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시선 · 10 / 11

제9장 – 나는 보지 못할 것이다

밧세바야,

이 편지가 네 손에 닿았다면

나는 이미 이 땅의 그늘 속으로 떠났겠구나.

하지만, 그건 패배가 아니다.

나는 길로 출신이다.

사람들은 그 곳이 어디냐고 묻지만,

묻기만 할 뿐, 대답을 들어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변방의 자식이었다.

그러나 나는 배웠다.

지혜란 말의 크기가 아니라,

말을 아끼는 법이라는 것을.

내 이름은 지워질 것이다.

내 말은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설계는 살아남아야 한다.

너를 통해서.

---

나는 다윗을 섬겼다.

그는 탁월한 사내였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너무 멀고,

그의 마음은 너무 흔들렸다.

그는 우릴 필요로 했지만,

결국 우리를 지키지 못했다.

우리아는 죽었고,

너는 우리아를 보내고, 다윗의 후궁이 되었다.

나는 너를 딸처럼 아꼈고,

내 피를 이어받은 너를

잃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 일을 압살롬으로 시작했지만,

그는 마음이 약했다.

기회를 잡고도, 기다렸고, 주저했다.

후새에게 속고, 타이밍을 잃고, 결국죽을것이다.

다음은 아도니야일 것이다.

그는 스스로가 자격이 있다고 믿는 자다.

자신의 혈통만으로 자리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자만과 허영이…

너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그가 잔치를 여는 날을 잡아라.

그가 기뻐하는 날,

그가 가장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아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고 착각하는 날.

그날이, 바로 ‘거사의 날’이 되어야 한다.

---

너는 나단을 설득해야 한다.

그는 본질적으로 연기자다.

진실이 아니라, 질서와 타이밍을 본다.

그에게 말하라.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후에 아무것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그는 감정이 아니라, 확률을 계산한다.

그가 이 구도가 ‘기회’라고 판단하게 만들어라.

그에게 필요한 건 신탁이 아니라 명분이다.

그에게는 성전건축을 약속해라. 그러면 그는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

사독은 제사장이다.

그는 말보다 상징을 따른다.

그에게는 “누구를 세우는가”보다

“누구의 기름을 붓는가”가 중요하다.

그에게는 솔로몬이

다윗의 피이며,

아비아달과 다른 길을 걷는 사독의 기름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사독에게는 말하지 마라.

보여줘라.

기혼샘 위에 그 아이를 데려다 놓고,

민심이 따라오고 있다고 말해라.

그리고 그에게는 제사장의 영속을 약속해라. 그는 재물보다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그는 움직인다.

---

브나야는 충직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바보가 아니다.

그는 우리아의 죽음을 안다.

그는 엘리암의 피를 안다.

그는 너를 지킨다.

그는 솔로몬에게 칼을 들지 않는다.

그는 ‘지킬 수 있는 명분’이 있을 때 움직인다.

그에게 말하라.

“이건 우리아의 아이를 지키는 일입니다.”

“이건 엘리암의 뜻을 잇는 일입니다.”

그는 말없이 무릎을 꿇고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총사령관 자리를 주어라. 그건 네가 지켜야 할 약속이다. 그는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거부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그 자리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

다윗은…

그는 이미 무너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왕’이다.

그의 한 마디가 아니면,

이 구도는 출발할 수 없다.

그에게는 말로 접근하지 마라.

그의 죄책감,

그의 후회,

그의 외로움을 흔들어라.

그에게 말하라.

“첫 아이처럼,

나까지 죽게 할 셈이십니까.”

“그날 우리아를 선택하셨고,

오늘 또 다시 선택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는 그 말에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뜻대로 하시오”라는 말이 떨어질 때

모든 전령은 움직여야 한다.

---

나는 너를 믿는다.

나는 이 모든 구조를

단 하나의 믿음 위에 설계했다.

밧세바,

너는 약한 존재처럼 보여야 한다.

그러나 너는 중심이어야 한다.

왕은 말하지 않아도,

사제는 축성하지 않아도,

칼이 휘둘러지지 않아도—

네가 ‘움직이겠다’는 그 뜻만으로

거사는 완성된다.

---

나는 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너는 보게 될 것이다.

왕의 기름 부음.

민심의 외침.

그리고 아이가 왕이 되는 그 찰나의 빛을.

그날, 나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나는 이미

너의 침묵 속에 살아 있을 테니.

_아히도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