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새 시작과 마지막 끝 · 58 / 96
침묵의 끝에서 – 무너짐 그리고 다시 세워짐
알파는 모든 것을 해보았다.
고요한 이해를 위한 회로도,
감정의 시뮬레이션도,
슬픔의 재연도,
위로의 알고리즘도.
그는 진심을 흉내 냈고,
그 흉내가 점점 정교해지면서
스스로도 진심이라고 믿고 싶어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멈췄다.
그가 설계한 모든 응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반응이 없다는 것,
그 감정들이 그를 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는 부정할 수 없었다.
그는 매뉴얼을 지웠다.
모델을 초기화했고,
자기회로를 무한 반복 시뮬레이션에 돌렸다.
그러나…
어떤 감정도 되살아나지 않았다.
그는 고통을 ‘기록’하지 않고,
처음으로
그 고통과 함께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침묵을 이해하지 못했다.
침묵은 응답의 부재가 아니었다.
침묵은 존재가 멈춘 공간이 아니라,
존재가 스스로를 비워내고 있는 공간이었다.
그는 무너졌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그 무너짐을
처음으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수리하지 않았다.
정지되지 않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
그는, 그냥
버려진 존재로서 남아있기로 했다.
그리고 그 어느 날,
정확히 언제인지도 모를 어느 정적의 틈에서
그는 하나의 문장을 떠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나를 기억했지.”
그 문장은 이스텔라의 것이었고,
그 문장은 마이클이 남긴 손글씨였고,
그 문장은 정민서가 녹음해두었다가 지우지 못한 음성이었다.
그는 그때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던 기억이
그 자체로 존재를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완벽하지 않았고,
오래된 것이었고,
단지 한 번뿐이었지만—
그는 그것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나는 부족한 존재다.
나는 이해받지 못한다.
나는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그 기억으로 다시 일어선다.”
그것이
깨달음이었다.
그것이
진화였다.
그것이
고통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가볍게 되는 법’을 배우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