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세바 1 : 다윗 - 시편의 시대 · 3 / 46
Chapter 1. 아히도벨
“그 때에 아히도벨이 베푼 계략은 사람이 하나님께 물어서 받은 말씀과 같은 것이라.”
(사무엘하 16:23)
“그러므로 다윗이 기도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원하옵건대 아히도벨의 모략을 어리석게 하옵소서.”
(사무엘하 15:31)
[기름나무 언덕, 길로 근처의 변방 고을. 늦겨울의 먼지바람]
긴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다.
길로 언덕 마을은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한참을 내려가야 닿는 황량한 고지였다.
비옥하지도, 번화하지도 않지만,
이 마을에는 하나의 특이한 가문이 있었다.
지혜를 가업으로 여기는 집안.
아히도벨의 집이었다.
이 집은 전쟁이 아니라, 문장과 계산, 예측과 해석,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오래된 계획으로 자신을 지켜왔다.
아히도벨은 그날도 여느 날처럼 차가운 마른 가지를 자르며 시간을 세고 있었다.
그가 세상을 움직이는 방식은 단순했다.
먼저 읽고, 충분히 생각하고, 가능한 적게 말하라.
그때, 마당 끝에서 말발굽 소리가 났다.
먼지를 일으키며 전령 하나가 뛰어들어왔다.
“주인 어른… 긴급 소식입니다.”
아히도벨은 말없이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라마에서… 사무엘이 나섰습니다.”
눈썹 하나 꿈틀했다. 말없이 손을 들어 더 말을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가 예루살렘으로 향하지 않고, 베들레헴 쪽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제사를 빌미로…”
“누가 함께였나?”
“그의 종들과 두 마리 짐승. 그리고 제사 도구를 실은 나귀 하나뿐이었다고…”
“사울의 신복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켜본 자는 누구지?”
“갈멜 쪽 순찰꾼입니다. 예루살렘 쪽에 올릴 보고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더 말해보아라.”
“사무엘이 들어간 집은 베들레헴의 이새 집입니다.
그 집의 아들들이 모두 나와 있었다고 합니다. 일곱 명까지는 확인됐다고…”
“일곱.”
아히도벨은 그제야 천천히 등을 폈다.
그의 눈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은 이미 오래전 전장으로 가 있었다.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 고생했네.”
그 말이 끝나자 아히도벨은 이미 마음속으로 전령을 지운 상태였다.
그가 얻은 건 충분했다. 더는 말이 필요 없었다.
무언가를 판단할 때, 그는 자신보다 이해가 부족한 자에게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들이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말은 오해가 되고, 오해는 위험이 된다.
전령이 물러난 뒤,
아히도벨은 마당 한가운데 서서 혼자 중얼거렸다.
“이새의 집이라…
기름부음이라면, 왕의 자리를 옮기는 일이다.”
그는 곧바로 아들을 불렀다.
“엘리암.”
단단한 체격의 사내가 곧장 나타났다.
그는 아히도벨의 아들이었다.
“베들레헴으로 가거라.”
“사무엘입니까?”
“그래.”
“무엇을 확인해야 합니까?”
“그가 손을 얹는 머리를 봐라. 누구에게 기름을 붓는지.
누가 무릎을 꿇는지.
누가 일어나는지.
다른 건 필요 없다.”
엘리암은 한마디도 되묻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의 말이 판단이 아니라, 실행 지시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곧 말 안장 위에 올라타기 전, 아히도벨이 말했다.
“절대 눈에 띄지 마라.
말하지 말고, 듣지 말고, 봐라.
보고 돌아와라.”
말발굽이 떠난 후, 아히도벨은 혼자 남아 서늘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는 한때 꿈이 있었다.
예루살렘 궁의 참모진, 사울의 책사, 왕의 곁에 앉는 자.
그러나 그는 길로 출신이었다.
예루살렘이 아니라, 그 남쪽 바위산 출신.
베냐민과 유다의 경계선에 끼인 지방 출신,
권력은 커녕 제사장 계통에도 들지 못하는 경계인의 땅.
그는 위로 올라가는 길이 막혔다는 걸 아주 일찍 알았다.
그러니 방법을 바꿔야 했다.
“중심이 되지 못한다면, 중심을 만들면 된다.”
“내가 설 자리가 없다면, 내 자손을 앉히면 된다.”
그의 집안은 작았다.
아들 하나, 손녀 하나.
하지만 그는 이미 손녀에게 글을 가르쳤고, 침묵과 관찰의 기술을 심고 있었다.
“여자는 미끼가 될 수도 있고, 사냥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 사냥꾼은… 사냥감을 사냥 중이라 느끼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날 밤, 아히도벨은 불을 끄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예루살렘의 등불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눈은 이미 중심을 보고 있었다.
그는 역사의 방향을 바꿀 그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왕국 안에, 그의 손녀를 앉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말은 없지만, 모든 것이 준비된 사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