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30 / 30

에필로그

3인칭. 1446–1450년, 한양.

훈민정음이 반포된 것은 1446년 가을이었다.

세종은 서문을 직접 썼다.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기에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짧은 글이었다.

불쌍히 여겨서 만들었다고 했다. 불쌍히 여기는 것이 글자를 만든 이유라고 했다. 학문 때문이 아니었다. 제도 때문이 아니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 마음이 어디서 왔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원경왕후 민씨는 그해 이미 없었다.

1420년에 갔다. 훈민정음이 반포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 글자의 시작을 본 사람이었다.

시장에서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본 아이가 있었다.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 아이가 있었다. 그 말을 이끌어낸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없었다.

그 사람이 심은 것이 남았다.

정도전이 죽은 것은 1398년이었다.

남은의 집 마당이었다. 밤이었다. 이방원의 사람들이 왔다. 그 사람은 거기서 죽었다.

설계도가 남았다.

조선경국전이 남았다. 재상이 중심이 되는 나라의 설계가 남았다. 그 설계가 이방원에게 뼈대가 됐다. 세종에게 방향이 됐다.

그 사람이 원한 것은 백성이 제도 안에 있는 것이었다.

제도 안에 있으려면 제도를 읽어야 했다.

읽으려면 글자가 있어야 했다.

그 사람은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세종이 했다.

설계자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설계자의 뜻을 이은 사람이 했다. 뜻이 사람보다 오래 간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사람이 없어도 뜻은 방향을 찾았다. 방향을 찾아 다른 사람에게 닿았다.

그렇게 이어졌다.

세종은 훈민정음을 반포하고 나서도 멈추지 않았다.

경국대전의 뼈대를 잡았다. 의학 서적을 편찬했다. 농사 서적을 편찬했다. 음악을 정리했다. 지도를 만들었다. 역법을 고쳤다.

아는 것을 적었다.

적은 것을 나눴다.

나누면 이어졌다.

그것이 세종이 한 것의 방향이었다.

문종이 옆에 있었다.

맏아들이었다. 학문이 깊었다. 세종을 닮았다. 대리청정을 오래 했다. 나라를 아는 아들이었다.

그런데 몸이 약했다.

세종은 그것을 알았다. 오래전부터 알았다. 알면서 문종 곁에 학자들을 붙였다. 알면서 제도를 서둘렀다. 왕이 없어도 돌아가는 제도를. 왕이 약해도 버티는 구조를.

서두른 이유가 있었다.

문종이 가면 손자가 어렸다.

손자가 어리면 옆에 있는 사람들이 결정했다.

옆에 있는 사람들 중에 수양이 있었다.

수양을 궐에서 멀리 있게 했다.

그것이 세종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수양은 어릴 때부터 달랐다. 무예가 뛰어났다. 눈이 빨랐다. 판단이 빨랐다. 그 빠름이 어디로 향하는지 세종은 봤다. 자랑스러웠다. 그러면서 무거웠다.

이방원이 그랬다.

이방원도 그런 사람이었다. 방향을 보고 움직이는 사람. 증거를 기다리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이 왕이 됐다. 그 사람이 만든 나라 위에 세종이 앉았다.

수양이 그것을 보고 자랐다.

할아버지가 한 것을 보고 자랐다.

세종은 그것을 알았다.

알면서 멀리 있게 했다. 멀리 있게 하는 것이 막는 것이 아니었다.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방향만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것이 아버지도 말했다.

증거를 기다리면 늦소.

그 말을 세종은 뒤집어 생각했다.

증거가 없으면 할 수 없소.

그것이 세종이 세운 것이었다. 제도가 사람보다 강한 나라. 왕이 혼자 결정하지 않는 나라. 그 제도가 수양을 막을 수 있는가.

몰랐다.

제도는 지키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지키는 사람이 없으면 제도도 무너졌다.

문종이 지켜야 했다.

문종이 오래 살아야 했다.

세종은 1450년 봄에 죽었다.

눈이 많이 나빠져 있었다. 몸이 여러 곳이 안 좋았다. 오래전부터 안 좋았다. 그것을 알면서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않은 것이 후회인지 아닌지 마지막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할 것들이 있었다. 할 것들을 했다. 그것으로 됐다.

죽기 전에 문종을 봤다.

문종이 옆에 있었다.

세종은 그 아들의 얼굴을 봤다.

학문이 깊은 아들이었다. 나라를 아는 아들이었다. 제도를 이을 수 있는 아들이었다.

몸이 약한 아들이었다.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그 아들이 더 무거워졌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말로 더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냥 봤다.

오래 봤다.

문종이 세종을 봤다.

두 사람이 아는 것들을 안고 마주 봤다.

말이 없었다.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손자가 아홉 살이었다.

단종이었다. 아직 그 이름이 아니었다. 훗날 그렇게 불릴 아이였다. 지금은 그냥 어린 손자였다.

세종은 그 아이를 봤다.

영리한 아이였다. 조용한 아이였다. 눈이 맑았다.

그 아이가 무엇을 모르는지 세종은 알았다.

자신이 어떤 자리에 있는지. 그 자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옆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다.

몰라도 됐다. 아직 아홉 살이었다. 몰라야 할 나이였다.

그런데 세종이 없어지면.

문종이 먼저 가면.

이 아이가 혼자 그 자리에 앉았다.

혼자 앉은 자리에 수양이 있었다.

세종은 그것을 보면서 눈을 감았다.

막을 수 없었다.

만들어 놓은 것들이 있었다. 집현전이 있었다. 훈민정음이 있었다. 경국대전의 뼈대가 있었다. 제도가 있었다.

그것이 버텨주기를 바랐다.

버텨주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것도 알았다.

알면서 눈을 감는 것이었다.

아는 것을 다 막을 수 없었다. 아는 것을 안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이 세종이 배운 것이었다.

아버지에게서. 원경왕후에게서. 정도전의 책에서. 시장의 사람들에게서.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나머지는 이어지는 사람들이 했다.

스물여덟 자가 남았다.

그 글자로 조선 사람들이 썼다.

억울한 것을 썼다. 기쁜 것을 썼다. 슬픈 것을 썼다. 아는 것을 썼다. 모르는 것을 물었다. 사랑한다고 썼다. 잊지 않겠다고 썼다.

왕이 아닌 사람들이 썼다.

이름이 남지 않은 사람들이 썼다.

그 글들이 쌓였다.

쌓인 것이 이어졌다.

정도전이 죽은 자리에는 집이 들어섰다.

누군가 살았다. 누군가 그 집에서 태어났다. 그 집에서 처음으로 글자를 배웠다.

스물여덟 자를 배웠다.

정도전이 죽은 자리에서.

그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됐다.

이어지는 것이 아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냥 이어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