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 밧세바 (2부) · 49 / 117

45장 — 부엌

예루살렘. 다윗이 마흔네 살이던 해. 밧세바 스물하나.

기록 사이의 빈칸 · 사무엘하 12장 24–25절 이후 · 직접 대응 기록 없음

궁에 들어온 지 세 해가 되었다.

궁은 넓지 않았다.

여부스 사람들이 쓰던 집을 고쳐 쓴 것이라 방이 좁고 벽이 두꺼웠다. 창이 굴처럼 나 있어서 낮에도 어두웠다.

두로에서 백향목이 와서 새로 지은 데가 있었다. 거기는 왕이 계시는 쪽이었다.

여자들이 사는 쪽은 옛집이었다.

내 방은 북쪽 끝이었다.

가장 끝이었다.

들어온 순서대로 자리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었다.

방이 좁았고 창이 하나였다. 겨울에 벽에서 물이 배어 나왔다.

나는 그것을 불평한 적이 없다.

불평할 자리에 있지 않았다.

세 해 동안 아무도 나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인사는 했다. 마주치면 고개를 숙였고 저쪽도 숙였다.

거기까지였다.

처음에는 그것이 힘들었다.

나중에는 편했다.

내가 누구인지 다 알았기 때문이다.

들어온 첫해 겨울에 나는 그것을 알았다.

빨래하는 데서였다.

여자 둘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내가 뒤에서 오는 것을 못 봤다.

“그 집 사람이 랍바에서 죽었대.”

”…어떻게 죽었대.”

“성벽 아래에서.”

”…”

“그런데 그전에 왕께서 부르셨대.”

”…불렀는데.”

“부르셨다가 돌려보내셨대. 그러고 나서 죽었대.”

거기서 하나가 다른 하나를 쳤다.

내가 뒤에 있었다.

둘이 얼른 고개를 숙였다.

나도 숙였다.

그리고 지나갔다.

그날 밤 나는 오래 깨어 있었다.

성 안에서 아는 것을 궁 안에서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니 다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었다.

말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안다.

말하지 않는 것은 아는 것이다.

첫아이는 이듬해에 났다.

아들이었다.

이레를 살았다.

그 이레에 대해서 나는 오래 쓰지 않겠다.

쓸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여덟째 날에 사람들이 왔다.

여자들이 와서 손을 잡았다. 어머니가 오셨다. 할머니가 오셨다.

다들 죄송하다고 했다.

우리아 때도 그랬다.

왕께서는 안 오셨다.

이레 동안 방에 계셨다고 들었다. 땅에 엎드려 계셨다고 했다. 안 드셨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가 죽은 날 씻고 드셨다고 했다.

나는 그것을 나중에 들었다.

부엌에서 들었다.

들으면서 나는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할 힘이 없었다.

한 달쯤 지나서 다시 들었다.

이번에는 다르게 돌고 있었다.

”…선지자가 그러셨대.”

“뭐라고.”

“그 아이가 죽을 거라고.”

”…미리?”

“미리.”

”…”

“그러니까 그렇게 된 거지.”

나는 그것을 들었다.

물을 뜨고 있었다.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렇게 된 거지.

내 아이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궁 안에서 돌고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못 들었다.

선지자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말해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가 알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해 여름에 성 안에서 죽은 아이가 스물이 넘는다고 들었다.

그 이야기는 부엌에서 두 번쯤 나오고 말았다.

내 아이 이야기는 한 해가 지나도 돌았다.

무엇이 다른가.

앞에서 누가 말했느냐다.

나는 그것을 그때 알았다.

그 뒤로 나는 부엌에 자주 갔다.

궁의 여자들은 부엌에 잘 안 간다.

부엌은 종들이 있는 데다.

그런데 나는 갔다.

물을 뜨러 간다고 하고 갔다. 곡식을 고르러 간다고 하고 갔다.

내 방에 종이 하나뿐이라 실제로 할 일이 있기도 했다.

부엌에 앉아 있으면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길로에서 그랬다.

여섯 살 때부터 마당에 앉아 있었다. 어린 여자아이가 마당에 앉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없는 것과 같다.

여기서도 그랬다.

궁의 여자가 부엌에 앉아 있는 것은 이상한데, 두 달쯤 지나니 이상하지 않게 됐다.

저 사람은 원래 그런다고들 했다.

그리고 다 들렸다.

세 해 동안 내가 알게 된 것을 적어보면 이렇다.

하나. 상이 나가는 순서가 있다.

아침에 부엌에서 상이 나간다.

먼저 왕께 간다. 그다음이 갈린다.

이스르엘에서 오신 분과 갈멜에서 오신 분에게 먼저 간다. 그다음이 그술에서 오신 분이다.

그다음이 헤브론에서 오신 분들이고, 그다음이 예루살렘에 와서 들어온 사람들이다.

나는 마지막이다.

둘. 종이 붙는 수가 다르다.

이스르엘에서 오신 분에게는 셋이 붙는다. 갈멜에서 오신 분에게도 셋이다.

그술에서 오신 분에게는 넷이다.

나에게는 하나다.

셋. 그런데 그술 쪽이 셋이 아니라 넷인 이유가 따로 있다.

그분은 왕의 딸이시다.

그술 왕 달매의 딸이라고 했다. 나라가 요단 건너 북쪽에 있다.

혼인으로 오신 분이라 친정 사람이 몇 붙어 왔다.

그러니 셋을 세는 방식이 다르다.

이스르엘과 갈멜은 오래 함께 있었다는 것으로 위에 있다.

그술은 밖에서 왔다는 것으로 위에 있다.

이스르엘과 갈멜 두 분은 광야에서 왕과 함께 계셨다고 했다.

블레셋 땅에도 함께 가셨다고 했다.

시글락이 탔을 때 끌려가셨다가 되찾혀 오셨다고 했다.

그 이야기는 부엌에서 여러 번 나왔다.

나올 때마다 나는 들었다.

나흘을 걸어가서 되찾아 오셨다고 했다.

그 두 분이 왕과 함께 굶으신 것이다.

나는 굶어본 적이 없다.

넷. 사울 왕의 따님이 계신다.

궁 서쪽 끝에 계신다.

아이가 없으시다.

왕께서 안 가신다고 들었다.

궤가 들어오던 날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했다.

무슨 일인지는 부엌에서도 잘 안 말했다.

말하다가 그치는 이야기였다.

말하다가 그치는 이야기가 가장 큰 이야기다.

다섯. 아이들이 두 종류다.

헤브론에서 난 아이들이 있고 여기서 난 아이들이 있다.

헤브론에서 난 아이들은 여섯이다.

큰아드님이 열셋쯤 되셨고, 그 아래로 죽 있다.

그 아이들은 여기서 자란 것이 아니다.

여섯 살이나 일곱 살에 여기 왔다.

그전에는 헤브론에 있었고, 그전에는 시글락에 있었다.

한번은 부엌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 오셨을 때 물을 무서워하셨어.”

”…물을?”

“씻는 물 말이야. 그렇게 많은 물을 본 적이 없으셨대.”

”…”

“들에서는 물이 귀했으니까.”

나는 그 이야기를 오래 생각했다.

지금 그 아이들은 왕자다.

그런데 왕자로 자란 것이 아니다.

들에서 나서 들에서 크다가, 어느 날 성벽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오니 지붕이 있고 물이 있고 먹을 것이 남았다.

그리고 아무도 왕자가 무엇인지 안 가르쳤다.

가르칠 사람이 있어야 가르친다.

왕께서는 열다섯에 들에 계셨다.

왕께서도 배운 적이 없으신 것이다.

여섯. 그리고 나에 대해서.

부엌에서 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나는 세 번 들었다.

세 번 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

있는 줄 모르고 하는 것이었다.

세 번 다 같은 말로 끝났다.

”…그 얘기는 하지 말자.”

나는 그것을 들으면서 앉아 있었다.

그것이 내 자리였다.

말할 수 없는 사람.

말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말하면 그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사람.

봄에 다시 배가 왔다.

두 번째였다.

나는 그것을 알고 나서 사흘 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첫아이 때는 두 달을 혼자 있었다.

이번에는 사흘이었다.

사흘째에 나는 친정에 갔다.

할아버지가 안뜰에 계셨다.

“왔느냐.”

“예.”

“앉아라.”

앉았다.

한참 있다가 말씀하셨다.

“요새 무슨 얘기가 도느냐.”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세 해 만이었다.

그동안 그 말씀을 안 하셨다.

내가 궁에 들어간 뒤로 한 번도 안 물으셨다.

물을 자리가 아니라고 여기셨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물으셨다.

나는 그것을 알아들었다.

”…상이 나가는 순서가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나를 보셨다.

”…뭐라고.”

“아침에 부엌에서 상이 나가는데,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

“그 순서가 서열입니다.”

할아버지가 한참 아무 말도 안 하셨다.

그러다 이렇게 말씀하셨다.

”…계속해라.”

나는 계속했다.

그날 저녁까지 이야기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배를 짚었다.

아직 아무것도 안 느껴졌다.

그런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