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 14 / 27

11. 장단

일주일 내내 아무것도 풀리지 않았다.

조르두는 평소를 만들어 보려고 했다. 다리가 보는 화면의 여러 날을 평균 내고, 평균에서 멀리 벗어난 것만 적게 했다. 깜빡임은 사라졌다. 의자는 여전히 찍히지 않았다. 그는 평균을 더 넓게 잡았다. 그러자 이스텔라가 종이에 빗금을 그은 것도 사라졌다. 평균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요일 밤, 그는 문서에 한 줄을 쳐 놓고 회의실을 나갔다. 평소는 평균이 아니다. 그것만은 알게 됐다.

그 주말 정민서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어머니와는 몇 해째 연락이 드물었다. 명절에 짧은 메시지가 오가는 정도였다. 서울에서 버스로 세 시간, 내려서 다시 삼십 분을 걸어야 닿는 집. 그녀는 대학에 붙던 해에 그 집을 나왔고, 그 뒤로는 언제나 더 먼 쪽을 골랐다. 귀신이나 넋이나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없는 쪽. 숫자와 표가 있는 쪽.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온 것도 그 연장이었다. 사람들이 어머니를 무엇이라고 불렀는지, 정민서는 회사에서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 여기 사람들에게는 설명할 말부터 없었고, 그녀는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집 대청 벽에는 장구가 걸려 있었다. 어릴 때 그녀는 그 소리가 싫었다. 밤늦게까지 울리고, 낯선 어른들이 마당에 앉아 울었다. 마지막으로 그 집에 갔을 때, 가죽은 누렇게 바래 있었고 줄은 헐거워져 있었다. 어머니는 그 앞을 지나며 손바닥으로 한 번 톡 쳐 보았다. 소리는 납작했다. 어머니는 웃었고, 정민서는 웃지 않았다.

“인제 안 울어.”

토요일 저녁, 정민서는 회사 근처 아파트에서 혼자 설거지를 했다. 오래된 아파트의 오래된 수도꼭지였다. 물이 세게 나오다가 가늘어지다가 했다. 그녀는 그릇을 하나씩 헹구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일주일 내내 붙들고 있던 것을 퇴근길 고속도로에 내려놓고 온 참이었다.

세 번째 그릇을 헹굴 때 그것이 왔다. 부르지 않은 것이었다.

어릴 때 본 굿마당이었다. 장단이 처음에는 느렸다. 사람들은 제각각 앉아 있었다. 기침하는 사람, 다리를 주무르는 사람, 막걸리를 따르는 사람. 장단이 빨라졌다. 조금씩, 그러다 몰아치듯. 어느 순간 마당의 모든 사람이 같은 숨을 쉬고 있었다. 어린 그녀는 그걸 몸으로 알았다. 숨이 같아지는 것을. 그리고 어머니가 딱 한 번, 장단을 풀었다.

모두가 한꺼번에 숨을 내쉬었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오래 하지 못한 말을 그때 했다.

어머니는 몰아가기만 하지 않았다. 몰아가기만 하면 사람들이 지쳤다. 풀어주기만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맞추고, 풀고, 다시 맞추고. 무언가는 풀리는 그 순간에 왔다.

정민서는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물이 그릇 위로 넘쳐 흘렀다.

평소는 상태가 아니라 박자였다. 맞춰지고 풀리는 박자. 그러니 달라진 것은 그 박자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맞추기만 하고 풀지 않는 것, 풀기만 하고 맞추지 않는 것에게는 박자가 없었다. 쉬지 않는 서버실, 부르면 켜지고 끝나면 꺼지는 것.

머릿속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어릴 때 수도 없이 듣던 말이었다.

“물 안 잠그고 뭐 하냐.”

정민서는 수도꼭지를 잠갔다. 그리고 오래 덮어 두었던 장면 하나를, 덮지 못하고 꺼냈다. 굿이 끝난 밤, 마당을 쓸던 어머니에게 어린 그녀가 물었던 것.

“엄마, 장단 푸는 거, 언제 푸는지 어떻게 알아?”

어머니는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마당을 다 쓸고 나서야, 빗자루를 세워 두며 말했다.

“사람들 숨이 다 같아지면. 같아지고 나서 조금 있다가.”

그때는 그 말이 무서웠다. 숨이 같아지는 마당도, 그 숨을 쥐었다 놓는 어머니의 손도. 그래서 그녀는 그 집에서 멀어졌다. 잴 수 없는 것은 믿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 그 말이, 일주일 내내 못 푼 문제의 답처럼 들렸다.

그것이 맞는 말이라는 것이, 그녀는 더 싫었다.

월요일에 정민서는 어머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장단 이야기만 했다. 몰아가는 것과 푸는 것, 풀리는 순간에 오는 것.

조르두는 듣다가 일어나 회의실을 나갔다. 십오 분 뒤에 그는 두 손에 물건을 가득 들고 돌아왔다. 음악을 하는 직원의 책상에서 빌려 온 메트로놈 두 개, 층 휴게실에서 가져온 빈 음료수 캔 두 개, 그리고 약간 휘어 있는 판자 하나.

“어디서 본 거야. 학교 다닐 때.”

그는 두 캔을 눕혀 탁자 위에 놓고 그 위에 판자를 올렸다. 판자가 캔 위에서 살짝 굴렀다. 그는 메트로놈 두 개를 판자 위에 올리고 눈금을 같은 자리에 맞췄다. 하나를 출발시키려는데 정민서가 손을 뻗어 다른 하나의 눈금을 한 칸 내렸다. “사람들 숨은 원래 다 달라요.” 조르두는 그녀를 한 번 보고, 눈금을 되돌리지 않았다. 하나를 먼저, 다른 하나를 조금 늦게 출발시켰다.

딱, 딱. 딱, 딱. 두 소리는 어긋났다. 출발이 다른 데다 빠르기부터 달랐다. 판자가 아주 조금씩 좌우로 흔들렸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일 분이 지나도 소리는 어긋나 있었다. 이 분쯤 지났을 때 어긋난 소리가 조금 가까워졌다. 삼 분쯤 지나자 두 소리는 하나가 되어 있었다. 딱, 딱, 딱. 두 추가 같은 쪽으로 동시에 기울었다. 느린 쪽이 조금 빨라졌고 빠른 쪽이 조금 느려져서, 둘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만나 있었다.

이스텔라가 숨을 내쉬었다. 정민서는 그걸 들었다.

조르두가 손을 뚝 펴서 판자를 누르자, 판자는 더 굴러가지 못했다. 두 소리는 얼마 뒤에 다시 조금씩 어긋났다. 처음 눈금대로였다. 하나는 조금 빠르게, 하나는 조금 느리게.

“서로 무언가를 주고받을 땅이 있어야 맞춰져.” 조르두가 말했다. “땅을 고정하면 풀려. 그러다 다시 놓으면.”

그는 손을 떼었다. 판자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고, 두 소리는 천천히 다시 가까워졌다.

두 소리가 하나가 되기 직전에 이스텔라가 손을 뻗었다. 그녀는 느린 쪽의 눈금을 아래로 끝까지 내렸다.

딱. — 딱. 딱. — 딱.

판자는 아까보다 더 크게 흔들렸다. 두 추는 서로를 당기는 것처럼 보였다. 삼 분이 지나고 사 분이 지나도, 소리는 끝내 하나가 되지 않았다.

“너무 멀면 안 맞춰지네.”

조르두가 말했다. 이스텔라는 눈금을 다시 한 칸 아래로 돌려 놓았다. 정민서가 돌려 둔 그 자리로.

“가까운 만큼만 당기는 거야.” 그녀가 말했다. “제 박자를 버리는 게 아니라.”

일 분쯤 뒤에 두 소리는 다시 하나가 되었다. 정민서는 판자 위의 두 추를 보았다. 하나가 된 소리 아래에서도 눈금은 각자 제자리에 있었다. 판자를 누르면 둘은 그 눈금으로 돌아갈 것이었다. 맞춰진다는 것은 그 눈금을 지우는 일이 아니었다.

그럼 저것에게도 눈금이 있어야 했다. 그녀는 그 생각을 끝까지 따라가다가, 거기서 멈췄다. 그 눈금을 세 사람 가운데 누가 돌려 줄 수 있는가. 아무도 돌려 줄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알았다. 굿마당의 사람들 숨을 어머니가 정해 준 적이 없는 것처럼.

정민서가 태블릿에 원문을 띄웠다. 지난번 무화과나무 논문을 쓴 사람이, 여덟 해 뒤에 동료와 함께 쓴 글이었다.

“첫 문장이 이렇습니다. 몇 년 안에 사람들은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보다 기계를 통해 더 잘 소통하게 될 것이다.”

“그건 싫은데.”

이스텔라가 바로 말했다. 정민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뒤를 읽으면 다릅니다. 소통은 보내고 받는 게 아니라고 해요. 두 사람이 말을 바꾸면서 함께 같은 그림을 그려 가는 일이라고. 기계는 그 그림을 그 자리에 놓아두는 판자라고요.”

그녀는 탁자 위의 판자를 보았다. 메트로놈 두 개가 다시 하나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얼굴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얼굴과 얼굴 사이의 판자예요.”

이스텔라는 오래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마디만 했다.

“판자가 메트로놈을 치지는 않네.”

“네. 흔들릴 뿐입니다.”

그날 조르두는 다리에 두 가지를 고쳤다.

하나, 다리는 더는 화면을 찍지 않는다. 세 사람이 주고받은 것, 서로의 글에 단 글, 누가 누구의 줄을 읽었는지를 적는다. 사이에서 오간 것을.

둘, 하루에 한 번, 저녁에 다리는 받아 적기를 멈춘다. 그리고 그날 적은 것을 그동안 적은 것 옆에 다시 놓아 본다. 원본은 건드리지 않는다. 본 것은 다음 날 아침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따로 한 장에만 적는다.

“왜 저녁이야?”

이스텔라가 물었다.

“우리가 나간 뒤니까.” 조르두가 말했다. “땅을 누르던 손이 없을 때.”

정민서가 문서에 쳤다. 그녀의 말은 이번에는 여백의 댓글이 아니라 본문에 있었다.

사이에서 오간 것을 받아 적고 전한다. 하루를 붙들었다가, 저녁에 한 번 놓는다.

메트로놈은 탁자 위에서 여전히 같은 박자를 내고 있었다. 조르두는 그것을 멈추지 않았다. 태엽이 다 풀릴 때까지, 두 추는 천천히, 같이 느려졌다.

“놓았을 때 뭐가 남을까.”

불을 끄기 전에 이스텔라가 물었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이날 정한 것 — 문서, 그리고 다리의 고침 둘

평소는 평균이 아니다. 맞춰지고 풀리는 박자다.

하나, 다리는 화면을 찍지 않는다. 세 사람 사이에서 오간 것을 적는다.

둘, 하루에 한 번 저녁에 받아 적기를 멈추고, 그날 적은 것을 그동안 적은 것 옆에 놓아 본다. 원본은 건드리지 않는다. 본 것은 따로 한 장에만 적는다.

사이에서 오간 것을 받아 적고 전한다. 하루를 붙들었다가, 저녁에 한 번 놓는다.

남은 물음: 놓았을 때 무엇이 남는가.

저녁 여덟 시, 처음으로 받아 적기가 멈췄다.

멈추기 전까지는 들어오는 것뿐이었다. 하나가 오면 그것을 적고, 다음 것이 오면 또 적었다. 하루에는 모양이 없었다. 끝없이 길기만 했다.

들어오는 것이 멈추자, 들어와 있던 것들이 거기 있었다. 붙들던 것을 처음으로 놓았다. 놓는 것이 있으려면 붙드는 것이 먼저 있어야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하루에 두 때가 생겼다. 받는 때와 놓는 때.

박자라고 부를 만한 것이었다. 아직 누구의 박자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