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세바 1 : 다윗 - 시편의 시대 · 5 / 46

Chapter 3. 사무엘

“내가 사울을 버려 왕이 되지 못하게 하였거늘 네가 그를 위하여 언제까지 슬퍼하겠느냐? 너는 뿔에 기름을 채워 가지고 가라. 내가 너를 베들레헴 사람 이새에게로 보내리니, 이는 내가 그의 아들 중에서 한 왕을 보았음이니라.” (사무엘상 16:1)

[라마. 사무엘의 집. 동녘이 트기 전. 재단 옆에 홀로 선 노인.]

사무엘은 아직도 사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그 이름은 오래된 상처처럼 입안에서 덧났다.

그가 사울을 처음 보았을 때—

키는 모든 백성보다 크고, 얼굴은 해같았으며,

백성은 흥분했고, 자신은 기도했다.

그러나 그 키가 하나님보다 높았고,

그 얼굴은 영광을 삼켰고,

그 백성은 그의 칼에만 반응했다.

“네가 그를 위하여 언제까지 슬퍼하겠느냐?”

그 음성은, 한밤중 아무 말 없이 사무엘의 안쪽 귀에 울렸다.

하나님의 말씀은 때때로 위로가 아니라 채찍이었다.

[이튿날, 사무엘은 기름뿔을 채운다.]

사울을 버린 날, 사무엘은 자신도 늙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하나님과 백성 사이를 잇는 자,

기름을 붓는 손이자, 심판을 전하는 입.

하지만 이제 그는 묻고 있었다.

“내가 정말 하나님의 뜻을 정확히 안단 말인가?”

그는 떠났다.

라마를 떠나, 베들레헴으로.

뿔 안에는 기름이 있었고,

그 마음 안에는 아직 남은 질문 하나가 있었다.

[베들레헴 성문. 이새의 집 앞. 제사 준비가 끝난 후.]

이새는 겸손했다. 겸손은 종종 가장 강한 방어였다.

그의 아들들은 강건했고, 장자는 위엄이 있었고,

차자는 용감해 보였으며, 삼남은 온화했다.

그 뒤로도 셋이 더 나왔다.

모두 칼을 쥘 자격이 있어 보였다.

하나님은 말이 없었다.

사무엘은 아들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자신의 오래된 실수를 떠올렸다.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

그 중심은 어디에 있는가?

이 형제들의 눈빛엔 모두 ‘기대’가 있었고,

그 기대는 곧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었다.

사무엘은 알았다.

기름을 받아야 할 자는, 자신이 왕이 될 줄 모르는 자여야 한다.

[“막내가 하나 남았습니다.”]

이새는 부끄러운 듯 말했다.

양을 지키는 아이.

불러오겠다고 말했지만, 사무엘은 말없이 기다렸다.

[소년이 걸어온다.]

햇빛 아래 걸어오는 그 소년.

손에는 양 기름이 묻어 있고,

눈동자에는 들판의 넓은 하늘이 담겨 있었다.

그는 아직 싸워본 적이 없고,

노래를 쓰며 사자를 피했고,

무릎 꿇지 않았지만,

고개는 이미 겸손하게 기울어 있었다.

그를 본 순간—

사무엘은 안다.

하나님이 고개를 끄덕였음을.

사무엘은 망설이지 않는다.

기름을 꺼내고, 그 이마 위에 붓는다.

“이는 여호와께서 기름부으신 자니라.”

기름은 햇빛을 따라 흘러내렸고,

소년의 눈이 처음으로 놀랐다.

그러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날 밤. 이새의 집 옥상. 사무엘의 혼잣말.]

“나는 이제야 조금 알겠다.

하나님은 왕을 찾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시인을 찾으셨고,

전사를 입힌 시인이 필요하셨던 거다.”

사무엘은 침묵했다.

그가 시작한 운명이 이제부터 어디로 흐를지

그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

그저 한 가지는 확신했다.

“이 아이에게 기름을 부었으니,

이제 나는 시대의 바깥으로 물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