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 7 / 10
제5장
섭정(攝政) ― 이름 없이 권력을 행사한 여인
1. 성경의 구절
열왕기상 2장 19절
“밧세바가 솔로몬 왕에게 나아가니
왕이 일어나 맞이하며 절하고,
왕의 보좌를 놓고 어머니를 위하여 그의 오른편에 두었더라.”
2. 전통적·정통적 해석
- 밧세바는 왕의 어머니로서 예우를 받는 인물이며,
솔로몬이 그녀에게 절을 하고, 오른편에 자리를 마련한 것은
효심과 왕실의 질서를 드러내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 ‘오른편에 두었다’는 표현은
왕의 권위를 나누었다기보다는,
격식을 갖춘 공경의 표현으로 간주된다.
- 밧세바는 여전히 모성적 중재자, 왕권의 배경으로 기능하는 존재일 뿐,
실질적 정치행위자는 아니다라고 보는 것이 보편적 해석이다.
3. 의문 제기
▸ 첫째, 왜 굳이 ‘오른편’이라는 위치를 명시하는가?
- 성경은 보통 ‘왕의 어머니를 잘 모셨다’,
‘왕이 그녀를 공경하였다’처럼 추상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이 구절은 구체적으로 위치를 언급한다:
“왕의 보좌를 놓고, 어머니를 위하여 그의 오른편에 두었더라.”
👉 **오른편(יָמִ ין / yamin)**은
히브리 문헌과 고대 근동 문화에서
권력의 공유, 의사결정 동반자, 명령의 대행자의 자리를 의미한다.
▸ 둘째, 어째서 다른 아내나 여인들,
혹은 나단이나 브나야가 아닌 밧세바가 그 자리에 앉는가?
- 열왕기상 2장 시점에서 이미 다윗은 죽었고,
솔로몬은 즉위한 상황이다.
- 밧세바는 공식적으로 ‘왕후’가 아닌, 전 왕의 한 아내였던 존재다.
- 왕의 자리에 오른 자가
어머니에게 보좌를 마련해 주는 장면은 이례적이며,
여러 왕조 서사 속에서도 드문 장면이다.
👉 이건 단순한 공경이 아니라,
정치적 구조 변화의 시각적 상징이다.
4. 다른 해석의 가능성
(a) 이 구절은 섭정의 정치적 완성을 의미한다.
- 병상에 누운 다윗을 대신해
솔로몬을 즉위시킨 것은 밧세바와 그녀의 연합세력이었다.
- 그 구조에서 밧세바는 섭정으로서 권력을 행사했지만,
그 위치는 어디에도 공식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 그런데 바로 이 구절에서,
그 ‘실제 권력’이 공식화된다.
“왕의 오른편에 앉혔더라.”
→ 이것은 형식적 선언 없이 권력을 가진 섭정자에게 주어진
상징적 공동통치의 위치다.
(b) ‘절했다’는 표현도 정치적 표시일 수 있다.
- “왕이 일어나 맞이하며, 절하고…”
→ 히브리어 원문에는 “יְִׁשַּתחֲוֶ֑ה” (yishtachaveh),
즉 ‘엎드려 경배했다’는 단어가 쓰인다.
→ 단순한 ‘목례’가 아니라 의례적 복종의 행위이다.
→ 신학적 해석에서는 효심으로 읽히지만,
정치적 시선에서 보면 섭정에서 왕권으로의 공식 이양을 의미할 수도 있다.
👉 이 구절은 어머니가 아들에게 “왕권을 넘긴 것”이 아니라,
아들이 어머니의 정치적 위상을 인정하며 왕권을 완성한 장면이다.
5. 결론 – 재해석적 주장
밧세바는 단순히 솔로몬의 어머니가 아니라,
솔로몬을 만든 정치적 설계자였다.
그리고 열왕기상 2장 19절은
그녀가 섭정자로서 권력의 상징적 지위를 공식적으로 부여받은 유일한 구절이다.
- 그녀는 다윗의 병상 곁에서 솔로몬을 왕으로 세웠고,
- 브나야의 군사력과 나단의 신탁을 연결했고,
- 아도니야를 제거했고,
- 솔로몬 즉위 이후 자신은 물러나는 대신, ‘오른편’에 남았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명령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왕이라 하지 않았지만,
섭정으로 기능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가 왕보다 오래 살아남은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