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 밧세바 (3부) · 98 / 117
93장 — 서기관 3
예루살렘. 새 왕 재위 둘째 해.
기록의 재구성 · 열왕기상 1–2장에 남은 기록
방을 옮겼다.
전보다 넓다.
궤짝이 열둘이 됐다.
마흔 몇 해 동안 늘었다.
나도 늙었다.
손이 떨린다.
작은 글자가 안 써진다.
젊은 자를 하나 붙였다.
내가 부르면 그자가 적는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말하면 적힌다.
그런데 말하는 것과 쓰는 것이 다르다.
쓸 때는 손이 먼저 멈춘다.
말할 때는 안 멈춘다.
나는 그것을 알고 나서 조심하게 됐다.
앞 왕의 마지막 항목을 이렇게 적었다.
다윗이 그의 조상들과 함께 누워 다윗 성에 장사되니라.
다윗이 이스라엘 왕이 된 지 사십 년이라. 헤브론에서 칠 년 다스렸고 예루살렘에서 삼십삼 년 다스렸더라.
두 줄이다.
사십 년이 두 줄이다.
나는 그것을 적고 나서 오래 봤다.
내가 그분을 처음 뵌 것이 서른일곱이시던 해다.
그때 나는 젊었다.
궤가 들어오던 해다.
그해에 사람이 하나 죽었다.
궤를 붙들었다가 죽었다.
나는 그것을 적었다.
그리고 사십 년이 지났다.
새 왕 항목을 시작했다.
첫 줄을 이렇게 적었다.
솔로몬이 그의 아버지 다윗의 왕위에 앉으니 그의 나라가 심히 견고하니라.
나는 그 줄을 세 번 고쳤다.
처음에는 이렇게 썼다.
솔로몬이 왕이 되니라.
그것으로 되는데 뭔가 모자랐다.
두 번째로 이렇게 썼다.
솔로몬이 그의 아버지 다윗의 왕위에 앉으니라.
앉았다고 쓰면 앉은 것이 된다.
앉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어떻게 앉았는지는 안 쓴다.
세 번째로 뒤에 붙였다.
나라가 심히 견고하니라.
나는 그것을 붙이고 나서 한참 봤다.
견고한가.
열여섯이다.
군대장관이 죽었다.
제사장 하나가 쫓겨났다.
왕의 형이 죽었다.
한 해에 셋이다.
그것을 견고하다고 쓰는가.
나는 그것을 오래 생각했다.
생각하다가 그대로 뒀다.
셋이 없어지고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것이 견고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맞다.
셋을 어떻게 적을지가 어려웠다.
아도니야부터 적었다.
이렇게 적었다.
아도니야가 수넴 여자 아비삭을 구하매 왕이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를 보내어 그를 치게 하니 그가 죽었더라.
한 줄이다.
구했다고 적었다.
무엇을 구했는지 적었다.
왜 그것이 죽을 일인지는 안 적었다.
안 적어도 되는 것이다.
아는 자는 안다.
모르는 자는 백 년 뒤에 읽고 이상하다고 할 것이다.
여자 하나를 구했다고 죽였다고 읽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고 그대로 뒀다.
설명을 붙이면 그 설명이 남는다.
설명이 남으면 그것이 사실이 된다.
나는 사실을 만들 자리가 아니다.
아비아달을 이렇게 적었다.
왕이 제사장 아비아달을 아나돗 그의 밭으로 쫓아내며 이르되 당신은 마땅히 죽을 자로되 당신이 전에 내 아버지 다윗 앞에서 주 여호와의 궤를 메었고 또 내 아버지가 모든 환난을 받을 때에 함께 환난을 받았은즉 내가 오늘 당신을 죽이지 아니하노라 하고.
길다.
한 줄인데 길다.
나는 이 줄을 안 줄였다.
줄일 수 있었다.
아비아달을 아나돗으로 쫓아냈다.
그러면 된다.
그런데 안 줄였다.
왜 안 줄였는지 나는 안다.
그분이 궤를 메셨다.
내가 그것을 봤다.
서른일곱 해 전이다.
여섯 걸음마다 멈추고 제사를 드렸다.
그분이 앞에 계셨다.
나는 뒤에서 봤다.
그리고 놉에서 살아 나오신 분이다.
여든다섯이 죽고 하나가 나왔다.
그것이 오십 년 됐다.
그것을 안 적으면 그분은 쫓겨난 자로 남는다.
나는 그것을 안 하고 싶었다.
그래서 길게 적었다.
길게 적은 것이 내가 한 일이다.
그리고 하나를 더 붙였다.
여호와께서 실로에서 엘리의 집에 대하여 하신 말씀을 응하게 함이더라.
이것은 내가 붙였다.
아무도 붙이라고 안 했다.
실로에서 엘리의 집에 대해 하신 말씀이 있다.
그 집에서 제사장 직분이 끊어진다는 말씀이다.
오래된 말씀이다.
백 년도 더 됐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붙이고 나서 한참 봤다.
붙이니까 이렇게 된다.
아비아달이 쫓겨난 것이 왕이 한 일이 아니라 오래전에 정해진 것이 된다.
나는 그것을 알고 붙였다.
알고 붙였는데 왜 붙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분을 위해서인가.
왕을 위해서인가.
둘 다인가.
나는 그것을 세다가 그만두었다.
요압을 이렇게 적었다.
요압이 여호와의 장막으로 도망하여 제단 뿔을 잡으매 왕이 브나야를 보내니 브나야가 이르되 왕이 나오라 하신다 하매 그가 이르되 아니라 내가 여기서 죽겠노라 하니라.
브나야가 왕께 아뢰니 왕이 이르되 그가 말한 대로 하라 하니라.
그를 들에 있는 그의 집에 장사하니라.
세 줄이다.
나는 이 대목을 사흘 걸려 적었다.
어려웠다.
첫째로 어려운 것은 제단 뿔이다.
제단 뿔을 잡은 자를 죽이는가.
옛날부터 안 죽인다고 한다.
그런데 죽였다.
그것을 적으면 법을 어긴 것이 된다.
안 적으면 그가 왜 거기서 죽었는지가 안 나온다.
나는 적었다.
적되 왕이 하신 말씀을 그대로 적었다.
그가 말한 대로 하라.
그 말씀이 무엇인가.
요압이 여기서 죽겠다고 했다.
그러니 여기서 죽인 것이다.
요압이 정한 것이 된다.
나는 그것을 세 번 읽어봤다.
세 번 다 그렇게 읽혔다.
그러면 그것으로 된다.
둘째로 어려운 것은 이유다.
왜 죽였는가.
앞 왕의 유언이라고 들었다.
나는 그것을 안 적었다.
들은 것이지 본 것이 아니다.
그 자리에 있던 자가 셋이라고 한다.
왕과 새 왕과 수넴에서 온 여자다.
둘은 나에게 말한 적이 없고 하나는 여자다.
나는 그것을 안 적었다.
안 적었는데 그것이 남을 것이다.
궁에서 도는 말은 안 적어도 남는다.
적힌 것보다 오래 남을 때도 있다.
나는 그것을 마흔 해 동안 봤다.
가을에 명단을 꺼냈다.
삼십칠인 명단이다.
군대장관이 바뀌었으니 손봐야 한다고 아뢰는 자가 있었다.
나는 꺼내서 폈다.
오래된 가죽이다.
마흔 몇 해 됐다.
끝이 상했다.
셋이 위에 있다.
야소브암, 엘르아살, 삼마.
셋 다 죽었다.
그 밑에 서른이 있다.
그중에 브나야가 있다.
그 옆에 이렇게 적혀 있다.
삼십인 중에 존귀하나 세 사람에게는 미치지 못하니라.
내가 적은 것이 아니다.
앞의 서기관이 적었다.
나는 그것을 마흔 해 동안 그대로 뒀다.
이제 그 사람이 군대장관이다.
그러면 저 줄을 어떻게 하는가.
지우는가.
나는 그것을 오래 봤다.
지우면 그것이 없어진다.
없어지면 그 사람이 처음부터 셋 위였던 것이 된다.
그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우면 자국이 남는다.
가죽은 긁어내면 얇아진다.
얇아진 자리는 멀리서 보면 안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면 보인다.
나는 그것을 안 지웠다.
그대로 뒀다.
대신 옆에 작게 적었다.
재위 둘째 해에 군대장관이 되니라.
작게 적었다.
나중에 읽는 자가 이상하다고 할 것이다.
셋에 못 미친다고 적어놓고 군대장관이 됐다고 적어놨으니 이상하다.
이상한 것이 맞다.
이상하니까 그대로 적는다.
말면서 나는 마지막 줄을 봤다.
헷 사람 우리아.
아직 있다.
이십칠 해 됐다.
나는 그것을 여러 번 지우려고 했다.
칼을 갈아놓고 앉은 적이 있다.
손을 못 댔다.
그다음에는 안 꺼냈다.
이번에 꺼내서 다시 봤다.
나는 예순이 넘었다.
손이 떨린다.
이제는 긁어내면 딴 데까지 긁는다.
그러니 못 지운다.
못 지우는 것으로 됐다.
나는 그것을 말아서 궤짝에 넣었다.
넣다가 안쪽에 손이 닿았다.
조각이 있었다.
버리는 가죽 조각이다.
꺼내서 봤다.
내 글씨다.
오래됐다.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밧수아. 그렇게 말한 자도 있었음.
나는 그것을 한참 봤다.
언제 적었는지 생각이 안 났다.
한참 있다가 났다.
이십칠 해 전이다.
왕의 아내가 하나 늘어서 적을 때였다.
이름을 물어보게 했는데 갈렸다.
셋에게 물으니 둘은 밧세바라 하고 하나는 밧수아라 했다.
나는 셋 중 둘을 따랐다.
그리고 이 조각을 넣어놨다.
나는 그것을 손에 들고 앉아 있었다.
그분이 지금 왕의 어미다.
절기에 앞에 서신다.
왕의 오른편에 걸상이 있다고 들었다.
나는 그것을 못 봤다.
서기관은 그 방에 안 들어간다.
나는 그 조각을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태우는가.
태우면 없어진다.
없어지면 밧세바 하나만 남는다.
그것이 맞을 수도 있다.
셋 중 둘이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하나는 다르게 말했다.
그 하나가 틀렸는지 나는 모른다.
이십칠 해 전에도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
나는 그 조각을 다시 넣었다.
궤짝 안쪽에 넣었다.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앉아 있었다.
나는 마흔 몇 해 동안 이 방에 있었다.
궤짝이 열둘이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대개 안다.
대개 아는데 다 알지는 못한다.
넣어놓고 잊은 것이 있다.
오늘 하나가 나왔다.
또 나올 것이다.
내가 죽으면 이 방에 다른 자가 앉는다.
그자가 궤짝을 열 것이다.
열면 조각이 나온다.
나온 것을 그자가 어떻게 할지 나는 모른다.
태울 수도 있고 둘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을 정할 수 없다.
정할 수 있는 것은 오늘 넣어두는 것뿐이다.
등불을 옮겼다.
그리고 다음 장을 폈다.
재위 셋째 해.
빈 두루마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