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이야기 · 1 / 14
프롤로그 — 1252년 초봄. 게르 안
바람 소리부터였다.
초원의 바람은 멈추는 법이 없었다. 어릴 때도 그랬다. 시집올 때도 그랬다. 남편을 보낼 때도 그랬다. 아들들이 하나씩 떠날 때도 그랬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을 들었다. 자신의 숨소리였다. 오래 들어온 소리였다. 살아있다는 소리. 그런데 오늘은 — 그 소리가 달랐다. 가빴다. 흐릿했다.
알았다.
오늘이겠구나.
눈을 뜨고 있었다. 게르의 천장이 보였다. 토노. 원형의 구멍. 그 안으로 초봄의 빛이 들어왔다. 차갑지만 맑은 빛이었다. 아직 세상은 환했다.
손을 뻗었다.
오래된 양피지였다. 베개 옆에 항상 있었다.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다. 접힌 자국이 깊었다. 수백 번 폈다 접었다 한 것이었다.
폈다.
읽었다.
소리 없이. 입술만 움직였다.
짧았다. 한 줄이었다.
접었다. 가슴 위에 올렸다.
눈을 감으려다 — 멈췄다.
아직이었다.
육십 년이었다.
길다면 길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돌아보니 — 매일이 그날이었다. 오늘을 넘기면 내일이 왔고 내일을 넘기면 또 다음이 왔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떨었던 날들이 많았다.
열 살의 가을. 아버지의 손이 떨리던 날. 그런데 등은 폈었다.
그것을 배웠다.
평생 그렇게 살았다.
떨면서도 등을 폈다. 떨면서도 앞을 봤다. 떨면서도 읽었다. 읽고 또 읽었다. 사람을. 구조를. 시간을. 흐름을.
그리고 — 기다렸다.
20년을 기다렸다.
딱 한 번 움직였다.
됐다.
뭉케가 대칸이 됐다. 당신의 아들이. 당신 자리였다. 처음부터.
가슴 위의 양피지를 느꼈다.
아버지.
이제 갑니다.
당신이 가르쳐준 대로 살았습니다. 아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떨면서도 등을 폈습니다.
남편도 거기 있겠지요.
말없이 오래 앉아 있어도 편했던 사람. 동지였던 사람. 내가 가져야 했던 것을 지금 아들들이 갖고 있습니다. 당신 자리에 당신의 피가 앉았습니다.
됐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눈을 감았다.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