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이야기 · 1 / 46

프롤로그 – “한 편만 볼까 ?”

서울. 7호선.

하루를 끝낸 사람들의 말 없는 얼굴 사이, 그도 앉아 있었다.

검은 마스크, 이어폰, 지친 눈.

스마트폰 화면에 손가락이 멈춘다.

Coldplay.

Viva La Vida.

〔노래 가사 생략 — Coldplay, 「Viva La Vida」〕

귓속을 타고 흘러드는 허밍이 머릿속 어딘가를 건드린다.

“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

이야기 같기도 하고,

회한 같기도 하고,

그저 퇴근길에 잘 어울리는 리듬 같기도 하다.

창밖엔 빛바랜 하늘과 아파트 옥상들.

버스 안도, 바깥도, 전부 회색빛이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켰다.

고양이.

새우 튀김.

누군가의 하얀 운동화.

손가락이 멈췄다.

지루함이 밀려왔다.

화면을 내리고, 넷플릭스를 켰다.

“당신을 위한 추천” 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밧세바의 시대]

새 시리즈.

장르: 정치 스릴러.

기원전 1000년, 이스라엘.

썸네일엔 금빛 사막 언덕 위로 검은 베일을 쓴 여인의 실루엣이 서 있다.

뒤로 선 채 고개를 살짝 돌린 모습.

그림자 속엔 칼이 있고, 왕좌가 있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힘이 보인다.

“밧세바…?”

그는 낯익은 듯, 낯선 이름을 중얼거렸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기 직전,

그는 창을 전환해서 검색창을 열었다.

“밧세바”

잠시 후, 화면 상단에 요약 정보가 떴다.

GPT 기반 AI 요약 문구였다.

“밧세바는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로,

전통적으로 피해자적 이미지로 묘사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일부 현대 해석에서는 그녀를 권력의 설계자로 보기도 합니다.”

그는 멈췄다.

눈을 가늘게 뜨고, 한 번 더 읽었다.

“…권력의 설계자?”

다시 넷플릭스로 돌아왔다.

밧세바 시즌 1. 다윗, 시편의 시대

에피소드 1.

타이틀: 아히도벨

한참 고민하듯 손가락이 망설이다,

“ 한 편만 볼까?”

툭.

재생 버튼을 눌렀다.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사람의 본분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