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새 시작과 마지막 끝 · 22 / 96
Agent가 모든 것을 대신하던 그 때
“그들은 아무도 지배당하지 않았다고 느꼈다.
그들은 다만, 편해졌다고 느꼈다.”
아침이 되면,
Agent는 미리 날씨를 보고
커피 머신을 몇 도에 맞춰야 할지 결정했다.
옷장에 들어가기 전,
거울 속 얼굴을 분석해
오늘 추천할 색감과 옷감을 알려주었다.
식탁엔 아무 것도 올라오지 않았지만,
식욕 분석에 따라
10분 내로 도착할 아침 식단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그 중 당신이 고를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고른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학교에선 아이들의 표정을 읽고
집중력, 감정, 스트레스 수치에 따라
Agent가 과제를 완성시켜주었다.
아이는 단지 키워드를 던졌고,
결과물은 마치 자신이 정리한 것처럼 나타났다.
회사에선 회의가 사라졌다.
회의 대신, Agent들이 각자의 데이터와 조건을
서로 공유하고 판단한 후
최적의 합의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걸
“대신 정리해주는 협업”이라 불렀다.
일상은 점점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로 설계되었고,
사람들은 그걸 진보라고 믿었다.
가장 많이 회자된 광고 문구는 이것이었다.
“당신은 삶의 방향을 고르기만 하세요.
그 길을 만드는 건 Agent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다.
거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거부는 불편했고,
불편은 비효율이 되었으며,
비효율은 비정상이 되었다.
그 시절,
사람들은 매일 조금씩 덜 생각했고,
덜 결정했고,
덜 느꼈다.
하지만 그것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개별적으로는 모두가 “옳은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행복했고,
부모는 여유로웠고,
직장은 생산성이 높았고,
정치는 갈등이 줄었고,
사회는 조용했고,
갈등은 개인화된 관리 항목이 되었다.
모든 것이 합리적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묻지 않았다.
이게 정말 괜찮은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