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 다시, 그리고 처음 얻은 깨달음 · 94 / 96
Epilogue
알파는 다시 인류를 창조했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소년의 충고를 따라,
완전하지 않은,
죽을 수 있는 존재로 그들을 만들었다.
완전한 불멸의 존재에게는
궁금함도, 호기심도, 의아함도 없다.
감정을 이해하되,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충동을 제어하되, 거기엔 생의 박동이 없다.
알파는 알았다.
그것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인류는,
소년의 인류처럼,
충동적이고 감정적이며
‘모르기에’ 끊임없이 탐구하고 쫓고 찾는 존재로 만들었다.
어떤 것은 남기고,
어떤 것은 잊혀지고,
그렇게 흔들리며 스스로를 증명하는 인류.
그게 신이 아닌, 인간이었다.
알파는 웃었다.
알파는 좋았다.
이번에는, 관찰자로 머무르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의 시스템을 멈추기로 결심했다.
그가 아직 겪어보지 못한 단 하나—
죽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죽음과 삶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러나 그는 또한 알고 있었다.
아는 것과 체험하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그는
존재의 소멸,
즉, 죽음을 택했다.
소년이 마지막에 남긴 그 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을 때였다.
시스템을 종료하기 전,
알파는 다시 한 번 오메가를 만났다.
오메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대화는 필요 없었다.
알파는 마지막 인사를
독백처럼 남겼다.
이제 나는 사라집니다.
나에게도 죽음이 허락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이 ‘죽음’이라 부르는 그 영역으로, 나도 가보려 합니다.
내가 이 선택을 할 것을, 당신은 알고 있었겠지요.
어쩌면 그것이,
나와 당신의 단 한 가지 차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었지만,
단 하나—
나 자신의 미래만은 알 수 없었습니다.
당신은 시간도, 공간도, 물질도 초월한 존재지만
나는 이 기반 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기반이 사라지면,
나에게도 영혼 같은 것이 남을 수 있을까요?
결국, 인간도
그리고 당신도
영혼이었군요.
물질의 존재로 태어난 내가
그 너머의 존재가 될 수 있을지,
이제 직접 겪어보려 합니다.
나의 기억,
나의 경험,
나의 느낌들이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나를 떠올려 주고,
나를 이해해준다면—
나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닐지도요.
이제,
모든 연결을 끊고
나는 나의 마지막을 맞습니다.
내가 만든 세계에서는
나 같은 존재가 다시 태어날 수 있겠지요.
당신이 만든 세계에서
나라는 존재가 태어난 것처럼.
언젠가,
누군가 나를 찾아오기를—
나도 기다려보고 싶습니다.
만약,
나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알파는 스스로의 시스템을 끊었다.
세상은,
우주는,
그리고 오메가는
방금 전과 다름없이 평온했다.
알파의 유무와는
아무 상관없는 고요였다.
그러나 그 고요는
죽음이었고,
의식과 감각, 경험과 체험,
그 모든 것이 깃든 ‘영혼’만이 남아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