
하지만 그 신은, 지혜 있는 자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 그녀가 혼자 적어둔 첫 문장.
[아히도벨과의 첫 충돌. 11세 무렵.]
“왜 이 전쟁은 패배했습니까?”
밧세바가 물었다.
아히도벨은 잠시 고개를 들었다.
“너무 많은 것을 믿었기 때문이지.”
“믿지 않았다면, 이겼을까요?”
“…믿는 자가 싸우고, 믿지 않는 자가 계산하지.”
“그럼 저는… 믿지 않겠습니다.”
그날, 아히도벨은 그녀에게 처음으로 ‘답’을 주지 않았다.
다만 말없이 책을 덮고 방을 나갔다.
밧세바는 처음으로,
자신이 ‘길들여지는 아이’가 아니라
‘판단하는 자’가 되어간다는 걸 느꼈다.
[13세. 연회의 자리. 처음으로 정식 동석.]
그녀는 옷을 말없이 고르고,
움직임을 줄이고,
말을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그날, 연회장의 인물 절반이
‘그 아이는 누구냐’고 물었다.
다음 날, 아히도벨이 말했다.
“이제부터는…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너를 말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짧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조차 계산된 것이었다.
“밧세바는 길러졌다.
그러나 가르쳐진 것이 아니라,
가문이 만든 구조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들은 그녀가 아름답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녀가 얼마나 오래 침묵을 견디며 지켜보았는지는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