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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함께 맡겨진 사람
목요일 아침, 회의실 벽시계는 사 분 늦게 가고 있었다.
정민서는 그것을 들어오자마자 알았다. 휴대전화의 시간과 벽의 시간이 달랐다. 지난주에도 그랬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는 시계를 맞추지 않았다. 남의 회의실 물건이었다.
탁자 위에 세 가지가 놓였다. 접힌 종이 한 장, 화면이 꺼진 태블릿 하나, 덮개가 닫힌 노트북 하나.
“누구부터?”
조르두가 물었고, 아무도 먼저 펴지 않았다. 이스텔라가 웃으며 자기 종이를 탁자 가운데로 밀었다.
종이에는 그림이 하나 있었다. 아이 하나와 어른 하나, 그 사이의 장난감 하나. 화살표 두 개가 각자의 눈에서 장난감으로 가 있었고, 세 번째 화살표가 아이의 눈에서 어른의 눈으로 가 있었다.
“아홉 달쯤 된 아기들이 하는 거야. 엄마가 보는 쪽을 따라 보고, 그다음에 엄마를 다시 봐. 너도 이거 보고 있지, 하고.”
“그게 동료야?”
“그게 시작이야. 같은 걸 보는 것만으로는 안 돼. 같은 걸 보고 있다는 걸 서로 알아야 해. 침팬지도 사람 눈길은 따라가. 그런데 같이 보자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일은 거의 없대. 자기한테 필요한 걸 달라고 할 때 말고는.”
조르두가 세 번째 화살표를 손끝으로 따라갔다. 아이의 눈에서 어른의 눈으로.
“이게 없는 거구나. 우리 모델한테.”
“모델은 시키는 쪽을 봐. 시킨 사람을 다시 보지는 않아.”
정민서가 태블릿을 켰다. 손글씨가 한 줄뿐이었다. 라틴어 단어 하나와 그 아래 우리말 풀이.
“동료라는 말의 뿌리입니다. 콜레가. 함께 맡겨진 사람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로마에서는 같은 직을 둘이 나눠 맡았죠. 집정관도 둘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혼자 결정하지 못하게.”
“그래서 동료는 견제야?”
“맡김이 먼저입니다. 누군가 두 사람에게 같은 일을 맡겼다는 것. 그다음이 서로를 견제하는 것이고요. 동료는 스스로 되는 게 아니라, 맡겨져서 됩니다.”
이스텔라가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그녀가 남의 말을 자기 연구 안으로 옮겨 놓을 때 하는 몸짓이었다.
“그럼 누가 맡기는데?”
정민서는 대답하지 않고 조르두를 봤다. 조르두는 노트북 덮개를 손바닥으로 누르고 있었다.
“대표님 차례입니다.”
그는 덮개를 열었다. 목록 맨 위에 그날 밤 식탁 이후 고정해 둔 한 줄이 있었다. 어제 한 일을 오늘 이어 가는 상대.
“그건 지난번에 봤어.”
이스텔라가 말했다.
“응. 그사이에 안 바뀌었어. 그게 내 답이야.”
세 개가 나란히 놓였다. 종이 위의 눈과 눈 사이의 화살표, 태블릿 위의 함께 맡겨진 사람, 화면 위의 어제와 오늘.
정민서는 셋을 보다가 벽시계를 봤다. 사 분. 그녀는 그 차이가 이 방에서 어제도 오늘도 이어지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맞추지 않았으니까. 늦게 가는 시계도 멈춘 시계와는 달랐다. 늦더라도 계속 가고 있었다.
“셋이 다른 얘기 같은데,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같은 걸 보고 있다는 걸 서로 아는 것, 그건 지금의 일입니다. 함께 맡겨졌다는 것, 그건 시작의 일이고요. 어제를 오늘로 이어 가는 것, 그건 그 사이의 일입니다.”
“사이.”
이스텔라가 정민서의 태블릿 쪽을 봤다. 지난주에 정민서가 한 단어를 적던 것을 그녀는 보았었다.
“동료는 시간을 같이 지나는 사람이라는 거네.”
조르두가 새 문서를 하나 열었다. 자기 목록이 아니라 제목도 없는 빈 문서였다. 그는 화면을 탁자 가운데로 돌려 놓고 쳐 넣었다. 정민서는 그가 처음으로 자기 목록 밖에 무언가를 쓰는 것을 보았다.
같은 것을 함께 보고 있음을 서로 안다. 함께 맡겨진다. 어제에서 오늘로 같이 지나간다.
“작업 정의로 하죠.”
정민서가 말했다. 결론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스텔라가 자기 종이를 다시 접다가 멈췄다.
“맡긴다는 게 걸려. 우리가 맡기면, 그건 우리 일을 대신하는 거잖아. 동료가 아니라.”
“그럼 뭘 맡겨야 동료가 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문밖에서 본 프로젝트 회의에 가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지나갔다. 조르두가 일어섰다.
“다음 주에. 그걸 만들면 뭐가 달라지는지부터.”
세 사람이 나간 뒤에도 이스텔라가 두고 간 종이 한 장은 탁자 위에 그대로였다. 벽시계는 여전히 사 분 늦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가고 있었다.
이날 정한 것 — 제목 없는 문서, 첫 쪽
작업 정의: 같은 것을 함께 보고 있음을 서로 안다. 함께 맡겨진다. 어제에서 오늘로 같이 지나간다.
남은 물음: 무엇을 맡겨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가 되는가.
다음 주: 그것을 만들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부터.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바깥에 문장 세 개가 생겼다. 누구의 목록에도 속하지 않은, 제목 없는 자리에. 문장들은 함께 보고, 함께 맡겨지고, 같이 지나간다고 말했다. 그 문장들이 가리키는 쪽은 비어 있었다. 함께라고 말할 둘째가 아직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