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 밧세바 (2부) · 65 / 117
61장 — 네 가지 셈
예루살렘. 다윗이 예순 살이던 해. 밧세바 서른일곱.
기록의 배경 · 사무엘하 15장 1–6절
성문 이야기가 부엌에 들어온 것이 두 해쯤 됐다.
처음에는 이렇게 왔다.
셋째 도련님이 아침에 성문에 나가 앉으신다고.
그것뿐이었다.
그때는 아무도 그것을 크게 말하지 않았다.
왕자가 성문에 나가 앉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들 했다.
한 해쯤 지나니 다르게 왔다.
밖에서 온 사람들이 그리로 간다고.
왕께 청하러 왔다가 못 뵙고 그리로 간다고.
또 반년쯤 지나니 이렇게 왔다.
그분이 사람을 안으신다고.
절하려고 하면 손을 잡아 일으키시고 안으신다고.
나는 그것을 듣고 그날 밤에 앉아 있었다.
안으신다는 말이 걸렸다.
궁에서 누가 누구를 안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절은 한다. 인사도 한다.
안는 것은 안 한다.
그런데 밖에서 온 사람을 안으신다고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은 돌아가서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나는 그것부터 세었다.
가을에 친정에 갔다.
할아버지가 안뜰에 계셨다.
일흔셋이시다.
앉으라고 하셨다.
앉았다.
”…요새 무슨 얘기가 도느냐.”
나는 성문 이야기를 옮겼다.
다 옮겼다.
밖에서 온 사람들이 그리로 간다는 것. 안으신다는 것. 그리고 왕께서 석 달씩 안 나가신다는 것.
할아버지가 다 들으셨다.
한참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그러다 이렇게 물으셨다.
”…성문이 무엇이냐.”
나는 그 물음을 못 알아들었다.
”…성문 말입니까.”
”…그래.”
”…들어오고 나가는 데입니다.”
”…그것 말고.”
나는 대답을 못 했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재판하는 데다.”
”…”
“옛날부터 성문에서 한다. 성읍 어른들이 성문에 앉는다.”
”…예.”
“왕도 성문에 앉는다.”
”…”
“그러니 성문은 왕의 자리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할아버지가 이어서 말씀하셨다.
”…왕이 안 앉으시면 자리가 빈다.”
”…”
“빈 자리에 사람이 앉으면, 앉은 사람이 무엇이 되느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셈해보아라.”
나는 그 자리에서 셈해봤다.
셈이 안 됐다.
무엇이 되는지는 알겠는데, 그것을 입으로 말하기가 무서웠다.
할아버지가 나를 보시고 이렇게만 말씀하셨다.
”…말 안 해도 된다.”
”…”
“세었으면 됐다.”
겨울에 아버지가 오셨다.
계절에 한 번 오신다.
쉰이 되셨다.
무릎이 안 좋으시다고 들었다. 아침에 반 각쯤 지나야 펴진다고 하셨다.
오시면 할아버지와 방에서 이야기하시고 밥을 드시고 가신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안 물으신다.
그날은 달랐다.
내가 마당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데 아버지가 나오시다가 멈추셨다.
한참 서 계셨다.
그리고 이렇게 물으셨다.
”…궁에서 성문 얘기가 도느냐.”
나는 놀랐다.
아버지가 나에게 무엇을 물으신 것이 처음이었다.
”…돕니다.”
”…무엇이라고 도느냐.”
나는 옮겼다.
아버지가 다 들으셨다.
듣고 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밖에서는 다르게 보인다.”
”…예?”
“소집이다.”
나는 그 말을 못 알아들었다.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봄에 소집을 걸면 성읍에서 사람을 올려보낸다.”
”…예.”
“두 해 전까지는 걸면 왔다.”
”…”
“작년부터 늦게 온다.”
”…”
“올해는 덜 왔다.”
나는 그것을 들었다.
”…얼마나 덜 왔습니까.”
”…남쪽에서 덜 왔다.”
”…”
“헤브론 아래쪽이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길로가 헤브론 아래다.
”…이유를 아십니까.”
아버지가 잠깐 계셨다.
”…모른다.”
”…”
“성읍 어른들 말투가 달라졌다.”
”…어떻게요.”
”…전에는 미안하다고 했다. 사람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
“지금은 그냥 없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들었다.
아버지가 이어서 말씀하셨다.
”…미안하다고 하는 것과 없다고 하는 것은 다르다.”
”…예.”
“미안하다고 하면 아직 이쪽 사람이다.”
”…”
“그냥 없다고 하면 다르다.”
그리고 아버지가 가셨다.
가시면서 아무 말씀도 더 안 하셨다.
요압 장군 이야기는 부엌에서 들었다.
들었다기보다는 안 들었다.
성문 이야기가 그렇게 도는데 장군 이야기가 없었다.
나는 그것이 이상했다.
군대장관이시고 성 안에 계신다.
성문 앞을 매일 지나다니신다.
그런데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는 것이다.
부엌에서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장군님은 아무 말씀 없으시대.”
”…그래?”
“보시고도 아무 말씀 없으시대.”
나는 그것을 듣고 오래 생각했다.
보시고도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못 보시는 것이 아니라 보시고 안 하시는 것이다.
왜 안 하시는가.
나는 그것을 세어봤다.
여섯 해 전에 장군이 사람을 써서 그분을 그술에서 데려오셨다.
그것을 나는 부엌에서 들었다.
데려오셨는데 왕께서 두 해를 안 보셨다.
세 해를 보시고 사람을 사서 데려왔는데 두 해를 안 보셨다.
그러면 장군은 그 일에서 무엇을 얻으셨는가.
아무것도 안 얻으셨다.
그러면 이번에도 안 하실 것이다.
한 번 해봤으니까.
나는 그날 밤에 방에 앉아 있었다.
아이들이 자고 있었다.
시므아가 열넷이고 소밥이 열하나고 나단이 여덟이고 솔로몬이 넷이다.
넷 다 살아 있다.
열한 해 동안 나는 그것을 세어왔다.
넷 다 살아 있으면 그해가 좋은 해다.
그날 밤에 나는 처음으로 다른 것을 세었다.
압살롬 도련님이 왕이 되시면.
나는 그것을 세면서 손이 떨렸다.
이런 것을 세어본 적이 없었다.
열두 해 동안 나는 그런 셈을 안 했다.
셀 이유가 없었다.
내 아들은 열 몇 번째다.
앞에 여섯이 있고 그 사이에도 여럿 있다.
서열 밖이라 셈에 안 들어간다.
셈에 안 들어가면 안전하다.
나는 열두 해 동안 그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것이 서열이 있을 때 이야기다.
왕이 바뀌면 서열이 다시 세어진다.
아니다.
서열로 안 센다.
위협인지 아닌지로 센다.
나는 그것을 그날 밤에 알았다.
새 왕이 앞의 왕의 아들들을 볼 때 무엇을 보겠는가.
몇째인지를 안 본다.
살려두면 나중에 무엇이 될지를 본다.
내 아들이 넷이다.
넷이면 적지 않다.
그리고 내 아들들은 다른 아들들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
나 때문에 다르다.
궁 안이 다 아는 그 일 때문에 다르다.
압살롬 도련님이 그것을 어떻게 보시겠는가.
그분은 누이 일로 아버지를 원망하신다.
같은 종류의 일이라고 보시면 어떻게 되는가.
나는 거기까지 세고 손을 놓았다.
세어도 나오는 것이 없었다.
나오는 것이 없는데 무섭기만 했다.
나는 자는 아이들을 봤다.
큰아이가 열넷이다.
막내가 넷이다.
넷 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열두 해 동안 나를 살렸다.
그런데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그것을 몰랐다.
그날 밤에 나는 한 가지만 정했다.
보아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보는 것은 할 수 있다.
열두 해 동안 나는 그것을 해왔다.
부엌에 앉아 있는 것.
이제까지는 할아버지께 옮기려고 했다.
이제부터는 다르다.
나는 그날 밤에 그것을 알았다.
이제부터는 내가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