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는 이야기 · 13 / 14

에필로그 — 1252년 초봄. 게르 안

바람 소리부터였다.

초원의 바람은 멈추는 법이 없었다.

소르카크타니는 그것을 알았다. 어릴 때부터 알았다. 케레이트의 바람도 그랬다. 톨루이와 함께 살던 초원의 바람도 그랬다. 허베이 영지의 바람도 그랬다. 그리고 지금 이 게르 안까지 들어오는 바람도.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을 들었다.

자신의 숨소리였다.

가빴다. 흐릿했다.

알았다.

오늘이었다.

눈을 뜨고 있었다.

게르의 천장이 보였다. 토노. 원형의 구멍. 그 안으로 초봄의 빛이 들어왔다.

빛이 있었다.

아직 세상은 환했다.

손을 뻗었다.

양피지였다. 베개 옆에 항상 있었다.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다. 접힌 자국이 깊었다. 수백 번 폈다 접었다 한 것이었다.

손끝으로 느꼈다.

오래된 것이었다. 야크 감부의 손이 쓴 것이었다. 아버지의 손이. 떨리던 손이. 그런데 등은 폈던 손이.

그 손이 쓴 것이었다.

폈다.

눈이 흐릿했다.

그런데 읽을 수 있었다.

평생 읽어왔으니까. 눈이 흐릿해도 손이 기억했다. 뼈가 기억했다.

소리 없이 읽었다.

입술만 움직였다.

두 글자였다.

살아라.

오래 보았다.

이 두 글자를 처음 읽은 날이 생각났다.

1204년 봄이었다. 테무진의 야영지에 혼자 있던 날이었다. 게르 안에 불도 없이. 어둠 속에서. 양피지를 펼쳤다.

두 글자를 읽었다.

그리고 — 처음으로 울었다. 소리 없이. 등을 펴고.

그날부터였다.

살았다.

살면서 본 것들이 지나갔다.

빠르지 않았다. 천천히.

아버지의 등이 지나갔다. 손은 떨렸는데 등은 폈던.

이바카 언니의 손이 지나갔다. 차가웠는데 힘이 있던.

톨루이의 눈이 지나갔다. 말 위에서 조용히 보던. 두렵지 않던.

화덕 앞의 밤들이 지나갔다. 나란히 앉아서 불을 보던. 말하지 않아도 편했던.

믿는다는 두 글자가 지나갔다.

결심한 밤이 지나갔다. 네 가지를 정했던.

찾아오는 사람들이 지나갔다. 끝까지 들었던.

화덕 앞의 경연이 지나갔다. 뭉케에게. 쿠빌라이에게. 훌라구에게. 아릭 부케에게.

침묵의 시간들이 지나갔다. 불이 뜨거울 때 손을 넣지 않았던.

밀사를 보낸 밤이 지나갔다. 무서웠는데 — 하지 않으면 반드시 안 됐던.

뭉케의 즉위 소식이 지나갔다. 혼자 화덕 앞에 앉아서 들었던.

이바카 언니가 생각났다.

그 화덕 앞의 밤이. 오고데이가 죽은 뒤에. 언니가 돌아온 어느 해에.

불을 보면서 둘이 앉아 있었다.

이바카가 말했다.

내가 그 자리에 왜 있었는지 — 아직도 모르겠다.

소르카크타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바카가 말했다.

너는 알고 있지.

눈이 마주쳤다.

소르카크타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 평생 가장 무거운 침묵이었다.

언니.

미안합니다.

말하지 못했습니다. 말하면 안 됐습니다. 그것이 살아남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 미안합니다.

살았습니다. 언니도. 나도. 그것으로 됐습니다.

살아있으면 볼 수 있었습니다.

봤습니다. 끝까지.

아릭 부케가 생각났다.

아직 이해하지 못한 아이였다.

뭉케에게 말했다. 그 아이를 잘 봐야 한다고.

그런데 — 자신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아릭 부케.

막내야.

어미가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뿌리를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 언젠가 알게 되기를.

알면 — 늦지 않는다.

톨루이가 생각났다.

생각났다가 — 멈췄다.

생각이 필요없었다. 그냥 — 있었다. 항상 있었다. 이 게르 안에. 이 화덕 옆에. 이 바람 소리 안에.

29년을 함께 있었으니.

20년을 혼자였어도 — 혼자가 아니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당신이 항상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침묵하는 동안에도. 밀사를 보내던 날도. 뭉케가 즉위하던 날도.

당신이 있었습니다.

됐습니다.

당신 자리에 당신의 피가 앉았습니다.

당신이 목숨으로 지켜준 아들이 — 당신이 앉지 못한 자리에 앉았습니다.

당신이 갖지 못한 것을 — 아들들이 갖게 됐습니다.

동지.

많이 기다리셨지요.

이제 갑니다.

양피지를 접었다.

가슴 위에 올렸다.

손으로 눌렀다.

아버지의 글씨가 손바닥 아래 있었다.

살아라.

살았습니다.

충분히.

아버지가 원한 것보다 더. 내가 원한 것보다 더. 톨루이가 부탁한 것보다 더.

살았습니다.

그것으로 됐습니다.

눈을 감으려다 — 멈췄다.

아직이었다.

하나 더 있었다.

쿠빌라이가 생각났다.

왜를 묻던 아이. 말을 타는 것과 배를 타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니라 다르게 타는 것이라고 했던. 허베이 농민들을 보고 온 날 중국 관리로 바꾸겠다고 했던.

그 아이가 — 중국을 가질 것이었다. 알았다. 소르카크타니가 없어진 뒤에. 그런데 — 가질 것이었다.

해라 라고 했다. 그 아이에게.

그것으로 충분했다.

훌라구가 생각났다.

앞에서 싸우지 말고 옆에서 싸우라고 했던. 시험해 보겠다고 했던. 몸으로 배운 아이.

그 아이가 — 서쪽으로 깊이 들어갈 것이었다. 알았다. 막을 수 없는 방향으로.

그것으로 충분했다.

넷이 생각났다.

한꺼번에.

처음부터 하나로 봤다.

뭉케가 원칙을 잡으면. 쿠빌라이가 흡수했다. 훌라구가 파고들었다. 아릭 부케가 — 뿌리를 지켰다. 지키려 했다. 이해하지 못했어도 — 지키려는 마음은 있었다.

빈 곳이 없었다.

네 아이가 다 달랐기 때문에.

땅에 맞는 것을 심었기 때문에.

됐습니다.

이제였다.

눈을 감았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았다. 평생 서두르지 않았다. 마지막도 서두르지 않았다.

어둠이 왔다.

그런데 — 따뜻했다.

이상하게도.

불이 꺼진 것 같은데 — 따뜻했다.

아버지가 있는 것 같았다. 등을 편 채로.

톨루이가 있는 것 같았다. 불을 보는 눈으로.

이바카 언니가 있는 것 같았다. 손을 내밀면서.

살아있으면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봤습니다.

이제 — 볼 수 없어도 됩니다.

충분히 봤습니다.

바람이 불었다.

게르가 흔들렸다.

흔들렸다가 — 다시 잡았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