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 다윗 · 9 / 117

7장 — 아둘람

아둘람. 보리 벤 뒤. 다윗이 스물세 살이던 해. 도망한 지 한 해.

성경의 기록 · 사무엘상 22장 1–5절, 20–23절

굴은 생각보다 컸다.

입구는 사람 하나 지나갈 만했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넓어졌다. 위에서 물이 스며 벽이 젖어 있었고, 바닥에 짐승 똥이 말라 있었다. 오래 비어 있던 자리였다.

떡은 사흘째에 다 떨어졌다.

다섯 덩이를 사흘로 나눴다. 나눠 먹을 사람이 없었으니 혼자 다 먹었는데도 사흘이었다.

칼은 벽에 세워두었다. 무거워서 들고 다니면 어깨가 결렸다. 자루의 가죽이 삭아서 손에 감기지 않았다.

나흘째 아침에 발소리가 났다.

그는 안쪽으로 물러서서 칼을 잡았다.

“거기 있느냐.”

아버지 목소리였다.

집안이 다 왔다.

아버지와 어머니, 형들, 형수들, 아이들. 나귀 네 마리에 짐을 싣고 왔다. 마당 항아리에 있던 것을 퍼 담아 온 모양이었다.

엘리압이 앞에 있었다.

그는 형을 봤다. 형도 그를 봤다.

”…형님.”

“왔다.”

그것뿐이었다.

엘라 골짜기에서 형이 했던 말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형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었다. 둘 다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형이 짐을 내려놓고 굴 안쪽을 둘러봤다.

“물은.”

“위에서 스밉니다.”

“먹을 만하냐.”

“받아서 하루 두면 먹을 만합니다.”

형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귀 쪽으로 갔다.

베들레헴에 있으면 다 죽는다.

그것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놉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문이 사흘이면 산지를 다 돈다. 제사장 여든다섯이 죽었고 성읍이 통째로 없어졌다.

그 성읍이 한 일은 떡을 준 것이었다.

이새의 아들이라는 이름이 붙은 집이 무사할 이유가 없었다.

닷새째에 사람이 왔다.

혼자였다. 마르고 나이가 서른쯤 되어 보였다.

“여기 이새의 아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누구요.”

“헤브론 아래에서 왔습니다.”

“무슨 일로.”

그 사람이 잠깐 말이 없었다.

“빚이 있습니다.”

”…”

“보리 열두 오멜입니다. 두 해째 못 갚았습니다. 이번 가을에 아들을 데려간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 사람을 봤다.

“내가 그걸 갚아줄 수는 없소.”

“압니다.”

“그런데 왜 왔소.”

“여기 있으면 데려가지 못할 것 같아서 왔습니다.”

그다음 날에 셋이 왔다.

그다음 날에 여섯이 왔다.

이유는 다 달랐고 다 비슷했다. 빚이 있거나, 송사에서 졌거나, 왕의 사람과 틀어졌거나, 마을에서 나와야 할 일이 있었다.

그는 이유를 묻다가 나중에는 묻지 않았다.

스무 날쯤 지나니 백이 넘었다.

굴 안에 다 들어가지 못해서 아래 골짜기에 나눠 잤다. 밤에 불을 피우면 멀리서 보이니 불도 조심해야 했다.

그리고 먹이는 문제가 시작됐다.

백 명이 하루에 떡 백 덩이를 먹는다. 보리로 치면 하루에 두 세아가 넘는다. 열흘이면 스무 세아다.

집에서 가져온 것으로는 보름을 못 갔다.

그는 셈을 했다.

밤에 굴 벽에 기대앉아 손가락으로 셌다. 사람 수, 하루 소비, 남은 날.

이런 셈은 해본 적이 있었다. 양 예순세 마리에 여름 풀이 얼마나 남았는지, 저수조 물이 며칠 가는지.

숫자만 커졌다.

방법은 셋이었다.

훔치거나, 얻거나, 팔거나.

훔치면 마을이 등을 돌린다. 등을 돌린 마을은 왕에게 말한다. 다섯 마을만 돌아서면 산지에 있을 곳이 없어진다.

얻으려면 줄 것이 있어야 한다.

가진 것은 사람이었다. 백 명이 있었다.

이 근방 목장들은 늘 도둑에 시달렸다. 양털 깎을 때가 되면 특히 그랬다. 지킬 사람이 있으면 값을 치를 것이었다.

그는 그렇게 시작했다.

값은 미리 말하지 않았다. 지켜주고 나서 사람을 보냈다. 보내면 대개 주었다. 안 주는 집도 있었다.

부모는 모압으로 보냈다.

미스베까지 사람을 붙여 보냈다. 모압 왕에게 부탁하는 말은 짧게 썼다. 내 부모를 당신들과 함께 있게 해달라고.

떠나기 전날 밤에 아버지가 그를 불렀다.

“거기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

“여기는 곧 좁아집니다.”

”…”

“산지 안에 있으면 언젠가 찾아냅니다.”

아버지가 한참 있다가 말했다.

“양은 다 팔았다.”

”…예.”

“예순 남짓 있었는데 스무 마리만 남기고 팔았다. 값을 못 받았다. 급하게 파니 그렇게 되더라.”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리 저는 놈이 있었는데.”

“압니다.”

“그놈은 안 팔리더라. 그냥 두고 왔다.”

아침에 나귀가 떠났다.

그는 골짜기 입구까지 따라 나가서 봤다. 어머니가 두 번 돌아봤다. 아버지는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와서 굴 안에 앉았다.

이제 이 안에 그의 윗사람이 없었다.

여름 끝에 사백이 됐다.

그는 세었다.

굴 입구에 서서, 아래 골짜기에 흩어져 있는 것을 한 번, 위쪽 바위 그늘에 있는 것을 한 번. 나오는 대로, 앉아 있는 대로.

세다가 두 번 놓쳐서 다시 셌다.

사백 남짓이었다.

이름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백까지는 알았고 그 뒤로는 얼굴만 알았다.

저녁마다 돌아오는 것을 봤다. 물 길으러 간 조, 목장에 붙여둔 조, 마을에 내려간 조. 돌아오는 수를 셌다.

한 번은 저녁에 셋이 모자랐다.

그는 골짜기 입구에 앉아서 기다렸다. 사람들이 자러 들어간 뒤에도 앉아 있었다. 밤중에 셋이 올라왔다. 길을 잘못 들었다고 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들어갔다.

그 이야기가 다음 날 사람들 사이에 돌았다.

가을에 하나가 더 왔다.

젊었다. 스물이 안 돼 보였다. 옷이 찢어져 있었고 사흘은 걸은 얼굴이었다.

품에 뭔가를 안고 있었다. 옷으로 싼 것이었다.

“놉에서 왔습니다.”

굴 안이 조용해졌다.

“아히멜렉의 아들입니다.”

그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젊은 사람이 안고 있던 것을 풀었다. 에봇이었다. 흙이 묻어 있었고 한쪽 어깨끈이 뜯겨 있었다.

“성읍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

“여자들도, 아이들도. 나귀와 소와 양까지 다 쳤습니다.”

그는 무릎이 꺾이는 것을 느꼈지만 앉지 않았다.

“내가 그날 거기 있는 것을 봤다.”

젊은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에돔 사람 말이다. 뜰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가 왕에게 말할 줄 알았다.”

”…”

“알고 나왔다.”

굴 안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네 아비 집이 다 죽은 것은 내 탓이다.”

젊은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내 목숨을 찾는 자가 네 목숨도 찾는다.”

”…”

“여기 있는 것이 혼자 있는 것보다는 낫다. 여기는 그래도 사람이 적지 않다.”

그는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젊은 사람이 그날 밤 굴 안쪽에 자리를 얻었다.

에봇을 벽에 걸었다. 걸어놓으니 굴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사람들이 그것을 봤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다들 봤다.

이제 이 무리에는 제사장이 있었다.

밤에 그는 굴 안쪽에 앉아 있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그는 소리를 냈다. 노래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었고 그냥 길게 이어지는 소리였다.

들에서 하던 버릇이었다. 양들이 그 소리를 안다. 소리가 계속 나면 흩어지지 않는다.

굴 안에서 하니 울렸다.

한참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만두고 나서 보니 조용했다.

말소리가 없었다. 뒤척이는 소리도 없었다.

사백 명이 듣고 있었다.

그는 다시 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