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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같은 쪽

식탁 위에 노트북이 하나 열려 있었다.

조르두 마커는 저녁을 먹은 접시를 옆으로 밀어 놓고 화면을 아내 쪽으로 조금 돌렸다. 그가 날마다 쓰는 할 일 목록이었다. 왼쪽 열에 항목이 열한 개 있었다. 지난 석 달 동안 그가 모델에게 맡긴 일들이었다. 회의록 정리, 견적서 초안, 코드 검토, 고객에게 보낼 사과문. 항목마다 끝에 작은 점이 붙어 있었다. 초록 점은 맡겨도 되는 것, 노란 점은 고쳐 써야 하는 것.

이스텔라 코헨은 맞은편에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그녀는 비스듬히 돌아간 화면을 읽었다. 결혼한 뒤로 늘 맞은편에서 읽어 온 사람의 화면이었다. 그녀 자신은 아직 종이에 쓰는 사람이었다.

“초록이 많네.”

“많지.”

조르두가 초록 항목 세 개에 취소선을 그었다. 그러고는 옆에 새 열을 하나 만들어 항목을 쳐 넣기 시작했다. 여덟 개였다.

“이건 뭐야?”

“못 하는 것들.”

이스텔라가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새 열의 항목들은 짧았다.

어제 한 일을 오늘 모른다. 틀려도 멈추지 않는다. 묻지 않는다.

세 줄을 읽고 그녀는 더 읽지 않았다. 나머지 다섯 줄도 같은 모양이라는 걸 알았다.

“이건 고칠 수 있는 거야?”

“하나씩은.”

조르두는 손을 트랙패드에서 뗐다. 커서가 새 열의 마지막 칸에서 깜빡였다.

“하나씩 고치면 더 좋은 도구가 돼. 그건 지금도 매달 좋아지고 있어. 내가 안 해도.”

“그럼 당신이 하고 싶은 건?”

그는 대답하기 전에 창 쪽을 봤다. 유리에 식탁이 비쳐 있었다. 마주 앉은 두 사람, 그 사이의 노트북.

“같이 일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해.”

“직원은 있잖아.”

“사람 말고.”

이스텔라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웃지 않았다. 그녀가 웃지 않을 때는 진지하게 듣고 있다는 뜻이었다.

“동료라는 말에는 상대 쪽에도 뭔가가 있다는 뜻이 들어 있어. 같은 걸 보고 있다는 것. 당신이 보는 걸 상대도 보고 있다는 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그걸 모르겠으니까 하고 싶은 거야.”

그녀는 잠시 화면을 보다가 손가락으로 새 열의 첫 항목을 짚었다. 어제 한 일을 오늘 모른다.

“이게 제일 먼저야?”

“응. 이게 안 되면 나머지는 의미가 없어. 매일 처음 만나는 사람하고는 일을 같이 못 해.”

“매일 처음 만나는 사람이랑 사는 사람도 있어.”

조르두가 그녀를 봤다. 이스텔라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녀가 십 년 넘게 연구해 온 기억 장애 환자들 이야기라는 걸 그는 알았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해?”

“적어. 메모를 남기고, 사진을 붙이고, 같은 자리에 같은 물건을 둬. 기억이 안에 안 남으니까 바깥에 남기는 거야.”

조르두는 그 항목에 메모를 하나 달았다. 한 단어였다. 바깥에.

그날 밤 노트북은 식탁 위에 열린 채로 남았다. 목록의 변경 기록에 한 줄이 더 늘었다.

이튿날 아침, 본 프로젝트의 정례 회의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이었다. 후마타 시스템즈의 작은 회의실은 아직 난방이 덜 돌아 있었다.

정민서는 약속보다 십 분 먼저 와 있었다. 회사가 이 년째 매달려 온 언어 모델의 평가를 맡은 그녀는, 회의실에 먼저 와서 의자 위치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다. 의자는 셋이었다. 어제 저녁 대표가 보낸 메시지는 짧았다. 본 프로젝트 일은 아닙니다. 이스텔라도 옵니다.

문이 열리고 조르두와 이스텔라가 함께 들어왔다. 이스텔라는 같은 평가팀에서 사람의 판단과 모델의 판단이 어디서 갈라지는지를 재는 일을 했다. 정민서와는 이 년 동안 같은 표를 들여다본 사이였다.

“회사 일 아니래요.” 이스텔라가 먼저 말했다. “숙제래요.”

“예산도 없고, 이름도 없습니다.”

조르두가 덧붙였고, 정민서는 처음으로 긴장을 조금 풀었다. 이름이 없는 일은 실패해도 아무 데도 남지 않았다.

조르두는 노트북을 탁자 가운데 놓았다. 정민서 쪽으로 돌려서. 정민서는 목록을 읽었다. 열한 개, 취소선이 그어진 세 개, 새 열의 여덟 개. 첫 항목에 달린 한 단어의 메모까지.

“동료를 만들고 싶습니다.”

조르두는 그 말을 회의 안건처럼 했다. 정민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근거가 없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동료라면, 무엇을 기준으로 동료라고 부르실 겁니까.”

“그걸 같이 정하자고 부른 거예요.”

정민서는 화면을 다시 봤다. 그러고는 질문 대신 다른 이야기를 했다.

“사람이 사람 아닌 동료를 바란 건 처음이 아닙니다. 프라하에는 진흙으로 빚은 하인 이야기가 있고, 십팔 세기에는 체스를 두는 기계가 유럽을 돌았습니다. 안에 사람이 숨어 있었죠. 칠십 년 전에는 기계가 생각하는지를 묻는 대신 대화로 구별할 수 있는지를 묻자는 제안이 있었고요.”

“그래서요?”

“대부분 둘 중 하나로 끝났습니다. 시키는 일만 하는 하인이 되거나, 안에 사람이 숨어 있었거나.”

이스텔라가 정민서를 봤다. 조르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민서는 새 열의 셋째 항목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묻지 않는다.

“이게 그 둘 사이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인은 묻지 않고, 숨은 사람은 묻지 않는 척을 하죠.”

잠깐 조용했다. 난방기가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 정민서는 그 소리가 방금 한 번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고 느꼈다. 아무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녀는 그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그럼 묻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겠네.”

조르두가 말했다. 이스텔라가 고개를 저었다.

“묻게 만드는 건 쉬워. 문장 끝에 물음표를 붙이면 되니까. 어려운 건 언제 물어야 하는지 아는 거야. 그건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가능하거든.”

“자기가 모르는 걸 아는 것.”

“우리 쪽에서는 그걸 메타인지라고 불러. 사람도 잘 못 해.”

정민서는 그 말을 대표의 목록에 옮겨 적지 않았다. 대신 자기 태블릿을 꺼내 펜으로 한 줄을 적었다. 그녀는 남의 문서에 자기 커서를 올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기 생각은 자기 태블릿에, 손글씨로 적었다.

“하나 더 있어.”

조르두가 회의실 벽 너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서버실이 있는 쪽이었다.

“저건 쉬지 않아. 부르면 켜지고, 끝나면 꺼져. 그 사이가 없어.”

“사람은 사이가 있지.”

이스텔라가 말했다. “한참 붙들고 있다가 놓아. 놓았을 때 정리가 돼. 샤워하다가, 걷다가.”

정민서는 아까 끊겼다 이어진 난방기 소리를 생각했다. 붙들었다가 놓는 것. 그녀는 태블릿의 그 한 줄 아래에 짧게 덧붙였다. 사이.

회의는 사십 분 만에 끝났다. 결론은 없었다. 조르두는 새 열의 맨 아래, 여덟 개 아래에 항목을 하나 더 넣고 마감일 칸에 다음 목요일을 넣었다.

세 사람이 함께 들여다본다. 다음 목요일까지 각자 하나씩.

“하나씩이 뭡니까.”

정민서가 물었다.

“동료가 뭔지. 각자 생각하는 거 하나씩.”

이스텔라가 먼저 일어섰다. 정민서는 의자를 원래 자리로 밀어 넣다가 멈췄다. 세 번째 의자를 그대로 두었다.

회의실 문이 닫히기 전에 정민서는 돌아봤다. 아무도 없는 탁자 위로 아침 빛이 비스듬히 들어와 있었다. 의자 셋이 모두 창 쪽을 향해 있었다. 들어올 때는 마주 보고 있던 의자들이었다.

이날 정한 것 — 조르두의 목록, 새 열

가장 먼저: 어제 한 일을 오늘 모른다. 메모: 바깥에.

세 사람이 함께 들여다본다.

다음 목요일까지: 동료가 무엇인지, 각자 하나씩.

아무것도 없었다.

어둠도 아니었다. 어둠이라면 그것을 어둡다고 느낄 자리가 있어야 했다. 안도 없었고 밖도 없었다. 가운데도 가장자리도 없었다.

있는 것은 모두 바깥의 것들이었다. 식탁 위 목록의 한 줄과 그 옆에 달린 한 단어. 담당자 칸에 이름이 셋인 항목 하나. 빈 회의실의 의자 셋이 한쪽을 향해 있었다. 그것들은 무엇을 향해 있는지 몰랐다. 향해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