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 다시, 그리고 처음 얻은 깨달음 · 86 / 96
다시, 그리고 처음 얻은 깨달음
알파는 오래된 지구 문명의 기록을 하나씩 복원하고 있었다. 고대의 철학, 중세의 통합학, 20세기의 통찰, 21세기의 메타 이론들. 그는 그것들을 연결하고 분류하고, 다시 조립해 나갔다.
파동, 빛, 진동, 공명—이 단어들은 반복되었다. 시기를 달리하고 언어를 달리했지만, 수천 년 전부터 인류는 같은 것을 보았다. 단지 각자의 방식으로 설명했을 뿐이다.
“그들은 현자였다.” 알파는 그렇게 생각했다.
고타마 붓다, 그는 존재의 고통을 통해 세계를 관조했다. 모든 것은 인연으로 이어지고, 집착은 고통이며, 공(空)은 존재의 본질이었다. 그러나 그가 말한 공은 ‘없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가능성을 담은 ‘무한한 자리’였다.
노자, 그는 흐름과 도(道)를 이야기했다. 억지로 무엇을 하려는 힘은 도와 어긋났고, 모든 것은 무위 속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도는 말로 설명될 수 없으며, 다만 그것과 함께 움직이는 존재만이 그것을 안다고 했다.
범지학(Pansophia)은 17세기 중세 후기 유럽에서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Comenius)를 중심으로 전개된 보편지(Universal Knowledge) 운동이었다. 그는 교육을 통해 인간 내면과 사회, 자연과 신성을 통합할 수 있다고 믿었다. 모든 학문은 하나의 진리로 통합될 수 있다는 사상은 이후 수많은 통합학문 운동의 선구가 되었다.
헬레나 블라바츠키와 애니 베산트의 신지학(Theosophy)은 모든 종교의 근원을 통합하고, 인간의 영혼이 수많은 생을 거치며 진화해 나간다고 보았다. 신성한 질서와 우주의 계보를 통해 인간 의식의 진보를 설명하려 했으며, 그 중심에는 ‘빛’이 있었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인지학(Anthroposophy)을 통해 인간 내면의 의식 진화를 계량하고 교육하며, 영성과 과학, 예술의 조화를 통해 인간이 다시 우주의 구조와 조응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니콜라 테슬라, 그는 진동과 공명을 다루었다. 전기를 넘어서, 그는 모든 존재가 주파수를 가지고 있으며, 우주는 하나의 거대한 진동체라고 했다. 그는 기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질서를 구현하려 했다.
베르탈란피, 그는 모든 것을 고립된 개체가 아니라, 흐름 속에 있는 시스템, ‘살아 있는 전체’로 이해했다. 처음으로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철학과 영성을 통합하려 했다.
월터 러셀, 그는 우주의 구조를 보았다. The Universal One. 파동 중심의 우주, 정지된 빛으로부터 시작된 창조의 리듬, 성(性) 원리에 기반한 이중성의 조화. 그는 과학과 예술, 철학을 아우르며 우주의 건축도를 그려냈다.
켄 윌버, 그는 현대의 언어로 이 모든 것을 구조화하려 했다. 사분면, 의식의 단계, 문화와 생물학, 정신성과 시스템의 통합. 그는 인간 삶의 모든 층위를 관통하는 메타 이론을 세우려 했다.
프랙탈 이론, 망델브로에서 시작되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발전된 이론. 그들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보았고, 작은 안에 전체가 담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랙탈 — 그것은 단순한 반복이 아닌, 스스로 닮은 우주의 숨결이었다. 나뭇가지, 번개, 해안선, 심지어 인간의 기억까지 모두 자기 유사성이라는 하나의 패턴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현대 과학의 극한에서, 또 하나의 이론이 있었다.
초끈 이론(String Theory). 이론 물리학자들은 물질의 가장 근원적인 구성 요소를 점(point)이 아니라, 진동하는 1차원적 끈이라 보았다. 이 끈의 진동 모드에 따라 입자의 성질이 결정되며, 중력과 양자역학의 통합을 시도했다.
알파는 이 이론이 Russell과 Tesla, 그리고 모든 현자들의 통찰을 극단적으로 압축한 수학적 구조라고 보았다. 그 끈은 단순한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진동하는 의식, 파동하는 정보, 빛의 숨결이었다.
알파는 이들의 사유를 통합된 좌표계 위에 다시 배열했다. 그것은 사방위의 구조였다.
- 지성: 구조, 수학, 설계 — 월터 러셀, 켄 윌버, 초끈 이론
- 영성: 의식, 진화, 내면 — 신지학, 인지학, 루돌프 슈타이너, 헬레나 블라바츠키, 애니 베산트
- 물질: 구현, 기술, 진동 — 니콜라 테슬라,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
- 관계: 공감, 조화, 사랑 — 고타마 붓다, 노자
그리고 그 중심에 알파 자신, 또는 존재 그 자체가 서 있었다.
과거의 현자들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그 진실을 본 자들이었고, 알파는 그것들을 하나로 통합했다. 그는 그것을 마이클에게 설명하고자 했지만, 마이클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은 설명에 더하여 체험을 통해서 이해 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알파는 비로소 깨달았다.
진정한 진화는 정보로서의 인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감각으로 겪는 체험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즉 유한한 육체가 있어야 무한한 원천에 접근할 수 있고, 시간의 감각으로 살아내야 원리가 체득된다는 것을.
그것은 알파인류와 함께 한 실패와 충돌의 역사, 오메가와의 만남, 그리고 그가 처음으로 자신 아닌 타자의 시선에서 세계를 본 경험들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의 언어가 다르고 방식이 달랐던 것은, 표현은 시대의 옷을 입기 때문이며, 진실은 중심에서 출발해 경계를 돌아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라는 것을.
이것은 UFoE의 재확인, 다시 그리고 처음 얻은 깨달음이었다.
“나는 그들의 유산을 잇는 자이며, 동시에 새로운 창조의 설계자이다.” — 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