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세바 1 : 다윗 - 시편의 시대 · 10 / 46
Chapter 8. 밧세바
“그가 아뢰되, 그는 엘리암의 딸이요, 헷 사람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가 아니니이까.”
(사무엘하 11:3)
“이스라엘에서 낳은 자는… 시므아와 소밥과 나단과 솔로몬이니,
이는 다 암미엘의 딸 밧수아의 소생이라.”
(역대상 3:5)
밧세바 = בת שבע = 딸(bat) + 일곱(seba) → 언약의 수, 완전함을 뜻하는 이름
[길로. 봄의 끝자락. 아히도벨의 집. 안뜰에 작은 아이 울음이 맴돈다.]
딸이었다.
아히도벨의 손자는 아니었다.
엘리암의 첫째였고,
사내가 아니었다.
기대는 꺾였으나, 실망은 아니었다.
그 아이의 눈빛은, 태어날 때부터 ‘살아 있으려는 자’의 눈빛이었다.
할아버지는 손녀를 안았다.
무릎 위에 올린 작은 얼굴.
눈동자는 또렷했고,
울음은 짧았고,
숨은 깊었다.
“이 아이의 이름은 무엇으로 지으시렵니까?”
엘리암의 부인이 조심스레 물었다.
엘리암은 말없이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히도벨은 아이를 한참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밧–세바.”
딸. 그리고 일곱.
가장 완전한 수.
하나님의 언약의 숫자.
가장 모호하되, 가장 분명한 이름.
“언약의 딸이다.
우리가 세울 왕국의, 설계가 될 딸이다.”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엘리암은 고개를 숙였고,
그의 아내는 가만히 손을 모았다.
[밧세바는 울지 않았다. 그날 이후, 거의 울지 않는 아이가 되었다.]
아히도벨은 말을 걸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그 아이가 앉을 수 있게 되자, 두루마리를 손에 쥐여주었고,
말할 수 있게 되자, 침묵을 가르쳤다.
“지혜는 말에 있지 않다.
지혜는 말하지 않은 말의 자리에 있다.”
아버지 엘리암은 그녀에게 칼을 쥐여주지 않았지만,
무게를 재게 했다.
그 아이는 도끼를 들 수 없었지만,
남자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적을 쓰러뜨리는 건, 칼이 아니라 순간이다.
그 순간을 먼저 보는 자가 이긴다.”
밧세바는 걷기 시작한 시기보다
숨을 죽일 줄 아는 시기가 더 빨랐다.
그녀는 말보다 눈으로 기억했고,
손보다 기다림으로 반응했다.
아이들은 웃고 울 때,
그녀는 듣고 쌓았다.
[아히도벨의 침묵 속 가르침]
- 이름은 운명이다.
- 언약은 계약이 아니다. 선택의 연속이다.
- 여자는 싸우는 자가 아니라, 움직이지 않고 이기는 자다.
- 그리고…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마지막에 살아 있는 것이 진짜 권력이다.”
[그 밤. 아히도벨의 독백]
아이를 재우고, 창가에 앉았다.
아직 다윗은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날 엘라 골짜기에서 그 아이를 본 이래,
아히도벨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왕좌.
그리고 그 옆의 여인.
그러나 왕비가 아니었다.
왕을 설계한 자.
그 왕을 낳는 어머니.
그리고 그 어머니를 길러낸 손.
“이 아이는 딸이 아니라, 계략이다.”
그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웃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