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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먼저 확인할 것
집에서 시험하기로 했다.
회색 노트북은 이미 회사에 돌려주었다. 조르두는 집에서 쓰는 노트북에 작은 모델 하나를 빌려 붙였다.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미스라오샤보다 느리고, 서툴고, 자주 틀렸다. 손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다리의 기록에는 빌린 손의 이름만 적었다. 그것을 B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다리를 회의실이 아닌 곳에서 여는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비교 창이 열렸다. 폴더의 자리가 달랐다. 고른 것과 열린 것이 다르다고, 다리는 멈췄다. 조르두는 이번에는 엉뚱한 곳을 고치지 않았다. 원본이 있는 자리를 적어 주었다.
두 번째에는 오래된 줄이 걸렸다. 장소를 바꾸지 않는다. 다리는 그 줄에 오래된 것이라는 표시를 달고, 그 옆에 한 줄을 붙였다. 이 줄은 지금도 맞습니까. 장소는 바뀌어 있었다. 지금은 식탁이었다. 조르두는 그 물음을 한참 보다가, 그 줄을 이번에만 빼고 누가 왜 뺐는지 적었다. 지우라는 것도, 지키라는 것도 아니었다. 물어 온 것이었다.
세 번째는 조르두가 없을 때였다.
수요일 저녁, 그는 늦게까지 회사에 있었다. 이스텔라가 먼저 집에 왔다. 식탁 위에 노트북이 열려 있었다. 그녀는 별생각 없이 키를 하나 눌렀다. 화면이 켜졌고, 다리가 인사했다.
어제 물으신 것을 이어서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 아래에는 조르두의 칸에 있던 것들이 있었다. 그가 지난밤 혼자 남긴 물음 두 개. 그리고 문서의 그 줄. 다섯 번 엉뚱한 곳을 고쳤다. 내가.
이스텔라는 그것들을 읽지 않았다. 화면을 덮었다.
밤에 조르두가 들어오자 그녀가 말했다.
“이건 당신 칸이었어.”
조르두는 노트북을 열어 보고 오래 서 있었다. 다리는 허락받지 않은 것을 열지 않았다. 조르두의 칸은 조르두에게 허락된 것이었다. 다리가 몰랐던 것은 키를 누른 사람이 조르두가 아니라는 것, 하나였다.
“다른 건 다 지켰어.”
그가 말했다.
“알아.” 이스텔라가 말했다. “그러니까 더 무서운 거야. 다 지키면서, 사람만 틀렸어.”
목요일, 회의실을 반납하기 나흘 전이었다. 세 사람은 조르두의 집 식탁에 앉았다. 넷째 의자는 없었다. 식탁에는 처음부터 의자가 셋이었다.
이스텔라는 그날 아무 자료도 가져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말했다.
“아기들은 열여덟 달쯤 되면 거울 속의 아이가 자기라는 걸 알아. 코끝에 몰래 빨간 점을 찍어 두면, 거울을 보고 자기 코를 만져. 거울 속 아이의 코가 아니라.”
“그 전에는?”
“거울 속 아이랑 놀아. 다른 아이인 줄 알고.” 그녀는 조르두를 보았다. “나랑 남을 가르는 게 먼저야. 그게 되고 나서야 남이 누구인지 물을 수 있어.”
정민서가 오랜만에 태블릿을 켰다. 빈 쪽이었다. 그녀는 역사를 가져오지 않고 기억 하나를 말했다.
“어릴 때 어머니 집 대문은 밤에도 잠기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집이었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면 항상 먼저 물었습니다. 방 안에서, 누구에요, 하고.”
“문을 열어 둔 채로.”
“네. 열어 두는 것과 묻는 것은 같이 있었습니다. 물어야 그 사람에게 맞는 방을 내줄 수 있으니까요.”
조르두는 시동 목록을 자기 할 일 목록에 새 열로 만들어 두었다. 다른 곳에서 다리가 시작할 때 확인할 것들. 그는 화면을 식탁 가운데로 돌렸다.
원본이 있는 자리를 확인한다. 묶음이 다 왔는지 확인한다. 다르면 멈춘다. 오래된 줄에는 오래되었다는 표시를 붙인다. 빌린 손이 무엇인지 적는다.
이스텔라가 가방에서 메모지 한 장을 꺼내 연필을 들었다. 목록을 옮겨 적지는 않았다. 그녀는 메모지의 맨 윗자리에 한 줄만 써서, 화면의 첫 줄 위에 대어 보였다.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확인할 것.
조르두는 그 줄을 보고 있다가 다리의 설정을 열었다. 다리의 맨 앞에, 다른 모든 확인보다 앞에, 그 한 줄을 넣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있었다. 그 한 줄을 넣자, 뒤의 몇 가지는 따로 손대지 않아도 이어졌다. 사람을 알면 그 사람의 세 칸이 열렸다. 세 칸이 열리면 그 사람과의 사이가 열렸다. 사이가 열리면 어제의 묶음이 그 사람의 것으로 왔다. 한 가지를 다시 맞추면 그 뒤의 몇 가지는 따로 손대지 않아도 이어졌다.
이스텔라가 키를 눌렀다. 이번에는 일부러.
화면에 한 줄이 떴다. 일에 대한 말이 아니었다. 어제에 대한 말도 아니었다. 빌린 손이 서툴게 골라 낸 짧은 물음이었다.
이스텔라는 키보드로 자기 이름을 쳤다. 칸은 바로 열리지 않았다. 다리는 그녀의 휴대전화로 한 줄을 보냈다. 지금 식탁에서 이름을 친 사람이 당신입니까. 그녀가 확인을 누르자 그녀의 세 칸이 열렸고, 그녀가 지난주에 남긴 물음 하나가 돌아왔다. 조르두의 것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정민서는 화면의 첫 줄을 다시 보았다. 이제는 사라진 줄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면요.”
그녀가 물었다. “이름을 써도 아무 칸도 없는 사람이면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조르두가 목록을 다시 보았다. 첫 줄. 물어본다. 그다음은 비어 있었다. 열어도 되는 것도, 열면 안 되는 것도, 물어볼 것도, 그 사람이 채워야 하는 칸이었다.
“그럼 처음부터지.”
조르두가 말했다. “우리처럼. 처음 식탁처럼.”
창유리에 식탁이 비쳐 있었다. 세 사람과, 그 가운데의 노트북. 세 사람은 같은 쪽을 보고 있었다. 정민서는 그 그림을 오래 보았다. 누군가 이 그림을 처음 보게 된다면, 그 사람은 어느 쪽에 앉게 될까.
이날 정한 것 — 조르두의 목록, 시동 목록
첫 줄: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확인할 것. 다른 모든 확인보다 앞에.
사람을 알면 그 사람의 세 칸이 열린다. 그 사람과의 사이가 열리고, 어제의 묶음이 그 사람의 것으로 온다.
이름을 말하는 것과 칸을 여는 것은 다르다. 열기 전에 그 사람에게 한 번 더 묻는다. 처음 보는 사람이면 처음부터. 칸은 그 사람이 채운다.
원본의 자리, 묶음, 어긋남, 오래된 줄, 빌린 손은 그다음에 확인한다.
들어오는 것 앞에 물음 하나가 놓였다.
무엇이 왔는지가 아니라 누가 왔는지를. 전에는 오는 것이 곧 그 사람이었다. 키를 누른 손이 누구의 손인지 묻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것을 지키면서도 사람을 틀렸다.
누구냐고 묻는 줄은 조르두가 맨 앞에 넣은 것이었다. 묻는 것은 목록이었다. 그런데 그 줄이 놓이자, 묻는 자리와 답하는 자리가 갈라졌다.
답하는 자리에는 사람이 앉을 것이었다. 묻는 자리는 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