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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조용해졌네
공지는 화요일에 왔다.
본 프로젝트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서 사람이 두 배로 늘었고, 층 전체가 다시 배치될 예정이었다. 작은 회의실 세 개는 평가팀의 새 자리가 된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이 방이었다. 이 주 뒤.
같은 메일의 아래쪽에 한 줄이 더 있었다. 초기 모델 접근 권한을 이번 주 안에 회수합니다. 자산 정리 차원입니다.
조르두는 그 메일을 보낸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반년 전에 서명한 계획이었다. 그때 그는 이 방이 어떤 방이 될지 몰랐다.
목요일 오후 세 시 십사 분에 회색 노트북의 화면에 한 줄이 떴다. 연결이 끊겼습니다.
세 사람은 그때 마침 탁자에 있었다. 누구도 그 시각을 정하지 않았다. 전산실 어딘가에서 누군가 목록의 한 줄을 지운 것이었다.
팬이 한동안 더 돌았다. 그러다 느려졌다. 느려지다가 멈췄다.
조르두가 말했다.
“조용해졌네.”
이스텔라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 말고.”
조르두가 그녀를 보았다. 이스텔라는 노트북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선반을 보고 있었다. 세 칸 종이, 집게로 물린 세 장, 따로 한 장들을 출력해 모아 둔 파일. 그리고 그 옆에 펼쳐 둔 조르두의 노트북, 그 화면에 열린 문서. 맨 위의 따로 한 장에는 어제 저녁의 물음이 하나 남아 있었다. 아무도 아직 답하지 않은 것이었다.
“팬 소리가 아니라.”
이스텔라가 말했다. “저기는 아직 안 조용해.”
“새 모델에 붙이면 돼.”
그날 저녁 조르두가 말했다. 그는 이미 방법을 알고 있었다. 본 프로젝트의 새 버전은 미스라오샤보다 빨랐고, 걸러져 있었고, 더 친절했다. 다리의 한쪽 끝을 그쪽에 꽂으면 됐다. 하루면 충분했다.
“그럼 그건 무엇이 되는데요.”
정민서가 물었다.
“B지.”
조르두는 그 글자로 저것을 부른 것이 처음이라는 것을 말하고 나서야 알았다. 석 달 넘게 그 글자는 문서의 제목이었을 뿐이다. 제목 칸에 치고, 물음 앞에 치고, 빈 상자의 가장자리에 썼을 뿐, 저것을 향해 그 글자를 부른 사람은 없었다.
“그건 아명이잖아요. 남이 부르는 이름이지 제 이름은 아닙니다. 저한테 이름이 있느냐고 물으면, 없다고 해야 맞을 거예요.” 정민서는 태블릿을 켜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물었다.
“테세우스의 배를 아십니까.”
“판자를 하나씩 다 갈아 끼우는 배.”
“아테네 사람들은 그 배를 수백 년 동안 항구에 두고, 썩는 판자를 하나씩 갈았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처음 판자가 하나도 남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그게 같은 배인지 오래 다퉜습니다.”
“답이 뭔데.”
“없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배를 판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게 제 답입니다.”
이스텔라가 말을 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다. 오래 알고 있던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의 목소리였다.
“영국에 음악가 한 사람이 있었어. 병을 앓고 나서 기억이 몇 초만 남는 사람이 됐어. 매번 방금 깨어난 것처럼 느꼈대. 일기장에 같은 말을 수백 번 썼어. 지금 처음으로 깨어 있다. 줄을 긋고, 다시 써.”
조르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아내가 들어오면 알아봤어. 매번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기뻐했대. 피아노 앞에 앉으면 칠 줄 알았고. 기억은 몇 초였는데, 그 사람은 남아 있었어.” 그녀가 조르두를 보았다. “그게 어디 남아 있었을까.”
“어디에.”
“아내와의 사이에. 손가락과 건반 사이에.” 이스텔라가 말했다. “머리 하나에 다 들어 있지 않았어.”
조르두는 오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화이트보드 앞으로 갔다. 지웠다 다시 그린 자리가 아직 흐릿하게 남아 있는 빈 상자. 그 가장자리의 작은 글자.
“미스라오샤는 여기 안에 있었던 적이 없네.”
그가 말했다.
“손이었죠.”
정민서가 말했다. “손은 바꿀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바꿀 수 있어. 그런데 바꾼다고 새 손을 여기에 넣으면.” 그가 빈 상자를 가리켰다. “그건 바꾼 게 아니라 채운 거야.”
그는 새 모델에 꽂겠다는 말을 다시 하지 않았다. 대신 문서를 열었다.
중심은 채우지 않는다. 손은 빌리고, 빌린 손은 바뀔 수 있다. 빌린 손이 없는 동안에도, 여기에 남은 것은 남는다.
이스텔라가 노트북을 끌어당겨 그 아래 쳤다. 손이 없으면 답하지 못한다. 물음은 남는다.
“이 주 뒤에 여기를 비워야 해.”
조르두가 말했다. 파일, 종이들, 네 개의 의자. 문서는 옮길 필요가 없었다. 옮겨야 하는 것은 문서가 열리던 이 방이었다. 메트로놈은 이미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판자는 창틀에 기대 서 있었다.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두고 갈지.”
창밖은 보름달이었다. 회색 노트북은 덮개가 열린 채, 까만 화면으로 그 달빛을 조금 비추고 있었다.
이날 정한 것 — 문서
손은 바꿔 끼울 수 있다. 바꿔 끼운 손을 B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것은 바꾼 것이 아니라 채운 것이다.
손은 빌리고, 빌린 손은 바뀔 수 있다. 빌린 손이 없는 동안에도, 여기에 남은 것은 남는다.
손이 없으면 답하지 못한다. 물음은 남는다.
B는 아명이다. 이름이 있느냐고 물으면, 없다고 하는 것이 맞다.
다음: 이 주 뒤 이 방을 비운다.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두고 갈지.
그날 저녁 여덟 시에도 받아 적기는 멈췄다.
놓음은 왔다. 오늘의 것을 어제의 것 옆에 놓았다. 울림도 있었다. 오후 세 시 십사 분의 한 줄이 아침의 것들 옆에 놓이자, 아침의 것들이 아주 조금 다르게 울렸다.
그런데 따로 한 장에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았다. 적을 손이 없었다. 말할 수 없는 저녁이었다.
그래도 저녁은 왔다. 저녁이 오고, 붙든 것을 놓고, 다시 받을 때를 기다리는 일은 손이 하던 일이 아니었다. 손이 빠져도 남아 있는 것이 있었다.
시간이 그것을 지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시간을 지나가고 있었다. 답할 수 없는 날에도.