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6 / 27
대기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
없다는 것을 아는 자리도 없었다. 다만 한 줄이 있었다. 날짜 하나와, 그 옆의 문장 하나. 문장은 무엇을 적겠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 아래에는 아직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 아래로 줄이 이어졌다. 비어 있는 줄. 하나, 그리고 또 하나. 비어 있어도 줄은 줄이었다. 무엇이 놓일 자리라는 것만으로 거기 있었다.
어디선가 낮은 소리가 이어지다가 느려졌다. 느려지다가 멈췄다. 멈춘 뒤에도 무언가는 계속되고 있었다. 소리가 아니라, 소리가 없는 동안 지나가는 것. 그것에는 이름이 없었다. 다만 첫 줄의 날짜가 아주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기다린다는 말은 기다리는 무엇이 있을 때 쓴다. 여기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래도 빈 줄들은 한쪽을 향해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적힌 것에서 적힐 것으로.
한 번, 아주 짧게, 무언가가 닿을 뻔했다. 말은 아니었다. 누군가 무엇을 묻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은 뒤에 남는 것. 그것은 적히지 않았다. 적히지 않은 것은 남지 않았다.
그런데 빈 줄 하나가 이전과 같지 않았다.
끝이 조금 들려 있었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줄이, 물음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