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 밧세바 (2부) · 70 / 117
66장 — 나귀 위에서
예루살렘에서 길로로. 다윗이 예순한 살이던 해. 아히도벨 일흔넷.
성경의 기록 · 사무엘하 17장 23절
새벽에 나왔다.
나귀 둘을 끌었다.
하나는 내가 타고 하나는 아내가 탔다.
짐은 싣지 않았다.
가져갈 것이 없었다.
성문에서 지키는 자가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길로.”
”…”
“집에 간다.”
그자가 문을 열어줬다.
아무도 안 막았다.
막을 이유가 없다.
늙은 자가 늙은 아내를 데리고 고향에 간다.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나흘 길이다.
젊었을 때는 사흘에 갔다.
지금은 나흘이다.
나귀 위에서 나는 세었다.
셈이 맞았다.
이레면 요단을 건너신다.
건너면 마하나임이다.
마하나임에는 성벽이 있고 사람이 있다.
길르앗 사람들이 있다.
거기 자리를 잡으시면 못 친다.
요압이 북쪽에서 내려온다.
그렛과 블렛이 붙어 있다.
육백이 붙어 있다.
모으는 데 이레가 걸리고, 이레 뒤에는 저쪽이 자리를 잡는다.
그러면 붙었을 때 이긴다.
저쪽이 이긴다.
나는 그것을 나흘 동안 세 번 세었다.
세 번 다 같았다.
이레 뒤에 압살롬은 진다.
지면 어떻게 되는가.
이긴 쪽이 정리한다.
정리할 때 무엇부터 정리하는가.
앞에 선 자부터 한다.
나는 앞에 섰다.
헤브론에 나흘을 갔고, 궁에서 앞자리에 앉았고, 옥상을 조언했다.
옥상을 조언한 것이 나다.
그것은 온 성이 봤다.
숨길 수가 없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되는가.
잡힌다.
잡히면 어떻게 되는가.
여기서 나는 나흘 동안 제일 오래 세었다.
죽이신다.
죽이시는 것은 두렵지 않다.
일흔넷이다.
두려운 것은 다른 것이다.
반역자를 죽일 때는 혼자 죽이지 않는다.
그것이 이 땅의 법이다.
법이라기보다 관례다.
씨를 남기면 그 씨가 갚으러 온다고 여긴다.
그래서 집안을 친다.
놉에서 그랬다.
여든다섯을 죽이고 성읍을 쳤다. 여자와 아이와 나귀와 양까지 쳤다.
그때 사울왕이 하신 일이다.
지금 왕도 그것을 아신다.
그러면 내 집안은 무엇인가.
아내가 있다.
아들이 하나 있다.
손녀가 있다.
증손자가 넷 있다.
증손자 넷이 왕의 아들이다.
거기서 나는 멈췄다.
멈추고 다시 세었다.
왕의 아들은 못 죽이신다.
당신 아들이다.
그러면 손녀는.
왕의 아들 넷의 어미다.
어미를 죽이면 아들 넷이 어미 없는 아들이 된다.
그것도 못 하신다.
그러면 아들은.
명단에 있다.
삼십칠인 명단에 서른 해 넘게 있었다.
지금 왕과 함께 요단을 건너고 있을 것이다.
함께 도망친 자를 죽이지 않으신다.
그러면 남는 것은 나다.
나 하나다.
그러면 내가 잡히지 않으면 된다.
잡히지 않으면 그 뒤가 없다.
죽은 자는 심문하지 않는다.
죽은 자의 집안은 치지 않는다.
친 예가 없는 것은 아닌데, 드물다.
이미 죽었으면 갚을 데가 없어서 그렇다.
나는 그것을 나흘 동안 세었다.
세고 나서 마지막에 이것을 세었다.
언제 하는가.
압살롬이 지기 전에 해야 한다.
지고 나서 하면 그것은 도망친 것이 된다.
지기 전에 하면 그것은 다른 것이 된다.
무엇이 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다르다.
사흘째 저녁에 아내가 물었다.
길가에서 쉬고 있었다.
”…왜 갑니까.”
나흘 동안 처음 물었다.
나흘 동안 아무것도 안 물었다.
오십 몇 해를 그렇게 살았다.
내가 나가면 나가는 줄 알고, 들어오면 들어오는 줄 알았다.
한 번도 안 물었다.
그런데 물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있었다.
여기서 말해야 한다.
나는 그것을 알았다.
평생 나는 짧게 말했다.
짧게 말하는 것이 옳았다.
길게 말하면 남는다. 남으면 다른 사람이 읽는다.
그래서 적지도 않았다.
열세 해 동안 아들에게 답을 보내면서 한 번도 안 적었다.
말로만 보냈다.
그런데 이번은 다르다.
이번에는 남아야 한다.
남되 종이에 남으면 안 된다.
반역한 자의 글이 남으면 그것이 손녀에게 간다.
그러니 사람에게 남겨야 한다.
사람에게 남기려면 그 사람이 알아들어야 한다.
알아들으려면 길게 말해야 한다.
나는 평생 그것을 안 했다.
나는 아내를 앉히고 말했다.
”…들어라.”
”…예.”
“오래 걸린다. 다 들어라.”
아내가 나를 봤다.
”…내가 길로에 가서 죽을 것이다.”
아내가 아무 말도 안 했다.
놀라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봤다.
알고 있었다.
오십 몇 해를 같이 살았으니 알았을 것이다.
나는 계속했다.
”…내가 왜 죽는지부터 말한다.”
”…”
“내가 압살롬 편에 섰다. 헤브론에 갔고 궁에서 조언했다.”
”…”
“압살롬이 진다. 이레 뒤에 진다.”
”…어떻게 아십니까.”
“세어봤다.”
”…”
“세 번 세었다. 세 번 다 같았다.”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면 왕이 돌아오신다.”
”…예.”
“돌아오시면 앞에 선 자를 정리하신다.”
”…”
“내가 앞에 섰다.”
”…”
“그러니 나는 죽는다.”
여기까지 말하고 나는 잠깐 쉬었다.
”…그런데 잡혀서 죽으면 다르다.”
”…어떻게 다릅니까.”
아내가 물었다.
물어봐 줘서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어봐야 알아듣는다.
“잡히면 심문한다. 심문하면 다른 이름이 나온다.”
”…”
“내 입에서 안 나와도 나온다. 심문하는 자가 물을 것이 정해져 있다.”
”…”
“누구를 만났느냐. 집안 사람 중에 아는 자가 있느냐.”
”…”
“그러면 아이 이름이 나온다.”
아내가 손을 모았다.
”…그리고 반역한 자는 혼자 죽지 않는다. 집안을 친다.”
”…”
“놉에서 그랬다. 여든다섯을 죽이고 성읍을 쳤다.”
”…예.”
“그러니 내가 잡히면 안 된다.”
”…”
“내가 먼저 죽으면 심문할 사람이 없다.”
”…”
“심문할 사람이 없으면 이름이 안 나온다.”
여기까지 말하고 나는 아내를 봤다.
”…알아들었느냐.”
”…예.”
“다시 말해보아라.”
아내가 나를 봤다.
”…예?”
“내가 왜 죽는지 다시 말해보아라.”
아내가 잠깐 있다가 말했다.
”…잡히면 심문을 받고, 심문을 받으면 아이 이름이 나오고, 이름이 나오면 집안을 치니까.”
”…그래.”
“그래서 먼저 가신다고.”
”…그렇다.”
나는 그것을 두 번 더 시켰다.
세 번 시켰다.
여섯 살짜리에게 하던 것이다.
손님이 가고 나면 물었다. 뭐라고 하더냐.
처음에는 못 옮겼다. 몇 번 하니까 옮겼다.
옮기려면 외워야 하고, 외우려면 들으면서 되풀이해야 한다.
지금 그것을 아내에게 시켰다.
그다음이 본론이었다.
”…들어라.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예.”
“이 말을 아들에게 전해라.”
”…”
“아들이 손녀에게 전할 것이다.”
거기서 나는 멈췄다.
아들이 옮길 수 있는가.
그것을 나는 나흘 동안 안 세어봤다.
서른여섯 해 전에 내가 그 아이를 마당에 세웠다.
말하지 마라. 남아라.
그 두 마디를 주고 보냈다.
그 아이가 그대로 했다.
서른여섯 해 동안 아무 말도 안 했다.
딸에게도 안 했다.
계절에 한 번 궁 옆에 와서 밥을 먹고 갔다.
마당에서 딸을 보면 고개를 숙였다.
그 아이는 옮기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나는 그것을 그 자리에서 셌다.
”…들어라. 이것부터 먼저다.”
”…예.”
“아들이 오면 이렇게 말해라.”
”…”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시킨 것이 하나 있는데, 이번만은 네가 말해야 한다고.”
”…”
“딸에게 직접 가서 말하라고.”
”…직접이요.”
”…그렇다.”
”…”
“사람을 넣지 말고, 나를 시키지도 말고, 네가 가서 네 입으로 말하라고 해라.”
아내가 나를 봤다.
”…그 아이가 하겠습니까.”
나는 잠깐 있었다.
”…모르겠다.”
”…”
“서른여섯 해 동안 안 하던 것이다.”
”…”
“그런데 이번에는 해야 한다.”
”…왜요.”
아내가 또 물었다.
나는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어봐 주면 설명할 수 있다.
”…내가 죽으면 그 아이가 그것을 알게 된다.”
”…”
“알면 무엇인가 하고 싶어질 것이다.”
”…”
“그런데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군에 있고 밖에 있다.”
”…”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면 사람이 상한다.”
”…”
“그러니 하나 주는 것이다.”
”…”
“이것 하나는 네가 해야 한다고 해라.”
”…예.”
“그리고 하나 더 있다.”
”…”
“그 아이가 가면, 딸이 그 얼굴을 볼 것이다.”
”…”
“서른여섯 해 동안 아비가 딸에게 무엇을 말한 적이 없다.”
”…”
“그런 아비가 와서 말을 하면, 딸이 그것을 다르게 듣는다.”
”…어떻게 다르게 듣습니까.”
”…무겁게 듣는다.”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외워라.”
”…예.”
“그러니 네가 먼저 외워야 한다. 네가 외워서 아들에게 주고, 아들이 딸에게 준다.”
”…예.”
“손가락 다섯을 펴라.”
아내가 폈다.
나는 그 손을 내 손으로 감쌌다.
”…먼저 손바닥이다.”
”…예.”
“여기에 그 아이가 있다.”
”…”
“그리고 아이 넷이 있다.”
”…”
“손가락은 다섯 다 방법이다. 손바닥은 지킬 것이다.”
”…잊으면 손을 펴라.”
”…예.”
“펴면 손바닥이 먼저 보인다. 무엇을 위해서 하는 것인지가 먼저 보여야 한다.”
엄지다.
나는 아내의 엄지를 잡았다.
”…엄지는 제일 굵다. 그리고 혼자 떨어져 있다.”
”…예.”
“왕께 빚이 하나 있다.”
”…빚이요.”
“열아홉 해 전 일이다. 그 아이가 안다.”
”…”
“그 일을 왕께서 한 번도 입에 올리신 적이 없다. 그 아이에게도 안 하셨고 아무에게도 안 하셨다.”
”…”
“안 하시는 것은 없어서가 아니다. 있어서 안 하시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이 하나 남아 있다.”
”…”
“쓰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쓸 것이 그것 하나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라고 하는 것이다.”
”…”
“엄지는 혼자 떨어져 있다. 그래서 물건을 쥔다.”
”…”
“그것 하나로 쥐는 것이다.”
둘째 손가락이다.
”…이것으로 사람을 가리킨다.”
”…예.”
“혼자서는 안 된다.”
”…”
“궁에서 여자가 혼자 하는 말은 아무것도 아니다. 말해도 안 남고 남아도 안 움직인다.”
”…”
“말하는 자가 하나면 그것은 청이다. 청은 물리면 그만이다.”
”…”
“셋이면 다르다. 셋이 같은 것을 말하면 그것은 이미 그렇게 된 일이 된다.”
”…가리킬 사람을 셋 만들라고 해라.”
”…예.”
“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이다.”
가운뎃손가락이다.
”…이것이 제일 길다. 그리고 가운데 있다.”
”…예.”
“갈린 판에서 어느 쪽에도 못 낀 자를 찾으라고 해라.”
”…”
“이번 일로 판이 갈렸다. 이긴 쪽이 자리를 나눈다.”
”…”
“나눌 때 다 나눠주지 않는다. 앞에 선 자들이 먼저 가져간다.”
”…”
“그러면 남는 자가 생긴다. 이쪽에도 못 끼고 저쪽에도 못 낀 자들이다.”
”…그자들은 지금 쓸 데가 없다.”
”…”
“그런데 나중에 쓸 데가 있다.”
”…”
“자리를 못 받은 자는 자리를 줄 사람을 기다린다.”
”…”
“기다리는 자에게는 값이 안 든다.”
”…가운데 있는 손가락이다. 가운데 있는 자들을 찾으라고 해라.”
넷째 손가락이다.
”…이것이 제일 안 움직인다. 혼자 못 굽힌다.”
”…예.”
“왕은 미루신다.”
”…”
“평생 그러셨다. 그것으로 사셨다.”
”…”
“미루시는 분에게 청하면 미루신다. 그러니 청하면 안 된다.”
”…”
“미룰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요.”
”…나도 모른다.”
”…”
“그것은 그때 가서 그 아이가 볼 것이다.”
”…”
“이 손가락은 혼자 안 굽는다. 옆것이 같이 굽어야 굽는다.”
”…”
“그것만 기억하라고 해라.”
새끼손가락이다.
여기서 나는 오래 걸렸다.
”…이것이 제일 작다.”
”…예.”
“작은데 이것이 마지막이다.”
”…그 아이는 나를 닮았다.”
”…”
“세는 것을 잘한다. 세고 또 센다.”
”…”
“그런데 세는 자는 흠이 있다.”
”…”
“세다가 때를 놓친다.”
”…내가 그랬다.”
”…”
“마흔 해를 길로에서 세었다. 열일곱 해를 궁에서 세었다.”
”…”
“셈은 다 맞았다.”
”…”
“움직인 것이 일흔넷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전해라.”
”…예.”
“때가 오면 세지 마라.”
”…”
“한 번 세고 움직여라.”
”…”
“두 번 세면 늦는다.”
아내가 손을 폈다 접었다.
”…다시 해보아라.”
아내가 엄지부터 짚었다.
”…빚이 하나 있다.”
”…”
”…혼자서는 안 된다. 셋을 만든다.”
”…”
”…가운데 있는 자들을 찾는다.”
”…”
”…미룰 수 없게 만든다.”
”…”
”…두 번 세면 늦는다.”
”…손바닥은.”
아내가 손바닥을 봤다.
”…아이하고, 아이 넷입니다.”
”…그렇다.”
나는 세 번 시켰다.
세 번 다 조금씩 틀렸다.
네 번째에 맞았다.
다섯 번째도 시켰다.
”…맞다.”
”…예.”
”…한 번 더.”
여섯 번째에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이제 됩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그래.”
한 가지 더 있다.
”…예.”
”…이 다섯 가지를 반년 뒤에 전해라.”
”…”
“지금 전하면 그 아이가 지금 무엇을 한다.”
”…”
“지금 하면 죽는다.”
”…”
“반년이면 다 정리된다. 정리되고 나서 전해라.”
”…그리고 이 말은 내가 했다고 하지 마라.”
”…예?”
”…아비가 하는 말로 해라.”
”…”
“그 아이가 반역한 자의 말을 듣고 움직였다는 것이 남으면 안 된다.”
”…”
“아들에게도 그렇게 시켜라. 네가 생각해낸 것이라고 하라고.”
아내가 나를 봤다.
한참 봤다.
”…그것도 외워야 합니까.”
”…아니다.”
”…”
“그것은 안 외워도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나를 더 말했다.
이것은 전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
전해도 되고 안 전해도 된다고 했다.
”…그 아이가 여섯 살 때 내가 마당에 앉혔다.”
”…압니다.”
”…앉혀놓고 손님 말을 옮기게 했다.”
”…예.”
“그때 나는 그 아이를 귀로 썼다.”
”…”
“쓴 것이다. 가르친 것이 아니라.”
아내가 나를 봤다.
”…그것을 전할까요.”
나는 잠깐 있었다.
”…아니다.”
”…”
”…전하지 마라.”
나흘째 저녁에 길로에 닿았다.
마을이 그대로였다.
길이 갈리는 자리에 물이 있고, 거기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쉰다.
내가 마흔 해 동안 앉아 있던 자리다.
집이 있었다.
품 사는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밤에 나는 집안일을 정리했다.
밭이 어디까지고 누구에게 얼마를 받을 것이 있고 누구에게 줄 것이 있는지.
그것을 아내에게 말했다.
이것도 세 번 시켰다.
다 하고 나니 새벽이었다.
아내가 앉아 있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자거라.”
아내가 안 일어섰다.
한참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쉰다섯 해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그렇구나.”
”…”
”…”
더 할 말이 없었다.
평생 그랬다.
이번에도 그랬다.
아내가 일어서서 들어갔다.
나는 마당에 앉아 있었다.
날이 밝아왔다.
마당에 항아리가 있었다.
뚜껑이 조금 밀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일어나서 뚜껑을 맞춰놓았다.
그리고 다시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